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신혼기간을 ‘허니 타임(honey time)’ 이라고 한다, 즉 꿀맛처럼 달콤한 시기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깨가 쏟아진다"라고 표현한다. 이런 꿈같은 신혼이 지나면 빈껍데기 같은 결혼생활만 남게 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연애와 신혼 때 했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나이에 따라 부부가 자는 모습도 사뭇 다르다.

20대 부부는 껴안고 잔다.

30대 부부는 손을 잡고 잔다.

40대 부부는 서로 천장을 바라보며 잔다.

50대 부부는 서로 등을 돌리고 잔다.

60대 부부는 각 방에서 잔다.

70대 부부는 서로가 어디서 자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줄어든다.

“사랑은 무엇일까?” 수세기 동안 많은 철학자들이 던진 질문이다. 쉬운 것 같지만 생각만큼 답하기 쉽지 않다. 당신은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랑에 대한 정의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누군가 내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처음에는 이성이 너무 좋다. 일명 사랑에 빠진다. 그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는 순간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찾아 떠난다.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사랑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고 사랑의 감정은 다시 사라진다. “사랑을 한 걸까? 아니면 사랑한다고 착각한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쇼핑 호스트로 유명한 김효석 씨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분은 내가 아내에게 하고 있는 방법과 비슷한 방법으로 아내를 대하고 있어 관심이 갔다. 강연의 일부 내용이다.

아내가 둘째를 낳고 심각한 산후 우울증이 왔습니다. 새벽 3시쯤 잠결에 눈을 떴는데 아내가 제 넥타이로 자살시도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가만히 두면 아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모든 방송스케줄을 취소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집에서 돌봤습니다. 6주가 지날 때쯤 아내의 우울증이 거의 완치되었습니다. 제가 그 6주 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아시나요?

항우울제는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이 중에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여자는 쇼핑 할 때, 남자는 도박이나 게임 할 때 많이 분비됩니다. 하지만 도파민이 가장 많이 분비될 때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바로 ‘사랑할 때’ 입니다.

그래서 아내를 다시 사랑하기 위해, 신혼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1주일 동안 “이 여자는 낯선 여자이다. 오늘 처음 본 여자이다”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연애 때 찍은 사진을 보며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딱 1주일이 지나자 아내 얼굴을 보는데 진짜로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조금씩 회복되더니 3주가 지나자 아내가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6주 후에는 외출도 하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여기에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음에 없어도 사랑하는 척? 행동하면 사랑이 생긴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왜냐면 나도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난 안될 것 같아.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경험담을 알려주고 싶다.

연애 때 여자 친구가 내게 지어준 별명은 ‘로봇(Robot)’ 이었다.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부산 출신에 아버지는 조선시대에나 볼 수 있는 가부장 중의 가부장이었다. 유년시절 아버지는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셨고 물도 직접 떠서 드시지 않았다. 밥을 차려주지 않으면 절대 식사를 하지 않으셨고 잘 먹겠다는 말 한마디 없으셨다. 길을 걸을 땐 언제나 앞장서서 어머니와 따로 걸으셨고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소리를 지르고 밥상을 엎곤 하셨다. 무뚝뚝함으로는 세계 랭킹 5위안에 들만큼 상 남자 같은 분이셨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도 부지불식간 아버지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아버지와 비슷한 유형의 남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었지만 감정 없는 로봇 같은 행동은 지속되었다. 잘 고쳐지지가 않았다. 결국 여자 친구는 내게 로봇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떨까? 결혼한 지 6년이 넘었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면 아내와 포옹을 하고 아침밥을 준비한다. 하루에 한 번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1년에 최소 5번의 기념일을 챙긴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과 편지를 주고 아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가 같이 퇴근한다. 길을 걸을 땐 내가 먼저 아내 팔짱을 낀다.

곰이 동굴에서 100일 동안 마늘만 먹고 인간이 된 것처럼 나도 결혼하고 로봇에서 인간이 되었다. 어떻게 로봇에서 자상한 남자로 변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의식” 이다. 아버지와 같은 무뚝뚝한 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아내를 계속 사랑하기 위해 부단히 의식하고 노력했다. 이런 의식들이 모여 습관이 되고 내 행동들이 바뀌게 되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그만큼 의지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Maybugs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