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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 남편의 택시 추격전

아마 임신 7~8개월 그 언저리였던 것 같다.

집에만 있던 나를 외식시켜준다고 낮에 데리러 왔다. 
회사에서 영업하는 차로 점심이나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시내로 나가다보니 교통이 조금 붐비기는 했지만 교통체증을 느낄만큼은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택시가 끼어들었고 놀란  남편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 와중에도 임신한 내 몸을 오른팔로 막아주었지만 너무 놀란 탓인지 배가 딴딴해졌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완전 열이 받은 남편은 창문을 열고 택시기사를 향해 말(욕설)하려고 하는데 택시는 미안하다는 제스처 하나 없이 쌩하고 가버렸다.
열 받으면 얼굴전체가 뻘개지는 다혈질 남편은 이미 이성을 안드로메이다로 보낸 버린 상태였다. 
미쳐날뛰는 야생마처럼 흥분해 택시를 잡기 위해 추격을 시작했다.
남편에게  진정하라고 아무리 제지해도  완전 무시였다. 
흥분한 남편을 진정시키려고 갖은 애를 썼지만 뭔소리를 해도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제발 멈추라고 해도 저런 인간은 가만 두면 안된다며 끝까지 쫒아가는 것이었다.
긴장하고 불안했던 탓인지 내 배는 아주 딴딴하게 굳으며 땡기기까지 했다.

신호에 걸려 멈춰 서 있는 택시는 발견한 남편은 도로에 그대로 차를 세우고 내려 택시기사에게 돌진해 갔다.

나는 외식하러 나온 것을 하느님,부처님, 알라신까지 한 자리에 불러 모시고 후회한다고,
그러니 저 다혈질인 남편에게  소금 왕창 뿌려 성질 좀 죽여주면 안되는 거냐고  기도했다. 
아니 솔직히 기도가 아니라 따졌다. 아니 신세한탄을 했다.
정말 꼭지가 돌면 물불을 못가리는 성격에 도저히 감당이 안되었다.
택시기사와 다투는 모습을 차안에서 지켜보며 조마조마한데다 뒤차들이  빵빵 거리는 소리에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택시기사의 사과를 받았는지, 아니면 빵빵거리는 소리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지  분이 덜 풀린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차에 탄 남편은  화가 난 내 표정을 보고나서야 아차 싶었는지 ''괜찮아?''하면서 내 배를 만지는 것이다.

어이도 없고 화가 났던 나는 내 배를 만지려는 남편의 손을 쳐냈다.
'꼭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려? 좀 넘어가면 안되냐'고 따질 기분이 아니었다. 이 차를 타는 게 아니었다.
미안하다고 밥 먹자는 하는데 이미 나는 밥이고 뭐고 남편의 다혈질적인 성격에
앞날이  막막해 침몰하는 배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주 암울했던 순간이었다.
젊은 혈기로 그랬다고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다혈질인 성격은 나이와 함께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러나 내 기도는 왕소금이었지만 신들은 가는 소금을 뿌린 모양이다.
#택시#다혈질 남편#운전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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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jh8613(kjh8613) 2019-05-19 19:58:00

    작은 소금이라는 단어..공감되면서 웃픈 이야기.
    다혈질인 분들 힘들 때도 있지만 이런분들은 대개
    의롭고 정의로운 구석이 많고 정도 깊습니다.
    워낙 다혈질 분들 홧기에 주변 화륵 태워 고생도
    시키는 면 있기도 하지요.
    그나마 성질 죽어닸고 하니 다행 (?)이라고
    말씀 올립니다.

    7개월의 아가를 가진 내 와이프라고 생각하면
    저도 용서 못합니다.
    무식하게 운전한 것도 모잘라 사과도 없이..
    아무일 없이 지나가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삭제

    • crosssam(crosssam) 2019-05-19 16:41:22

      남편분이 옛날에 불같은 성격이셨군요. 그런 분들은 불의를 보면 못 참죠. 다만 나이 들어감에 따라 좀 누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 같으면 화 낼 상황에서도 그냥 넘어가는 주변 친구를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삭제

      • 은빛태양을사랑할래(yulan21) 2019-05-19 13:50:42

        어휴... 정말 놀라셨겠네요. 임신중에 배가 딴딴해지는 느낌 알죠.. 임신중이 아니었으면 좀 덜하셨을텐데 엄청 무서웠을 것 같아요.   삭제

        • 알짬e(alzzame) 2019-05-19 13:37:45

          고생이 많으셧으리라 생각되네요.
          하지만 남편분도 세월을 어쩌지는 못하시나 봅니다.
          그래도 누그러지셨다하니 다행입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5-19 00:07:30

            참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난감하기가 이를데 없지요. 상상이 됩니다.
            열혈남아를 만났으니 그정도는 감수 해야지요. 장군을 아무나 만나나요.ㅎㅎ   삭제

            • justy(justy) 2019-05-18 20:34:25

              잘못해놓고 그냥 가버리면 누구든 화가 나지요. 표현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미안하다는 표현만 해도 그냥 실수한 것으로 쿨하게 용서해줄텐데 말이죠.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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