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에 사랑 하나는 담고 있지 않을까?
가슴 속에 잠겨 있는 러브스토리 하나 쯤 있지 않을까?
아버지는 아주 젊어서부터 일기를 쓰셨다. 내가 분명 어려서 아버지의 일기장을 봤다면 아버지의 사랑에 배신감이 들었을까, 어떤 형태로든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으로 아퍼봤고, 이별이란 감정이 얼마나 쓰라리다는 것을 알았고, 통제되지 않는 감정으로 수많은 무기를 집어드는 상상을 하기도 해 봤기에 아버지의 일기장 속 러브스토리가 아버지가 아닌 한 남자로 애틋했다.
부모들의 반대로 서로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던 두 남녀의 운명과 그 운명앞에서 아버지라는 한 남자는 좌절했고 잠들지 않는 뇌를 압박하며 가슴을 짓눌러야만 했던 것이다.
자식으로서 엄마를 생각한다면 아버지의 가슴에 잠겨있는 이 러브스토리를 원망해야 되는 거지만, 아버지가 그렇게 많은 세월 가슴에 그 여인을 품고 사신거라면 '우리 엄마가 너무 불쌍해지잖아' 그래야 하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한 남자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애틋할 뿐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 안에 러브스토리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일 것이다.
오랜 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사랑이 아직도 우리의 가슴을 적시듯,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출연한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영혼이 되어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떠날 수 없는 애틋한 사랑에 우리는 마음을 다해 그들을 응원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영화는 실제 인물을 다룬 이야기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커버사진을 찍기 위해 워싱턴에서 온 사진작가가 우연히 시골 가정집 프란체스카를 만나 나흘간의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죽을때까지 가슴에 품었다.
로버트 킨케이드라는 사진작가와 프란체스카는 중년의 나이에 만났다. 물론 로버트는 이혼남으로 자유로웠지만 프란체스카는 유부녀였다.
로버트가 로즈먼 다리가 어디냐고 길을 묻게 되었고, 프란체스카가 동행하여 다리까지 안내하다 그들은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비운 나흘간 프란체스카는 로버트 킨케이드와 꿈같은 사랑을 한다.
가정을 버릴 수 없는 프란체스카와 그녀를 사랑하지만 떠날 수 밖에 없는 로버트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며 두 사람만의 사랑을 가슴에 잠가놓고 서로를 그리워 하면서도 서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각자의 삶을 존중해주고 마음속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리고 남편이 죽자 프란체스카가 연락을 취해 보지만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후 그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의 유품과 편지가 그녀에게 전해진다.
그녀는 그의 소중한 물건들을 은행금고에 넣어놓고 자신의 생일날 그걸 꺼내놓고 자신들의 사랑을 회상하고 추억했다.
그녀를 간절히 그리워하던 로버트 킨케이드의 유골이 로즈먼다리에 뿌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프란체스카 역시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로즈먼 다리에 뿌려지기를 간곡히 청하고 떠났다.
아무리 두사람이 절절하고 사랑했어도 자식들에게까지 과연 불륜이 아닌 사랑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하고 염려했지만 두 남녀의 강렬한 이끌림은 아이들에게 불륜임에도 엄마의 사랑에 감동했으며 책과 영화로 세상에 나오게 만들었다.
한 남자를 사랑했지만 이 생에서는 너희들 엄마로 너희들 아빠의 아내로 최선을 다했으니 죽어서는 저 사람의 연인으로 살고 싶다는 한 여인의 사랑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내가 아버지의 가슴에 품은 사랑을 애처롭게 여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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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프랑스 투르라빌의 귀족집안 남매 줄리앙과 마가렛의 금지된 사랑은 또 어떤가?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 놓음에 모자름이 없었던 프랑스귀족 남매의 실제 로맨스가 몇 세기를 건너 현재에 이르러서도 그들의 사랑은 금지된 사랑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우리는 더 안타까워하고 더 애달퍼한다.
러브스토리는 저마다의 색으로 가슴에서 피어난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지적 충만을 위해 머리를 채우려는 것도 있으나 허한 가슴을 채우려는 것 또한 크지 않은가?
누군가의 삶을 통해, 누군가의 사랑을 통해 채워지는 가슴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보다 가슴에 채워지는 감정들로 살아가는 그저 한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현실에서 사랑을 치워버린 것이 아니라, 현실로 인해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슴을 드러내보이지 않을 뿐이다.
100년이 지나도 이렇게 세기의 러브스토리가 후세에도 그 후세에도 세상에 나오려고 할 것이다.
어떤 사랑이든 누군가의 가슴에서 꽃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타입캡슐에 내 가슴에 묻어둔 러브스토리를 넣어두고 싶다.
사랑했지만 자존심이 더 커서 떠나보낸 사랑에 후회를 안고 살아온 나, 잡으면 잡힐 수 있는 거리임에도 자존심이 사랑보다 커서 결국 인연이 되지 않은 사람,
그렇게 자존심 하나로 놔 버린 과거 어느 도도하기 짝이 없는 내 젊은 날의 나자신을.
한 때는 소식이라도 들려올까 헛한 바람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끊어진 연이라면 굳이 들어 무얼 할 것이며, 굳이 만나 무얼 할 것이며, 굳이 가슴 밖에 내놓고 채찍질을 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지난 사랑이다. 그리고 살면서 희미해져버린 사랑이다. 그 사랑으로 인해 가슴이 뜨겁다거나 차갑다거나 온도를 느끼지 못하는 사랑이다.
그저 어느 한 시기에 이런 사랑을 한 여자가 있었다. 사랑하면 잡아라. 사랑하면 놓지 말아라 하는 교훈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한 개인의 러브스토리도 세상사람들의 가슴에 가 닿으면 이름이 붙지 않겠는가?
비극적인 사랑이니, 금지된 사랑이니, 어리석은 사랑 정도로 그렇게 다음 세상에서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구가 보존되고 있는 이상 살아있는 모든 생물체들이 사랑의 가치를 아름답게 승화시키며 저마다의 감정을 드러내고 받아들임에 거리낌이 없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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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K스타모델콘테스트조직위원회 발대식 및 임원위촉식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