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Today's Mission
아끼다 X되도 좋은 것

 

저는 1년에 선물을 두 번 받습니다. 하루는 생일이고 또 하루는 스승의 날입니다.

아들녀석과 조카녀석들이 어릴 때부터 중학생이 될 때까지 공부를 가르쳐온 선생님이라서 그렇습니다.

아들 녀석도 이쁘지만 조카 녀석들은 성씨가 같고 오빠를 쏙 빼닮아서인지 정말 이쁩니다. 어릴 때 세 녀석이 놀고 있는 걸 보면 귀여운 강아지 세 마리가 물고 뜯고 노는 것 같았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거나 식당 같은데 들어가면 꼭 한마디씩 들었습니다. ‘와.. 아들만 셋이에요?’ 하고 부러운 눈초리도 있고 ‘힘들겠다’ 하는 측은한 눈빛도 있었습니다.

늘 같은 동네에 살면서 어쩌면 그 아이들의 엄마 아빠보다 저랑 시간을 더 많이 보내와서 그런지 정말 제 자식들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녀석들이 제게 주는 크고 작은 물건, 선물들은 너무 아까워서 아무것도 먹지도 쓰지도 못합니다.

작게는 젤리, 사탕, 필통, 거울부터 제가 아기자기하고 이쁜 것, 특이한 걸 좋아하는 걸 알고 인형, 카카오 캐릭터 수건, 장미꽃, 모형맥주잔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얼마 전 스승의 날에는 작은 조카아이가 국화꽃 화분을 들고 왔는데 ‘정말 센스가 있다. 크게 될 녀석이다’ 칭찬해주고 애지중지 키웠는데 시들시들해서 작은 밭으로 옮겨주었는데도 죽어버려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동생은 국화꽃을 들고 왔는데 선물을 못 가져온 큰 조카아이는 ‘중간고사에서 전교 5등을 했으니 누구보다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니냐’며 으쓱으쓱합니다. 그 말이 맞다.. 인정! 하고 엄지척을 해주었습니다.

 

 

어린 아기들이 커가면서 점점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이 줄어들어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훨훨 날아가야 하니 그저 잘 지켜봐주고 필요한 건 도와주는 게 앞으로의 제 역할인 것 같습니다.

아끼고 아끼다 X되도 좋고, 못쓰게 되어버려도 영원히 간직할 것은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들이었습니다.

 

9
0
I love this posting (Send donation)
로그인

은빛태양을사랑할래의 다른 포스트 보기
Comments 11개, 60자 이상 댓글에는 토큰 20개 (BUGS)를 드립니다.
20 tokens (BUGS) will be given to comments longer than 60 characters.
Show all comments
  • Tanker(icarusme) 2019-06-13 08:55:36

    조카가 아니고 거의 직접 키우는 자식같은 존재들이네요.
    X이 아니고 점점 보물이 되어 가는 물건들이네요,
    잘 보관하세요.   삭제

    • 78rang(78rang) 2019-06-13 06:01:51

      소품들이 주는 즐거움,, 더욱이 그것들이 먼 훗날 기억의끈이되고 추억의 끈이 되어줄수 있어 참좋지요, 정작 얘들이 성년이되어 주고도 잊어버린 그런 소소한 이야기 거리가 되살아 나는 끈이되곤 하더라구요   삭제

      • 난초나라(kjkyj) 2019-06-13 02:35:40

        국화꽃이 죽어서 너무 슬펐겠습니다..ㅠㅠ 저도 선물을 받으면 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쓰는게 좋은 거 같더라구요~!   삭제

        • Joogong(7paradiso) 2019-06-12 22:30:30

          오랜만에 감동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 후원하고 갑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까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삭제

          • Joogong(7paradiso) 2019-06-12 22:29:38

            이런 귀한 보물들은 정리대상에서 제외
            하시는 대신 보물상자를 만드셔서
            날짜, 사연 메모해 두시면 훗날 감동일텐데요

            저는 유치원다닐때 모자랑 가방이랑
            유니폼을 어머니께서 간직하고 계시다가
            주셨는데

            그걸 보는 순간 영화필름이 돌아가듯
            주마등처럼 많은 추억들이
            수면위로 둥둥 떠다녔습니다.
            오래토록요^^   삭제

            • 송이든(widely08) 2019-06-12 21:42:25

              선물에 담긴 고마움의 의미가 크기에 흐뭇하고 행복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주는 선물은 말그대로 정성이고 고마움이니깐요.   삭제

              • kjh8613(kjh8613) 2019-06-12 19:52:15

                처가에 가면 와이프가 어렸을 땐 줬던 꽃이며 편지며 기타등등 장모님이 버리지 못하고 다 가지고 계십니다.와이프의 어린 시절 본 적 없지만 그것들을 보며 와이프의 어린 시절 그려봅니다.장모님에게는 언제나 가장 소중한 것들이겠죠?은빛님에게도 조카분의 사랑이 보여집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6-12 19:23:32

                  따뜻하고 살가운 얘기 듣습니다.
                  아이들 마음 받고 간직하는 마음이 소중한 마음이 누리에 번지는듯 합니다.
                  멋져요   삭제

                  • sdjohn(sdjohn) 2019-06-12 17:35:23

                    우와~ 추천, 후원 쏘아요.
                    어린이의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세상이 좀 평화롭고 정의로울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클까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6-12 14:50:45

                      조카에게 그렇게 사랑받는 고모가 또 있을까요.
                      좋은 관계네요.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선물들 사진에 흐믓합니다.^^   삭제

                      • 박다빈(parkdabin) 2019-06-12 12:45:44

                        감동이네요. 아끼다 X되어도 좋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들어왔는데..^^
                        쓸모가 적더라도 거기 마음이 있어
                        오래 간직하게 되는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사물에서 온기를 느끼는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   삭제

                        icon인기 포스트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