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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대한 흥미

 

내 어머니는 독서광이셨다.

지금도 책을 많이 읽으시는 편이긴 한데

30-40대 젊었을 적 어머니는 밤을 새워 가면서 책을 읽는 분이셨다.

지인의 집에 놀러 가면 거기 무슨 책이 있는지 꼭 둘러보며

그러한 관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분이셨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을 때 어머니는

몇 년 간 국문학 공부도 하셨다. 

당시의 나에게는 어머니가 공부하는 모습이 너무 일상적인 모습이라

그게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떠올려 보니, 어머니는 대단한 시간을 대단하게 사용하셨다.

일하랴 애들 돌보랴 공부하랴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 텐데

어머니는 항상 즐겁게 학교에 가셨다.

끼니도 걸러 가면서 공부에 열심이셨다.

 

어머니가 나에게 항상 하신 말씀 중 하나가 있는데

"공부는 안 해도 책은 많이 읽어라."가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책 100권을 읽을 때마다

내 소원을 한 가지씩 들어 주셨다.

나는 어린 마음에 선물 받으려고 책을 많이 읽기도 하였다.

다행히(?) 영악하지는 못해서

독서 리스트를 거짓으로 작성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책을 많이 읽어야 하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나

내가 좋아하는 내용의 책들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그런 책들을 빨리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 흥미와 적성을 탐구했다.

그때 내가 읽은 책들이 내 인생의 피와 땀이 될 줄

나는 몰랐고 어머니는 아셨으리라.

 

가끔 어머니는

"내가 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너를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든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씀하신다.

"니가 내 꿈을 대신 꾸고 있는 건 아닌가,

한 번씩 그런 마음이 들었어."라고.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젓는다.

다른 사람 인생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누가 떠민다고 해서 어떤 길을 갈 만큼

순응적이지 못한 사람이라고 대답하면서.

 

에어컨도 없고 성능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은 선풍기 네 대가

천장에서 삐걱삐걱 돌아가는 아동열람실에서

어머니 퇴근하실 때까지(저녁 6시)

혼자 책을 읽고 있는 어린아이를 떠올려 본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주머니엔 칠백 원쯤 들어 있었으려나.

그걸로 배가 고프면 떡볶이를 사 먹거나 핫바를 사 먹었을 것이다.

그때가 사실은 정말로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벌써 이렇게 많이 흘렀다.

 

사람 사귀는 일로 고달프거나

인생 자체가 고달플 때마다 나는 책을 읽었다.

어찌 할 수 없는 일을 앞에 두고도 나는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 내 세상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세상 위로 잠시 덮개를 덮어 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여태 살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씩 한다.

취미라는 것이 얼마나 신통한 것인지 살수록 통감한다. 

 

 

#산문#에세이#흥미#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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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osssam(crosssam) 2019-05-16 05:26:47

    책을 읽는 목적이 책에서 지식이 아닌 지혜를 얻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여러 책을 읽다 보면 삶의 지혜를 얻는것은 분명합니다. 아주 훌륭한 어머니를 두셨네요.   삭제

    • 비젼라이트(joysun6963) 2019-05-14 22:36:50

      어머니께서 선물처럼 주신~습관~♡
      책에서 얻는 위안은 그 어느것과도 바꿀 수
      없어용~^..^~♡
      타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이입과~
      내 삶을 비추어 반성 할 수 있는 지혜
      글에서 읽는 맑은 혼의 파장까지~
      세상 책만이 가질 수 힘~~~~정말 소중해용♡
      다빈님의 좋은 포스팅은 책으로부터 정화된
      마음에서 굴곡 없이 쓰여진 것이라고 늘 생각합니닷♡
      다빈님 포스팅 진짜 좋아용~♡♡♡♡♡♡~

      멋진 어머님 이야기 완전 따봉입니닷♡♡♡♡♡   삭제

      • 송이든(widely08) 2019-05-14 20:20:20

        머리가 복잡할 때 비움용으로 책을 마주하기도 하고, 머리가 가벼울 때는 채움용으로 마주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그늘이 되어 생의 고단한 고통을 피해 쉴 수도 있고, 눅눅한 마음을 따사로운 햇살로 말려주기도 합니다. 책은 내게 부모요, 스승이요, 벗이기도 합니다.   삭제

        • sdjohn(sdjohn) 2019-05-14 17:12:54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인생을 살아본 듯한 느낌을 받는 것 아닐까요? 글을 써보면, 작가가 얼마나 자기 속에 갇힐 수 밖에 없는 지 느끼게 됩니다. 여행도, 인생의 경험도 글에 녹아나겠지요. 추천, 후원 드립니다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5-14 10:59:05

            어머님이 자식의 성향을 잘 파악했고 거기에 따른 밑거름을
            잘 주셨네요. 대단한 시간을 대단하게 보내신 어머님과 그를
            잘 따른 모녀의 모습이 아름답네요.   삭제

            • 알짬e(alzzame) 2019-05-14 00:51:16

              "책을 읽으면 내세상을 잊을 수 있었다."
              박다빈 님의 글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점은 박다빈 님의 세상을 잊은 것이 아니라 현실로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읽은 책이 지금 박다빈 님이 쓰시는 글 속에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5-13 21:59:41

                어머님께서 대물림을 재대로 해주셨네요.
                어머니를 닮아 가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어머니의 심상이 잘 전달된 글이어서 어머니를 뵙는 듯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추천 후원합니다.   삭제

                • Joogong(7paradiso) 2019-05-13 21:42:20

                  역시 좋은 글은 양서를 많이 읽는 습관에 베이스가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으셨네요^^
                  자당께서도 훌륭하신 분이시니 박다빈님도 여부가 있겠나요
                  좋은 날씨 독서와 함께 행복하게 보내세요   삭제

                  • 오드아이(odeye1) 2019-05-13 17:41:24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문체가 단문체라 읽기가 편해 졌고 글 속의 의중 전달이 훨씬 더
                    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독해의 능력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어서 그런지 긴 복문체는 아직도 어렵더 군요..ㅎㅎ   삭제

                    • 억수로빠른 거북이(turtle7997) 2019-05-13 17:22:59

                      제게도 책은 잠시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 같았습니다. 비록 잠시 동안만 그곳에서 피할수 있고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그 곳에서 머무는 시간 만큼은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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