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구와 뭘 하든 그 사람을 칭찬할 수 있다. 억지로 그러거나 의식적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장점, 강점들이.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훌륭한 소질들이. 하여 이제 내 세계는 ‘칭찬 받을 수 있는 사람’, ‘칭찬 받을 수 없는 사람’을 가르는 경계선을 가지고 있지 않다. 누구나 그 자신만의 훌륭함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 모두가 칭찬 받을 자격이 있다. 그 사람이 무엇을 했든지. 그 사람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얼마 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뭐, 내가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닌데……. 웬 칭찬을 이렇게 하고 그래.”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주춤했다. 그 사람에게서 옛날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나도 항상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만 칭찬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받는 칭찬은 내 것이 아니다. 또는 그런 칭찬은 입에 발린 소리다. 마음 없이 내뱉은 얘기다.

   나는 믿지 않았다. 나에게로 온 대부분의 칭찬들을. 나도 훌륭하다고, 뛰어나다고, 잘한다고 하는 이야기들을. 왜냐면 나는 나를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에, 나는 칭찬하는 일에도 인색했다. 누가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느껴질 때만 나는 그 사람을 칭찬했다.

   칭찬(稱讚)은 ‘좋은 점, 착하고 훌륭한 일 등을 높이 평가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어디에도 ‘뭔가 대단한 구석이 있어야만 그것을 칭찬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없다. 대단해야 칭찬받을 수 있다는 것은 나만의 정의였다. 사실과는 상관없이 내가 내 멋대로 지어낸 정의. 그 정의를 너무 오래 가지고 다니다 보니, 그 정의가 실제 칭찬의 정의라고 착각하며 살게 된 것이다.

   대단하지 않아도 훌륭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내 안의 똥고집들을 빠른 속도로 무너뜨렸다. 그러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대단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판단이 아니라 상대적인 판단이라는 것. 내가 보기에 놀랄 만큼 대단한 것도 누가 보기에는 한없이 시시한 것일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그러니 칭찬 받는 일도 결국에는 그릇 문제였다. 내가 나를 좋게 인정해 주는 만큼, 내가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이 커진다.

   칭찬은 상대적인 평가에 의해 생산되고, 상대적인 검토에 의해 받아들여진다. 비난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이라는 것은 뭔가가 비교 관계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내가 누군가를 칭찬할 때 나는 상대와 나를 비교한 다음 그 사람을 칭찬한다. 이런 비교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나는 나에게 보통인 부분을 칭찬하기보다, 나에게 없는 부분을 칭찬할 때가 많다. 그것이 내 눈에 좋아 보이고 훌륭해 보이기 때문이다. 칭찬을 할 때 나는 내 인생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칭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칭찬을 받든 비난을 받든 이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누가 나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도 그 사람이 그냥 그 사람 본인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