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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화 세가지 색 시리즈 중 마지막편 레드를 포스팅하고자 한다.
세가지 색 시리즈 중에서 개인적으로 레드를 가장 좋아한다.
여주인공 '이렌느 야곱'이 가지고 있는 색채와 퇴직판사(장 루이 트린티냥)의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대사들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이자 패션모델인 발렌틴(이렌느 야곱)과 전직 판사와의 교감적인 부분이 마치 서로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시너지역할을 한다.
발렌틴은 패션사진을 찍고 돌아오던 길에 개를 치는 교통사고를 내게 된다.
개의 목에 달린 인식표를 보고 그녀는 개주인을 찾아간다.
그 곳에는 삶의 물기나 생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무심한듯 메마른 노인이 앉아있었다.
개가 다쳤다고 말하는데도 무심하듯 냉당한 반응에 그녀는 다친 개를 데리고 나오게 된다.
그렇게 그들의 첫만남이 이루어진다.
산책 중 개를 잃어버린 발렌틴은 그 노인을 다시 찾아가고, 우연히 그 노인이 이웃들의 전화를 도청하고 있는 걸 듣게 된다.
무엇보다 그가 은퇴한 판사라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는다.
법정에 있을 때보다 세상 일이 더 잘 보여. 적어도 여기엔 진실이 있지.
아무리 진실이라고 해도 남의 삶을 도청할 자격이 그에게는 없다.
그것도 판사였던 자가 이웃의 삶을 법정이 아닌 곳에서 무슨 권리로 침해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에게나 사생활을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발렌틴은 그를 가엾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얼마 후 신문에 은퇴한 판사가 이웃을 도청했다는 기사가 실린다.
그녀는 그를 찾아가 자신이 신고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자 판사는 자신이 이웃과 경찰에 편지를 써서 알렸다고 말한다.
그녀가 떠난 후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도청에 분노한 이웃들은 돌을 집어 던졌고, 던진 돌에 유리창이 깨졌다. 그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는 듯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재직당시 그는 판사로서 한 선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오판을 내리게 된다. 그는 사실 유죄였던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견디지 못한 판사는 개인적으로 수사를 하고 그의 유죄를 입증하려고 찾아간다.
하지만 판사는 그가 결혼해서 세 자녀와 평화롭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판사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이 오만한 행위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그들 입장이었다면 똑같았을거야. 입장이 같다면 내가 재판했던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지! 그들 입장이었다면 속이고 살인하고 그랬을거야. 나는 다만 그들 입장이 아니었던 것일뿐.
그는 법적 도덕성에 심한 회의를 느낀다.
어떤 이들은 상황에 밀려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내게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뿐,
삶은 혼돈속에 있다.
거짓이 아름답고, 진실이 더 더럽고 가식적일 수도 있다.
진실을 아는 순간 아름다운 빛이 사라지기도 한다.
진실이란 것도 선과 악이 누구의 기준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노판사는 발렌틴으로 인해 점차 자신의 삶을 회복하게 되고, 발렌틴은 노판사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물론 영화에서는 노판사가 젊은 날 사랑했던 여자의 바람으로 모욕감과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아버린 것과
법대생 오귀스트란 남자의 사랑을 통해 노판사의 과거와 현재 오귀스트를 연결고리로 엮어 내고 있다.
하지만 난 여기서 노판사와 발렌틴의 교감적인 부분만을 다루고 싶다.
애인을 만나러 영국으로 떠나려는 발렌틴에게 노판사는 페리호를 타고 갈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예상밖의 폭풍우로 페리호는 전복되고 1,000여명이 승선자중에 7명만이 살아남는다.
법대생 오귀스트와 발렌틴이 나란히 구조되어 화면에 비쳐진다.
발렌틴이 사고를 낸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7마리였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TV화면으로 구해진 7명의 얼굴이 세가지 색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이었다.
세가지색 시리즈 영화의 총집합같았다.
나는 이 영화에서 발렌틴의 사랑도, 오귀스트의 사랑도,노판사의 사랑도 다 건너 뛰었다.
오직 발렌틴과 노판사의 교감적인 부분만으로도 이 영화를 몇 번이고 재생해 볼 의향이 있다.
세가지색 : 레드는 보면 볼수록 여러 각도에서 보는 맛이 다르다.
또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수집할 수 있다.
아마 영화토론회를 한다면 다채로운 시각의 논쟁으로 밤을 새울 수 있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감독이 살아있다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질문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영화이다.
그만 써야겠다.
끝도 없이 길어질 것 같아 아쉽지만 멈추어야 할 것 같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감독의 세가지 색은 프랑스의 국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블루, 화이트,레드로 자유,평등,박애를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가적인 이념인 아닌 개인의 사랑 안에서 그 의미를 찾고자 한 것으로 판단된다.
내가 본 레드는 블루와 화이트가 상징하는 자유와 평등을 다 포용한 '박애' 이며,
과거와 현재가 맞닿은 듯한 운명적인 인연를 통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진정한 사랑과 투명한 진실은 그 자체로도 빛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내게 일깨워준 것 같다.
22025년 제22회 베라쟈프 국제모델위원회 경주도자기축제 박옥순 디자이너 패션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