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나는 혈액형이 대단히 중요한 건 줄 알았다.

혈액형 다른 사람하고는 음료수도 나눠 마시지 않아야 좋은 건 줄 알았고

혈액형이 진짜로 사람의 성격을 가름하는 줄 알았다.

오죽하면 혈액형 별 성격을 모아 놓은 책 같은 것도 발간되었다.

그리고 그런 책은 항상 교실 어딘가에 있어,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의 손을 탔다.

나는 AB형이다. 그래서 괴짜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천재 아니면 바보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었다.

또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O형이나 B형 같은데 AB형이라니 신기하네요."

같은 소리도 여러 번 들어 보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웃었다. 

O형이나 B형 같다는 게 무슨 뜻인지 막연해서였다. 

6월 14일은 ABO식 혈액형이 처음 발견된 날이라고 한다.

발견 연도는 1900년이다. 

지금도 가끔 혈액형을 묻는 사람을 만난다.

누가 나에게 혈액형을 물으면

나는 "뭐일 거 같아요?" 되묻는 편이다.

그리고는 질문자의 의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미신일 거라고 해도, 혈액형 또한 대화의 소재가 되니,

혈액형 얘기를 하며 재미가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나,

요새는 그런 생각을 한다. 

내 주변에는 AB형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왜인지 모르겠다. 드문 혈액형이라던데.

AB형은 국내에서도 적고 세계에서도 적단다.

우리나라보다는 세계에서 AB형이 더 적다는 얘기가 있다.

절반 정도라고 했던가. 

한때 AB형은 모든 혈액의 수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정말 그런 줄 알고 좋아했는데, 사실은 아니라고 해서

조금 실망했던 어린 날의 기억도 있다. 

나는 저혈압이라 태어나서 헌혈을 한 번도 못해 봤는데

나중에 헌혈을 할 수 있게 되면 부지런히 하고 싶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