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최초의 산악영화는 언제 무엇이었을까요?

그 답은  전후 혼란도 채 가시기전  1959년 9월 12일, 서독에서 만든 "알프스 빙벽에의 도전"입니다. 누가 주도했을까? 내용은 어떠했을까?  야심차게 기획한 그 영화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입니다.

영화 팜플렛입니다

손바닥만한게 아니라 자그마치 A4용지 두개 사이즈, 지질은 소위 '똥종이'가 아니라 최고급입니다.5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원조한 종이들이라 60년대 국산 제작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제목은 여느 영화처럼 빨간색으로 했고요. 색감처리가 어슬프긴 하지만, 칼라라는 것을 유념하면 야심차게 만든 걸로 보입니다.

하단에 서독산악회감수제공. 한국산악회특별추천제공, 문교부 추천이라고 적혀 있고, 펜글씨로 92.9.14. Academy라고 적혀 있습니다. 단기 4292년을 말할테니 서기 1959년이 됩니다.

뒷면은 깨알같이 빽빽하게 영화와 독일 산악계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1959년 과연 누구의 작업일까요? 이렇게 온축된 지식과 고구정녕한 마음을 가진 분은 손경석 선생님 말고는 없을 겁니다.

이 추측은 고스란히 맞아 떨어집니다. 아래는 CSI 등산박물관)을 해 보았습니다.

산악계 공식기록이 거의 없는 1940년대부터 60년대까지의 일화를 담은 '등산일기'입니다. 어쩌면 한국등산사는 "손경석에 대한 각주쓰기"에 불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1957년 벽두에 손경석은 진로의 갈림길에 선다. 경향신문 당시 사장이었던 한창우로부터 입사를  권유받았다. 유학도 고려하였다. 그 시절 유학은 학계나 관계로 진출할 요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장이라는 이유로 취업을 결심한다.

           포스터 뒷면에 있는 사진. 얼핏 보기에 이탈리아 돌로미테 연봉 같다.

1957년 일기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천국'은 2차대전에 패전한 이탈리아인들이 영화에 빠져든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그 시절에는 온 국민이 영화에 몰입하던 시절이라 영화사는 제법 돈이 되는 성장산업이었을 것이다.

1957년 12월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산만을 생각하는 그의 성정이 잘 드러난다.

1960년 장면 총리의 밀명을 받고 일본에 건너가서도 일본산악회 인사들과 교유했던 그답다.

               *누가 이렇게 빽빽하고 곡진하게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까?

58년 일기에는 이렇게 적고 있다.

한국산악회 등 당시 산악인들이 언제 이 영화를 보았는지, 감회는 어떠했는지는 앞으로 당시 자료를 발견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1959년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해서 1959년 9월 12일(추정) 영화는 아카데미 극장에 걸리게 된다.

당시 영화 포스터이다. 

영화는 3일간으로 9월 14일 끝나게 예정되어 있지만, 15일까지 연장하였다. 그해 12월에 재상영되었고, 1961년 여름에도 다시 상영되었다.

일반 400원, 단체 200원, '특별 유료시사회. 한국산악인에게 주는 서독 알프스 빙벽과 도전하는 사나이들'이라는 문구가 눈에 띤다.

그리고 좌측에 있는 사진은 우리에게 눈이 익다.

그건 바로 프랑스 50년대를 대표하는 가스통 레뷔파가 에귀 뒤 미디 봉을 오르는 모습이다.

이런 자료와 컨셉은 영화계는 물론이고 당시 한국산악회에서도 녹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은상, 이숭녕, 홍종인 등 당시 지도부는 워킹산행을 할 뿐이고, 전문산행은 김정태를 위시하여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외국자료에 대해 그리 심도있는 접근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손경석의 자료와 기획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이 영화에 관한 손경석의 일기는 이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는 영화사에서 등산기록들을 슬라이드로 만들고 동시녹음까지 하면서 등산다큐를 제작해 보기도 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렇게 해서 1959년 아마 최초일 산악영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손경석 선생님은 이런저런 지면과 책에 회상의 글을 많이 싣고 있습니다. 관련 글을 더 발견하는대로 업데이트 하도록 할까 합니다.

등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