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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닮은 꼴

아버지를 닮아버렸습니다.

내 아버지는 참 예민한 분이셨습니다. 
여자처럼 고민도 많고 사색도 많은 분이셨습니다.
거기다 잠이 없었습니다.
잠을 많이 주무시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몇 시간을 못 주무십니다. 
우리가 다 집에 들어와야 잠을 청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게 새벽이든 밤이든 말입니다.
놀다가  늦게 현관문을 살짝 따고 들어가면 거실 쇼파에 앉아 계시다 아무 말 없이 안방으로 들어가십니다. 그럴 때마다  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았습니다. 
무언의 압박이 더 무섭게 다가오는 법이지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매일 토끼잠을 자니까 예민해지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불면증 탓인지 예민한 탓인지 잠을 많이 못 주무시는 성격탓에 잘 주무시는 어머니에게만 불똥이 튑니다.
베개만 댔다 하면 잔다고 어머니에게 투덜거리셨습니다.
''죽으면 실컷 원없이 잘텐데 잠만 자냐구!'' 
저의 부모님의 모습은 마치 토끼와 거북이 같습니다.
아버지는 성격이 급하신 반면에 어머니는 느긋하신 분으로 크게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질 급하고 예민한 아버지가 자기 성에 못이겨 감정조절을 못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그 급하고 예민한 성격을 닮았습니다.

 

그 정도에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외모, 걸음걸이까지 닮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제 모습을 보면 
''넌 영락없이 네 아빠 판박이다. 어디서 주워 왔다고 말도 못하겠다.''라고 말합니다. 
그 말이 참 싫었습니다.
여자애한테 아버지 닮았다는 건 왠지 나의 여성성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듣기 싫었습니다.
그런데 자식 중에 제가 제일 많이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취미,성격, 눈매,재주까지 가장 아버지를 많이 닮았습니다. 
하지만 성격만큼은 예민하고 복잡한 아버지보다 여유로운 어머니를 닮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유전자#성격#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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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젼라이트(joysun6963) 2019-05-14 21:57:54

    이든님의 빼어난 글재주는 혹시 아버님을 닮았을까용?
    예술적 감이 계신분들은 범인들보다는 배로 예민하여 감수성을 만들어 내야 하는게 어쩜 운명인
    것 같아요...
    좋은 글은 촛처럼 삶을 태워 나오는 듯...

    어머님의 느긋한 성격이 급한 아버님과 어울려
    한집 조화롭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닷~^..^~♡   삭제

    • 수야(lonelystar) 2019-05-14 20:46:30

      아앗 이 글을 읽게되고 저도 댓글로 쓰려고 했던 내용들이 이미 많이 적혀있네요^^ 제 생각에도 같은 성격?, 닮은 성격?...보다는 사실상 반대 성격을 가진 두사람이 결혼해서 조금씩 서로 맞춰지는걸 많이 주변에서 본 것 같아요~(결국은 서로 다름에 끌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아요) 그리고 이것 역시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셨지만 딸은 아빠닮고 아들은 엄마 닮더라구요 보~통은 그래요 지극히 정상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 같슴미당...아...기왕 그런거 닮긴 닮아도 좋은 점만 좀 딱딱 닮고 싶긴하죠 이게 참 어렵...   삭제

      • crosssam(crosssam) 2019-05-14 18:34:33

        너무 글을 잘 쓰셔서 어떻게 읽었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써 주시지..같은 성격보단 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끼리 결혼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좀 싸우면서 살아야 재밌을것 같아서요^^   삭제

        • sdjohn(sdjohn) 2019-05-14 17:00:46

          딸이 아버지를 닯고 아들이 엄마를 닮은 것은 어떤 유전적 특징때문일까요? 아니면 태어나서 후천적으로 학습되는 것일까요? 유전적 특징을 물려 받아 더 평화롭고 즐겁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삭제

          • 알짬e(alzzame) 2019-05-14 15:58:44

            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도 성격이 급한 것이 아버지를 닮았었나 봅니다.
            지금은 살면서 많이 느려졌지만. 가끔 그 급한 성격이 나타나 스스로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께서도 성격이 많이 여유가 있으셧는데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5-14 14:28:04

              아버지를 닮아 버렸군요.^^
              딸이 아버지를 닮으면 잘 산다고 합니다.
              이 말로 위로가 될려나요. ^^   삭제

              • 투럽맘(twolovemom) 2019-05-14 12:47:11

                자기가 않좋다고 느끼는 부분이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기에 그 부분이 안닮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아요..
                두 성격다 장단점이 있어서 좋은걸요?
                다 좋으면 재미없잖아요^^   삭제

                • 은비솔99(rose3719) 2019-05-14 11:01:42

                  좋은것만 골라서 닮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요즘 아들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데 예민하고 급한 성격때문에 자기자신도 힘들고 주위 사람들도 힘들게 하는듯   삭제

                  • Tanker(icarusme) 2019-05-14 11:01:08

                    어머니를 닮은 점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숨어 있겠죠.
                    두분이 성격이 정반대이신데도 알콩달콩 아름답게 살아 오셨네요.
                    원래 그렇게 맞춰 가면서 사는거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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