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오랜만에 산정호수로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미세먼지가 몇일째 심한 날이었지만 저녁이 되어서는 좋아져서 맑은 공기도 실컷 마시고 힐링되는 시간을 가진 것 같습니다.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짐을 풀고 산정호숫가로 점심꺼리를 챙겨나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친구들이 각자 요리를 한가지씩 준비해가기로 해서 다양한 요리들이 기대되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요즘 푹 빠져있는 중국식 바지락볶음을 해갔습니다.

역시 대히트입니다. 반응이 엄청 좋았습니다. 신랑에게 '땡큐'의 문자메세지를 보냈습니다. 고수를 처음 먹는 친구들도 고수 특유의 화장품맛 같은 거 모르겠다고, 바지락은 물론 고수도 아주 맛있다고 하네요. 

음식 냄새를 맡았는지 정체모를 개같은 녀석이 어슬렁거립니다. 야생들개다, 이리다, 늑대다 하네요.. 아니, 이런 곳에 무슨 늑대가 있냐.. 늑대는 코가 더 길다. 무섭다. 쳐다보지 마라. 일루 오면 어떡하냐 그러는데 한 친구가 '저건 고라니야' ㅋㅋㅋ 고라니라니.. 고라니는 사슴과인데 저건 암만봐도 개다. 상당히 마른 걸 보면 아무래도 유기견이 야생에서 떠돌고 있던 걸로 생각됩니다.

점심을 먹고 산정호수 둘레길을 돌며 사진들을 찍다가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대략 저녁 6시부터 본격적인 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스타트는 역시 고기입니다. 직접 키웠다는 유기농 채소들과 버섯, 등심을 구어 소주도 한잔씩 시작합니다. 고기를 먹고 나니 벌써 배가 불러왔습니다.

고기를 굽는 동안 앉혀놓은 등갈비 김치찜이 완성되었습니다. 친구 어머니의 묵은지가 아주 기가 막힙니다. 배가 불러서 등갈비를 3개 정도 먹고나니 더 먹긴 힘들었습니다. 술먹을 때 안주를 많이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술도 잘 안들어갑니다. 

그런데 국물이 생각난다며 다른 친구의 오사카짬뽕이 등장합니다. 하얀 나가사키 짬뽕을 잘 하는 친구인데 요번엔 빨간 오사카 짬뽕입니다. 모두들 맛있다고 합니다. 입이 짧은 저는 국물과 야채 몇개를 집어 먹었습니다. 저한테는 해물이 좀 비렸습니다.

아.. 등갈비와 짬뽕이 아직 남았는데 또 다른 친구가 꼬치구이를 올리고 있습니다. 대단한 친구들입니다. 베이컨, 소떡, 은행, 마늘꼬치에 못먹는 염통, 모래집, 닭껍질꼬치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베이컨, 은행 몇개 집어먹었습니다. 먹는 게 힘겹습니다.

드디어 수박, 오렌지 과일들과 과자, 후식류가 나옵니다. 먹는 데 지쳐 잠시 쉬고 있는데 늦게 한 명의 친구가 도착했습니다. 모임이 더욱 활기차졌습니다. 12시가 다 되어 갑니다. 이제는 자야하는데 수다가 끝이없습니다. 지하 편의점이 문닫을지도 모른다며 친구 두명이 맥주를 사러 내려갔습니다. 세상에 맥주를 큰걸로 12캔이나 사왔습니다.

놀랠 '노'자입니다. 그 늦은 시간에 불떡볶이와 마른 오징어가 나옵니다. 떡볶이 한개 맛만 봅니다. 사육여행입니다. 끝없이 먹이고 살찌우는 사육여행이요 ^^;;;

먹다 지쳐 듣기만 하다가 자러 들어갔습니다. 몇몇은 저처럼 12시면 자야하는데 몇몇은 새벽까지 떠들고 먹습니다. 체력들이 끝내줍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지하 사우나에 갔습니다. 원래 12000원인데 투숙객할인을 조금 받는 걸로 알고 갔는데 6천원이었습니다. 엄청 싸죠.. 시설도 좋고 온천물이라고 하는데 물도 매끌매끌 정말 좋았습니다.

서울에서 1시간 정도인 산정호수는 1박2일로 다녀오기에 거리도 가깝고 폭포도 있고 호수도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눈이 시원해지는 푸르름을 한껏 보고 수다도 실컷 떨고 다양한 음식도 맛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매달 가자고 하는데 저는 체력이 딸려서 분기별로 1번씩만 따라가겠다고 했습니다. 싫대도 질질 끌려가게 되겠지만요 ㅎㅎ

은빛태양을사랑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