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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남한산성'혀끝이 칼보다 강하다.

인조 : 나는 살고자한다.그게 나의 뜻이다.

예조판서 :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느니 사직을 위해 죽는 것이 저의 뜻이옵니다.
치욕스럽게 삶을 구걸하지 마시옵소서.
인조 : 살고자하는데 왜 죽음을 입에 담는가?
이조판서 : 저들이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옵니까?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삶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이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강자가 약자에게 못할 짓이 없듯이, 약자도 강자에게 못할 짓이 없사옵니다. 
적의 아가리속에서도 삶의 길은 있을 것이옵니다.
 
인조 : 그럼 누가 답서를 쓰겠느냐?
인조 : 두려우냐? 척화를 하자니 칸의 손에 죽을까 두렵고, 오랑캐에게 살려달라고 답서를 쓰자니 만고의 역적이 될까 그것이 두려운 것이냐?
 

이조판서 :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라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가셔야 할 길이옵니다.

예조판서: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이오.
그대와 나 그리고 임금까지 없어져야 백성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이 올 것 같소!
 

이 대사로 무엇이 느껴지시나요?

칼이 아닌 혀 끝이 참 날카롭고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지요?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이 조선을 침략하죠.
임금과 조정대신들은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가고 남한산성은 청의 대군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황에 이르게 되죠. 
청이 인조에게 항복하고 나와 예를 갖추라고 하자 
항복하겠다는 답서를 적느냐 마느냐로 첨예하게 
두 신하가 대립하며 논쟁을 합니다.
백성들과 군사들은 추위와 배고픔으로 극에 달하고 청도 공격을 하겠다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무능한 인조는 그저 신하 뒤로 숨어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걸까요?
치욕스럽게 목숨을 구걸하지말고 죽을때까지 싸우자는 예조판서와 왕이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해서라도 백성을 살리자는 이조판서의 논쟁은 칼끝을 겨루는  듯한 모습입니다. 
논쟁은 이런 것이지요. 정쟁은 이래야 하는 것이지요.
말장난이나 막말이 아니라 이 두 신하처럼 해야 하는 것이지요. 
다름을 인정하고 끝까지 같아지게 하거나 설득당하거나 상대의 뜻을 굴복할만한 깊이 있는 정쟁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 모두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기본 베이스가 저 밑바닥에서 끓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익을 위한 당파싸움이 먼저가 아니라 국익을 위한 정쟁이어야 하지요. 
최소한 그래야 설득당해 주지요. 
그래야 서로를 인정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서 울분이 생기는 이유는
두 신하가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너무나 컸고 왕이 너무 나약해서였습니다.
또 하나는 그러고도 역적이라는 오명을 짊어져야하고, 자신들이 다 죽어 없어져야 새 세상이 열리는 진실 앞에 슬펐습니다.
독립투사들이 빨갱이라는 딱지를 달고 내쳐진 그 역사의 그늘이 느껴졌습니다.
 
 
#영화 남한산성#정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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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smine(jasmine) 2019-05-26 23:18:58

    아주 무거운 맘으로 봤건 영화지요 두분 모두 충신이며 나라를 위한 맘 크게 보았지요 현 시점에서 바라본 영화대화에선 그 누구도 비난받을수 없는 이기에
    그 답답함은 여전히 가시지가 않네요   삭제

    • trueimagine(trueimagine) 2019-05-26 16:16:25

      김훈 작가의 글은 정말 촌철살인 같은 날카로움이 있습니다. 너무 당당하고 건조한 느낌때문에 조금 반감이 있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삭제

      • 박다빈(parkdabin) 2019-05-25 11:42:35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쟁점의 맨 앞에 있다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일이라 가슴 한편이 서늘해집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았는데
        대사를 다시 들으니 또 새롭게 읽히네요. ^^
        꼭 조정에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읽고 느끼는 바가 반드시 있을 것 같습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5-25 11:39:57

          이글을 읽은 것이 어제 인데 다시 보게 되엇습니다. 댓글을 달지 않은것이 이유이네요.ㅎ
          같은 역사에 다른 생각을 피력하는 두신하, 물론 결론은 하나 왕의 결론 왕권시대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역사가 귀감이 되는 오늘이 되어야 하는데 늘 현재만 있었지요...   삭제

          • crosssam(crosssam) 2019-05-25 03:26:12

            비행기 안에서 졸음이 온 상태로 보게 되었는데 새겨 들어야 할 교훈이 많아 정신 차리고 봤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가지로 후세에 사는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주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삭제

            • 난초나라(kjkyj) 2019-05-25 02:51:16

              남한산성의 영화 포스팅 해주셨군요! 저도 남한산성의 영화를 잘 보았습니다.. 영화보다 이영준 역사가가 해석한게 개인적으로 더 재미있더라구요! 객관적인 시선에서 볼 수 있어서요,   삭제

              • 78rang(78rang) 2019-05-24 20:08:51

                이런 토론을 보다 보면 화가 치밀어요,, 코앞에 닥치어 풍전등화가 되었을때 비로서 허둥되는 조정과 임금들이.   삭제

                • 억수로빠른 거북이(turtle7997) 2019-05-24 16:06:08

                  꽃'송이든'님의 글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말 보다 날카롭고 논리정연하며 설득력이 높습니다.^^
                  국회로 가셔서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이라도 한번 하시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삭제

                  • 소머즈(smzmr) 2019-05-24 15:06:18

                    역사를 돌아 보면서 현재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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