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까말까

나의 첫 직장은 경기도에서 시작되었다.

설레는 마음도 잠시 혼자 보내는 게 걱정이었던 엄마는 안양에 살고 있는 외사촌언니에게 방을 구할 때까지만 잠시 신세질 수 있게 부탁해놨다.

이모야 더할 나위없이 편했지만 이모의 자식들과는 크게 안면식이 없었다.

원래 친정과 변소는 멀어야한다는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의 친정나들이가 쉽지 않았으니 외사촌들과 얼굴 한번 보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모와의 유대감이 좋아서인지 외사촌언니들에게 크게 거부감이 들지않았고 크게 불편하다는 생각도 없었다.

결혼한 지 1~2년이 지난 언니와 형부는 아직도 신혼이나 다름없이 깨가 쏟아졌다.

언니만큼이나 순둥이형부도 너무 좋았다.

방이 두 개였고,내가 기거해야 하는 작은 방이 너무 작았다.거기다 나만 불청객이 아니었다.

언니의 막내여동생도 그곳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다.

난 막내언니와 그 좁은 방에서 같이 기거했고, 신혼이던 언니에게 객이 되었다.

무엇보다 씻는 게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막내언니와 근처에 따로 방을 얻어 나가는데 의견을 조율하고 엄마과 이모, 큰언니와 형부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이모가 걱정을 하는 것이다.

''막내 고것이 엄청 깍쟁이라 네가 맘고생을 할끼다. 그러니까 좀 불편해도 무리하지 말고 언니 형부집에서 더 있거라.'' 하는 것이다.

엄마 또한 이모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그게 여간내기가 아니라네. 고집도 세고 지밖에 모르고,막내라 그런지 지꺼 꺼내놓는 법이 없고 징하다더라. 네가 맘고생할거라고 말리더라.괜히 의 상할까 걱정된다구.''

한달 같이 있어봤지만 그리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절약하는 정도로 보였다.

막내언니가 없을 때 형부와 언니도 이모랑 똑같은 말을 했다.

큰언니나 형부의 만류에도 혼자보다는 나을 것 아니냐고 같이 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같이 살아보면 뭔 말인지 알거야. 맘 상하지 말고,혼자 끙끙 앓지말고 언제든 말해!''

그렇겠다고 하고 밤새 고민을 했다.

'사람이 착하면 됐지.헤픈게 문제지, 아끼는 게 뭔대수인가?' 라고 나름 태연한 척 했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날 밤 '이모말을 들을까, 같이 살까말까' 하고 갈등의 밤을 지샜다.

그래도 여기서 언니,형부에게 폐를 끼치는 것보다는 맘이 더 편할 것 같았고, 언니랑 반반 부담하면 크게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좀 더 넓은 방에서 지내고 싶어 방을 계약하기로 했다.

그리고 언니와의 자취생활이 시작되었다.

돈을 한 푼이라도 아껴야 된다던 막내언니는 큰언니집에서 이불과 냄비,그릇,수저들을 다 챙겨왔다.

솔직히 그동안 신세진 것도 미안한데 이래야되나 싶었지만 한푼 아끼겠다는 언니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밥통은 하나 사자고 했더니, ''무슨 소리냐고 냄비밥 해먹음 되지!'' 하고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직장 다녀와서 냄비밥 해먹는 게 쉽지 않은데ᆢ 뭐 어쩌겠나 싶어 단념했다.

그럼 작은 옷 서랍장이라도 사야지 했는데 그건 이미 해결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들여온 서랍장은 누군가 쓸만큼 쓰고 버린 것 같은 낡은 것으로 고물상에서 사온 것이다.

이게 서막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집엔 어떤 물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하물며 겨울에도 기름하나 떼지않아 방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이고, 서로 추위를 이기기위해 정말 꽉 끌어안고 자야만 했다.

어느 날은 눈물이 났다. 집에 와 추위에 아무것도 못하고 이불속에서 TV하나 없이 오돌돌 떨고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럽고 슬펐다.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던 나는 한달 월급을 다 털어 작은 TV를 장만했다. 설마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뭐라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언니는 너무 좋아했다.

뭐 내 돈 든것도 아닌데 하는 표정이 얼굴에 묻어 있었다.

그나마 TV가 있어 우리가 조금은 대화를 할 수 있음에 마음을 진정시켜 나갈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정말 서러웠다. 이모말을 안들은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는데 싫은 내색을 어디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다 참아줄 수 있는데 곰팡이 핀 찬밥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 깍쟁이,아니다. 지지리 궁상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런 언니가 냉장고를 살리 만무했고, 밥통도 없으니 반찬은 발효된 젓갈이나 김치가 다인데다 걸핏하면 큰언니 집가서 저녁을 해결하려 들었다.

어쩌다 냄비밥을 해먹고 남은 밥에 곰팡이가 필 때가 있다. 그럼 난 당연히 그 밥을 버리려고 한다.

그럼 언니는''왜 버려? 얘가 농사를 안지어봐서 쌀 한톨 귀한 걸 모르네?''

라며 그걸 마당에 가지고 가 쌀포대를 넓게 깔고 햇볕에 말리는 것이다.

그렇게 며칠 말린 그 밥을 누룽지처럼 끓여 내 오는 것이다. ''설마 그 곰팡이 핀 밥으로 한거야?''

''안죽어! 먹어!''

정말 더는 이 언니랑 살다가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이후 이 언니와 어떻게 하면 감정을 덜 상하고 엄마나 이모가 기분 상하지 않게 분리해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객지생활이 이 언니로 인해 시리고 비참했다.

정말 징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제서야 이모나 큰언니의 만류가 어떤 것이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결국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님품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난 몸이 아프다는 거짓이유로 직장을 그만 두고 그 언니와 결별했다.

아직도 그 직장을 그만둔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같이 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송이든

#자취 #동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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