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날 떠나지마’로 데뷔할 당시 박진영은 모든 것이 충격이었다. 개그맨도 아닌 가수라고 하기엔 고릴라 같이 못생긴 외모, 창법, 비닐 바지 패션, 춤까지 모든 것이 파격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섹시 여가수는 있었지만 섹시함을 내세운 남자가수는 없었다. 검정 속옷이 훤히 비치는 비닐바지를 입고 엉덩이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은 남자가수로는 사상 최초로 섹시코드를 강조한 것이었다.

사실, 박진영이 잘생긴 오빠, 귀여운 오빠는 되기 어려웠을 테니 본인에게 맞는 컨셉을 무지 잘 잡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날 떠나지마’ 이후로도 ‘너의 뒤에서’, ‘청혼가’, ‘엘리베이터’, ‘그녀는 예뻤다’ 등 히트곡 행진은 계속되었고 화끈한 댄스와 야릇한 느낌의 안무도 계속되었다.

또한 1990년대 엄정화, 코요태, R.ef, DJ DOC, 룰라, 노이즈, 구피, 클론 등 셀 수도 없는 댄스가수들이 열풍을 일으키며 나이트클럽의 전성기를 이룬 그 중심에 타고난 댄싱머신 박진영이 있었다.

그 후 제작자로서의 박진영의 행보를 보면 디스코 명곡 ‘아이 윌 서바이브’를 리메이크한 ‘난 괜찮아’의 진주가 처음으로 내놓은 가수였고 성인식의 박지윤, 국민 아이돌 지오디, 월드스타 비, 놀라운 소녀들 원더걸스, 짐승돌 2PM, 2AM, 미쓰 에이, 다국적 아이돌 트와이스까지 JYP사단이라 불리며 그의 손에서 꽃피운 가수들이 차고 넘친다.

그렇게 최고의 댄스가수로, 제작자로 뛰어난 활약을 펼쳐온 박진영이 2015년 7월 무한도전의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 참가해서 그때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능프로에 거의 출연하지 않았던 그가 대한민국 대표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순수하고 어눌하기까지 했다.

행사 무대에서 쓰일 효과음을 두고 벌인 퀴즈에서 정답인 ‘수와진’을 말했는데도 다른 출연자들이 ‘소화제’로 들렸다고 우기자 정말 울먹거리기까지하며 앙탈을 부려 대박웃음을 자아내고 친근하고 귀여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것이었다.

그 후 2016년 4월, 박진영은 다시 한번 비닐바지를 선보이며 신곡 '살아있네'를 발매했다.

“레코드 판이 카세트가 되고 카세트 테잎이 CD로 바뀌고 CD가 다운로드 S트리밍이 되도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도 살아있네”는 자신의 가수 생활의 역사를 총망라한 곡이었다.

“10년은 되야 가수라고 하지 20년은 되야 스타라고 하지 30년이 되면 레전드라 부르지
그래서 이렇게 아직도 난 배가 고프지”

마지막줄의 ‘그래서’가 ‘그래도’로 바뀌어야 의미가 더 맞을 것 같다. 대한민국 대표 섹시 댄스가수로, 최고의 제작자로 이미 레전드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그의 음악인생은 계속될 테니까 말이다.

100점 만점에 100점 드리며 응원합니다. 

은빛태양을사랑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