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韓人)은 한 손으로 먹고 양인(洋人)은 양손으로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한 손으로 젓가락질을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식사를 한다. 이러한 풍경을 두고,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는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를 하는 서양 사람을 고양이에 비유하고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동양사람을 새에 비유한 적이 있다. 

 포크와 나이프가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의 발톱이라면 젓가락은 먹이를 쪼아 먹는 새의 부리이다. 이렇게 찢어 먹는것과 쪼아 먹는 식사방법의 차이 때문에 서양 문화와 동양 문화의 사이에 분명한 선이 그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식사법이나 도구 사용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먹는 한국인의 손재주가 생명 과학을 발전시킨 근원이라고 자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내세워댜 할 것은 젓가락질 자체보다는 그 젓가락을 낳게 한 정신(精神)이다. 그렇다면 그 정신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고 명확하다. 백 가지 천 가지 이유에 앞서 우리가 젓가락을 쓰게 된 것은 우리의 모든 음식이 한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차려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음식을 만든 사람이 서양 음식인 비프스테이크처럼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콩째로 내놓았더라면 우린들 별수 있었겠는가, 서양 사람들처럼 칼이나 포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을 차리는 사람이 먹을 사람을  생각하여 야채든 생선이든 고깃덩어리든 부엌에서 미리 식칼로 도마질을 한다. 긴것은 자르고 큰 덩어리는 쪼개고 딱딱한 것은 다진다. 그래서 볶고 지지는 소리만 들리는 서양의 주방과는 그 장면의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의 음식은 마치 음악과 같이 리듬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도마질 소리만 들어도 음식을 만드는 아낙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화가 나 있을 때에는 뚝딱뚝딱 큰소리를 내고, 기분이 가볍고 상쾌한 때에는 똑딱똑딱 가벼운 소리를 낸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바가지 긁는 소리를 낼 때도 있다. 

 그래서 큰 잔치라도 벌이는 날이면 마을 아낙네들이 모여 타악기 공연을 벌인다. 고추를 빻는 절구 소리, 식칼 자루로 마늘 다지는 소리, 생선 토막 내는 소리, 다듬이질하는 소리처럼 우리 특유의 장단으로 신나는 가락을 만들어 낸다. 

 서양에도 '키친 보드' 라는 조리대가 있지만 도마와는 기능이 다르다. "도마에 오른 고기."라는 우리의 속담도 영어로 옮기면 '게임은 끝났다.(the game is up)'라는 싱거운 말로 표현될 뿐이다. 도마 없는 서양요리는 무엇이든 먹는 사람이 칼로 썰어 먹어야 한다. 또 스파게티는 젓가락으로 먹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면발의 굵기에서 길이에 이르기까지 국수와 달라서 고깃덩어리를 썰 때처럼 양손을 써야 한다. 빵에서부터 샐러드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먹거리는 하나같이 덩어리가 기본이다. 

 서양에서는 요리를 하는 사람은 요리를 하는 사람이고, 먹는 사람은 먹는 사람이다. 따로따로 제 역할만 하면 된다. 서양 음식의 기본은 독립성에 있다. 같은 식구라 할지라도 따로따로 자기 앞에 나온 음식을 각자 썰어 먹도록 되어 있다. 우리처럼 언제든지 젓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갑작스레 찾아온 손님도 함께 먹을 수 있는 그런 상차림과는 다르다. 그러고 보면 서양의 포크와 나이프라는 것은 별것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와 비교하면 주방에 있어야 할 식칼과 도마가 식탁 위로 올라온 것에 불과하다. 

 젓가락이 상호 의존성과 관계를 중시하는 배려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면 포크와 나이프는 개체(個體)의 분리를 기본으로 하는 독립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젓가락에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담겨 잇다.  

바라보기(qkfkqh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