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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정명 (46)

 

(46)

그나마 놀라 뒤로 자빠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더라면, 큰 망신을 당하게 되었을 상황이었다.

잠시동안 그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후원군의 장수가 다가왔다.

그에게는 항상 통역관이 붙어 다녔다.

아마도 혼합작전이라 통역관이 항상 붙어 있으라는 명을 받은 것 같았다.

“ 무슨 일이오? ”

하르가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 아무 것도 아니오. 참, 혹 이 자에 대해 아는 것이 있소? ”

“ 그 자는 복왕의 손님으로 있던 자라고 하오. 일섬쾌도(一閃快刀)라는 명호를 가진 자로 아주 뛰어난 강호인 중 하나라고 들었소. ”

하르가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 이런 자들이 명나라에 많소? ”

“ 하하하! 그렇지는 않소. 그런 자들이 많았다면, 명나라가 유지될 수 있었겠소? 저 자 정도의 실력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요. 보통 저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자들은 수련을 한다고 속세를 떠나 있는 경우가 많고, 세상사에 관심이 없소. 본관이 듣기로는 저 자는 과거의 인연 때문에 나왔다고 하더이다. 결국 저런 꼴이 되었지만 말이오. ”

“ 그럼 보통 강호인이라 부르는 부류의 실력은 어떻소? ”

그 장수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 그 수준이라는 것이 천차만별이라서 뭐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소. 다만, 훈련받은 관군을 상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하오. 배타적인 성격이 강해서 세력화되기 힘들다고 들었소. ”

그의 말에 하르가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강호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은 편이었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들은 것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가 있었다.

다른 고위 관료들도 그렇지만, 소닌도 강호인에 대해서 우려를 하였다.

그들이 조직적으로 저항을 해 오는 경우에는 난처한 지경에 이를 수 있음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반란세력들의 진압에 오삼계 등이 이용되고 있는 편이었다.

명나라 사람들의 반감도 문제였지만, 청나라 군사들의 피해를 줄이자는 의도도 있었다.

오삼계 등 항장(降將)들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전공을 세워 자신들의 직위를 견고히 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명을 따르고 있었다.

전투를 통해 세력을 흡수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자신의 세력을 넓히게 되면, 나중에 청 조정에서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도 있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힘을 가지게 되어, 청조정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천하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 그런데, 이 자가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이오? ”

“ 이자성을 찾으러 온 것으로 보이오. ”

하르가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을 본 장수는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 과거 이자성이 복왕을 죽였소. 아마도 복수를 위해 그를 쫓다가 엉뚱하게 우리와 부딪친 것으로 보이오. 우리는 그들이 이자성의 부하라고 생각했소. ”

하르가치는 대충 이해를 할 수 있었다.

“ 어떻게 할 생각이오? ”

“ 저들은 우리가 쫓는 사람들이 아니오. 굳이 소탕할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어차피 일섬쾌도가 죽은 이상, 우리에게 위협적인 인물도 없소. 우리는 구궁산쪽으로 움직일 생각이오. 곧 명령이 하달될 것이오. ”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자신의 부대로 돌아갔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 하르가치는 다시 한 번 시신을 쳐다보았다.

‘ 뭘 부탁한다는 말이었지? ’

그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처음 만난 상대였다.

아무리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에게 부탁할 이유가 없었다.

‘ 날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나? ’

잠시동안 생각에 빠져 있던 그는 자신의 부하들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 무슨 일인가? ”

“ 장군! 이동명령이 떨어졌사옵니다. ”

“ 알았네. 참, 저 시신을 이 근처에 묻어 주도록 하게. ”

“ 알겠습니다. ”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 여진족은 적에 대해 관대한 편이었다.

 

#자작소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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