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지릉 거리며 '나 왔다고' 존재감 발산하는 매미소리가 엄청나게 울리겠습니다.

매미..는 저에게 좀 특별한 소리입니다.

고향에서 공시 실패하고 이리저리 마음 헤메며 감정이입을 했던 것이 매미였습니다.

나름 공부한다고 했지만 공무원 시험이라는 것이 수능과 대입시험과는 완전 다릅니다.

것들은 성적에 맞춰 어디든 가려고 하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공무원 시험은 오로지 두 가지 패..합격과 불합격으로만 나뉘는 싸움인지라 0.1점 부족한 낙방도 그냥 실패인 것입니다.

허리 아파 끙끙거리는 엄마..두 오빠들때문에 다니던 대학공부를 중단하려는 여동생..

아버지는 안계시고 장남으로서 돈 벌어와야 하는 제가 .. 굴 같은 방에서 묵묵하게 공부를 해야만 했던 상황이 벅차고 힘들었습니다.

필사의 합격만이 이들의 삶을 보상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에어컨도 없이 오래된 선풍기를 바람삼아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대충 닦아내고,땀띠로 엉덩이가 쓸려도 쉽게 일어날 수 없던 마음은 '내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었습니다.

책임감이 벽돌처럼 쌓아 올라갑니다.

한 벽을 다 채우고

또 다른 벽을 채웁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벽은 깊은 우물벽이 되어 저를 옹좁한 우물 속으로 밀어내버립니다.

이리저리 제 감정에 취해 흔들거릴 때 한 낮의 매미소리들이 굉장한 소리로 제게 달려들었습니다.

지릉 지릉 거리는 소리.

듣기 싫은 소리.

7년 땅속 긴 기다림의 끝이 단 2주간의 삶.

찰나의 시간만이 허락된 그들이 나와 할 수 있는거라곤...생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필살의 지릉거림이 굉장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이 때 어머님한테 많은 짜증을 부렸습니다.

가난이 죄라고 내 모든 것들의 책임이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라곤 생각하니 악만 남은 듯 합니다.

아파서 끙끙 거리는 엄마의 뒷 모습도 화가 나고

제 꿈만 위해서 그림만 그리는 동생도 힘들고

이왕 들어간 학교 열심히 장학금 받아가며 공부할 생각 안하고 학업을 중단하려는 동생의 희생감도 왠지 저에게 무언의 시위 같아 것도 미웠습니다.

못난 감정은 더 못나게 파여 본연의 형체도 잊어버려 그냥 벌레가 되 버린 것 같습니다.

하...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못난 저에게 크게 야단을 치고 별것 아닌 일에 시간 낭비했다고

충고도 해줬을텐데..

군대도 다녀온 놈이 사춘기가 그 때 찾아왔었나 봅니다.

질풍 노도의 시기..암흑으로 흑화되어 악만 남은 못난 사람.

매미의 울음소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짝짓기의 소리입니다.

내게는 기껏 시끄럽고 짜증나는 소리였지만 그들에게는 생을 연결시키는 필적의 소리였습니다.

같은 사내로서 그들의 찰나가 저보다 더 큰 사명감 이라는 것 압니다.

작년에는 매미 소리를 들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매미 소리는 그 때 제 못난 감정들이 떠올리게 하는 아픔의 소리입니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라는 표현 전 공감합니다.

미숙했던 내가 있기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끊임없는 변태를 통해 좀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 나고 싶습니다.

아마도 사춘기가 왔었듯이 사추기가 제게 찾아오겠죠?

그 때는 못났던 사춘기 시절의 저를 기억하고 좀더 원숙하게 대처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의 희생덕에 우리 식구 굶지 않고 잘 살 수 있었습니다.

짜증 많았던 나의 못남..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우발적으로 서울로 기습 상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가족들 사랑하기때문에 할 수 있었던 방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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