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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별달리 조심할 것이 없었으므로 자유롭게 움직이던 부대는 국경지역에 접근하면서 조심하기 시작하였다.

기습작전을 펼칠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이 공격하는 것을 알릴 필요도 없었다.

지도부는 적의 심장부에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주의를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국경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마지막 회의를 열었다.

신분상 참여할 수 없었던 하르가치는 전투에 참가한 부족사람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였다.

전쟁이 시작되면, 지금과 같이 마음놓고 휴식을 취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 잠을 청하고 있던 그를 깨웠다.

눈을 뜬 그는 족장이 내려다 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무슨 일이십니까? ”

“ 따라 오너라. ”

심각한 표정의 족장을 본 하르가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갔다.

숙소로 들어간 족장은 그에게 지도를 보여 주면서 말하였다.

“ 지난 번 네가 일을 잘 한 덕분에 폐하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그런데, 그 일로 인하여 네가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

“ 어떤 일입니까? ”

족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 전초병의 역할이다. ”

“ 몇 명이나 데리고 갈 수 있습니까? ”

“ 십여 명 정도 데리고 가면 될 것이다. ”

“ 알겠습니다. ”

“ 아주 위험한 일이다. ”

“ 알고 있습니다. ”

족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 네가 그렇게 나올 줄은 알고 있었다. ”

그의 말에 하르가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를 보며 족장이 엄한 표정을 지었다.

“ 허나, 조심을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최대한 주의를 하도록 하여라. 이미 충분한 대비를 해 둔 것은 사실이나,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 ”

“ 걱정하지 마십시오. 위험한 일은 피하겠습니다. ”

그의 말에 족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함부로 남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은 어릴 적부터 자신이 교육시킨 것이었다.

“ 지금 당장 준비를 하거라. 한 시진 후에 출발해야 한다. ”

“ 알겠습니다. ”

하르가치는 족장의 말을 통해 내일 공격이 시작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쟁은 예상한 것보다 더 순조로웠다.

강장군의 안내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하르가치의 진격로가 큰 역할을 하였다.

하르가치는 전초병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내었다.

덕분에 조선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였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강화도로 피신하지도 못하고 남한산성에서 포위되어 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전쟁다운 전쟁도 없이 끝이 나버린 꼴이었다.

소수의 의병이 발생하였지만, 하르가치와 다른 간자들이 예상한 것처럼 전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으며, 시기상으로도 너무 늦은 대응이었다.

특히, 그동안 조정으로부터 극심한 차별을 받은 북도인들은 그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저항을 하지도 않았다.

조선 조정의 잘못된 태도가 큰 도움이 된 것이었다.

청군은 남한산성을 포위하고는 온갖 약탈을 하였고, 수많은 백성들이 피해를 입었다.

청군은 신나게 약탈을 하였다.

하르가치는 일이 있어서 하지는 못하였지만, 부하들을 말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전리품을 획득하는 과정이었고, 어느 민족이나 하는 행위였다.

명이나 조선에서는 이런 약탈행위에 대해 비난을 하였지만, 그들 역시 약탈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더 잔혹하게 약탈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르가치는 아예 마을 전체를 몰살시키는 명군들을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들을 오랑캐라고 손가락짓을 하였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