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오르기 경쟁   / 강희맹

 중국 노(魯)나라에 아들 삼 형제을 둔 사람이 있었다. 첫째 아들은 착실하지만 다리를 절었다. 둘째 아들은 호기심이 많고 건강하였다. 셋째 아들은 경솔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민첩하고 용감하였다. 그래서 평상시에 일을 하면, 셋째 아들이 항상 으뜸이었고 둘째 아들이 그다음이었다. 첫째 아들은 부지런히 일을 해서 겨우 자기가 맡은 일을 마쳤는데 , 게을리하는 법은 없었다.

 하루는 둘째와 셋째가 태산(泰山) 꼭대기에 누가 먼저 오른느가를 시험하기로 하였다. 두 아들이 다투어 신발을 준비하니, 첫째도 또한 짐을 꾸렸다. 둘째와 셋째는 함게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태산의 봉우리는 구름 밖에 솟아나서 온 천하를 내려다봅니다. 다리가 튼튼하고 걸음이 빠른 사람이 아니면 오를 수가 없습니다. 다리도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야 생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첫째 아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저 너희들을 따라갈 뿐이니 제일 늦게 도착하더라도 천만 다행일 것이다. "

 삼 형제가  산 아래에 도착했다. 둘째와 셋째가 첫째에게 주의를 주며 말했다.

"우리는 깎아 세운 듯한 골짜기도 눈 한 번 깜짝하는 사이에 나는 듯이 뛰어 올라갈 수 있으니. 형님이 먼저 올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첫째는 

 "그렇게 하자."

하였다.

 셋째가 산 아래에 머물고 둘째가 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첫재는 쉬지 않고 천천히 가서 곧장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첫째는 밤에 산장에서 자고서 새벽에 둥근 해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구경 하였다. 

 삼형제가 집에 돌아오니, 그 아버지가 각각 무엇을 얻었는지 물어 보았다. 

셋째가 말했다. 

 "제가 산기슭에 당도하니 아직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제 걸음이 날랜 것을 믿고서, 시냇물을 따라 난 꼬불꼬불한 샛길을 모두 돌아 다니고 고운 꽃과 기이한 풀을 모두 캐 보았습니다. 미처 다 돌아보지도 못했는데, 어둠이 갑자기 몰려와서 바위 밑에서 자야 했습니다. 구슬픈 바람소리는 귀에 가득하고 시냇물 소리는 요란했습니다. 여우와 살쾡이가 울부짖으며 돌아다니는데, 슬픈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힘을 다하여 한번 달려 볼까 하였으나 호랑이와 표범이 무서워서  그만 두었습니다.

둘째가 말했다.

 "제가 바라보니 봉우리는 소라 껍데기처럼 늘어서 있고 푸른 벼랑은 쇠를 깎은 듯하였습니다. 나는 듯이 달려가서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봉오리와 고개를 빠짐없이 찾아다녔는데, 실제 가 보니 봉우리는 더욱 많고 길은 더욱 급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리  힘이 빠지고 피곤하여, 겨우 산 중턱에 당도하니 해는 벌써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바위 밑에서 쉬었습니다. 구름은 어둑하고 안개는 자욱하여 아주 가까운 거리도 분간할 수 없는데, 옷은  서늘하고 신발은 젖었습니다. 위로 산마루턱을 오르자니 아직도 아득하고, 아래 산 밑으로 내려가자니 또한 멀었습니다. 결국 거기 주저앉아 산꼭대기에는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첫째가 말했다.

 "저는 제 다리가 튼튼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제대로 걷지 못할까 근심하였습니다. 곧장 한 가닥 길을 찾아서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해도 오히려 하루해가 부족할까 염려되는데, 딴 데로 가거나 그저 바라보고만 있겠습니까? 마음과 힘을 다하여 오르고 또 오르며 쉬지 않았더니, 어느덧 꼭대기에 도달하였습니다. 우러러 하늘을 보니 해라도 닿을 것 같고, 굽어 수풀을 보니 울창하여 그 끝을 알 수 없었습니다. 봉우리들은 흙덩이를 쌓아 놓은 것 같고, 골짜기들은  주름을 잡아 놓은 듯하였습니다. 해가 바다로 떨어질 때에는 세상이 새까맣게 어두워지는데, 옆을 보니 손금이라도 볼 수 있을 만큼 별들이 밝게 빛났습니다. 진실로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막 잠이 들었는데 금계(金鷄)가 울고 동쪽 하늘이 밝았습니다. 검붉은 빛이 바다에 깔리고 금빛 뱀이 꿈틀거리는 듯하였습니다. 이윽고 붉은 바퀴가 구르며 잠깐 오르내리더니, 눈 한 번 깜박하는 찰나에 크고 밝은 것이 공중으로 떠오르는데, 정말 장관(壯觀)이었습니다."

 다듣고 나서 아버지가 말하였다.

 "그랬을 테지. 공자(孔子)의 제자 가운데에도 용맹한 자로(子路)와 재주 있는 염구(苒求)는 끝내 스승의 경지 가까이에는 도달하지 못했지. 재주 없고 미련한 증자(曾子)가 마침내 그 근처에 도달했단다. 너희들은 알아 두어라."

 아!  덕을 닦는 순서와 공명(功名)을 성취하는 길은 모두 이와 같다. 어떤 사람이라도 낮은 데서 시작하여 높은곳에  오르고, 아래에서 시작하여 위로 올라야 한다. 힘만 믿고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며, 힘을 다하지 않고 미리 포기하지 마라. 그러면 다리를 저는 첫째 아들이 노력했던 것처럼 너희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명심해서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 
 

바라보기(qkfkqh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