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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은경 칼럼〕(생각 하나가 머무는 시간)(26) 애인, 친구, 책을 비교한다면

 

 

제목 : 애인, 친구, 책을 비교한다면

 

예전에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여러 연령층의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맞히는 퀴즈가 있었다. 그중 재밌는 퀴즈가 있었는데 ‘평생 애인 없이 살기’와 ‘평생 친구 없이 살기’ 중에서 어떤 것을 사람들이 선택하는지를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답은 ‘평생 애인 없이 살기’였다. 조사한 사람들 중 70% 이상의 사람들이 애인보다 친구를 더 중요시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애인에 비해서 친구가 더 자신에게 잘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 같다. 애인과 싸우거나 결별할 때 위로해 주는 것은 친구인 경우가 많고 또 외로울 때도 위로를 해 주는 것은 친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애인은 가끔씩 적대적 관계에 있게 된다고. 그래서 애인은 늘 내 편일 수 없다고.

 

만약 사람들에게 애인, 친구, 그리고 여기에 책을 넣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면 어떻게 될까. ‘평생 애인 없이 살기’, ‘평생 친구 없이 살기’, ‘평생 책 없이 살기’ 중에서 가장 끔찍한 삶을 고르라면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이 중에서 ‘평생 책 없이 살기’가 가장 끔찍할 것 같다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나도 여기에 속한다. 내게 책이 없는 세상은 살맛 없는 세상이다.

 

애인은?

 

애인이 있어서 좋은 점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쁨과 달콤한 설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쁜 점은 상대에 대한 의무가 따른다는 점이다. 연애를 하면 언제든 상대가 불러내면 아무리 외출이 귀찮은 날에도 만나러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나가지 않는다면 상대는 섭섭해 하거나 화를 낼 것이다. 또 생일같이 특별한 날은 꼭 챙겨 줘야 하고 아플 땐 더 마음을 써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물론 사랑에 빠지면 그런 의무를 다하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여러 통계에 따르면 오래 사귈수록 달콤한 설렘도 점점 퇴색한다고 하니 오래 사귀면 애인으로 인해 귀찮게 여겨지는 일이 생길 듯하다. 결국 두 사람 중 더 좋아하는 쪽이 있기 마련이고, 더 성의 없는 쪽이 있기 마련이어서, 한쪽은 화를 내고 다른 한쪽은 화를 풀어 줘야 하는 관계가 되기 쉽다. 혹자는 ‘연애’하면 떠오르는 게 ‘스트레스’라고 했다. 연인 관계에서는 싸움이 많아지기 때문이란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주는 게 애인이란 존재가 아닐까 한다.

 

친구는?

 

친구는 애인에 비해 기쁨을 덜 주지만 스트레스도 덜 준다. 애인에 비해 서로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관심이 적어서 싸울 일도 많지 않다. 친구의 좋은 점은 늘 그 자리에 있어 준다는 점이다. 애인은 한동안 만나지 않으면 이별할 확률이 크지만 친구는 소원하게 지내다가도 언제든 만나면 예전의 친숙했던 친구 관계로 돌아가게 된다. 단점은 무관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구보다는 애인이나 가족을 더 챙기기 때문에 섭섭할 때가 생길 수 있다.

 

책은?

 

그러면 책은 어떠한가. 애인이나 친구를 만나는 일과 비교하면 책을 만나는 일엔 의무도 없고 섭섭함도 없다. 그저 흥미로운 책을 대할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이 생길 뿐이다. 싫증이 날 새가 없이 새 책은 매일 쏟아져 나와 설렘이 이어진다. 한번 책의 달콤한 열매를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자연히 책의 세계로 빠져 들게 된다.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도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으며(몽테뉴), 독서하는 사람은 참된 벗, 친절한 충고자, 유쾌한 반려자, 충실한 위안자가 없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M. T. 바로).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질

 

나에게 재능이 있다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질이다. 나에게 그 자질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책을 읽으면 어떠한 잡념도 사라지고 책 내용에 곧장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는 한 나는 행복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여길 것이다. 행복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타인에 대해 시기하지 않고 너그러워진다는 점이다. 시기심이란 자기보다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공연히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므로,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은 공연히 시기심을 갖지 않는다.

 

행복한 독서광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돈 많은 친구를 만나면, “넌 부자가 되거라, 난 책으로 행복할 테니.”라고. 옷을 멋지게 입는 친구를 만나면, “넌 멋쟁이가 되거라, 난 책으로 행복할 테니.”라고. 나에게 만약 ‘부자인 것’과 ‘책이 주는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책이 주는 행복’을 택하리라. ‘멋쟁이인 것’과 ‘책이 주는 행복’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책이 주는 행복’을 택하리라.

 

 

책이 넘쳐서 책장에 못 들어가고 있는 책들

 

 

책을 보면 참 잘생겼다고 느낀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볼 때면 또는 책이 방바닥에 쌓여 있는 것을 볼 때면 나는 그것의 잘생긴 외양에 감탄하곤 한다. 이보다 더 잘생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전자책의 출현으로 인해 종이책의 종말을 논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한 장 한 장 넘기는 종이의 질감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에 의하면 독서의 두 가지 동기는 독서를 즐기려는 것과 읽은 책에 관해 자랑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책에 매료된 적이 있는 사람은 즐거움을 얻으면서 동시에 자랑거리를 갖게 하는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

 

책과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책과 관련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사고 싶은 책을 고르는 것/ 새 책의 첫 장을 펼치는 것/ 새 책의 빳빳한 질감을 느끼는 것/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책을 읽는 것/ 책에서 외우고 싶을 만큼 좋은 구절을 발견하여 연필로 밑줄을 긋는 것/ 책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드는 것/ 독서광인 친구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책과 관련하여 내가 싫어하는 것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책이 구겨지는 것/ 내가 아끼는 책을 누군가가 빌려 달라고 하는 것/ 책을 재밌게 읽고 있는데 갑자기 외출할 일이 생기는 것/ 아끼던 책이 오래되어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는 것/ 책 읽으며 안구건조증이 느껴지는 것/ 전자책의 편리성 때문에 종이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신문 기사를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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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은경 pek05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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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칼럼#문화칼럼#버트런드 러셀#몽테뉴#M. T.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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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smine(jasmine) 2019-06-19 00:09:24

    책이 주는 행복에 100표 던집니다 저도 책을 읽으며 행복을 느끼며 슬프고 복잡한 머리를 식힐때도. 책을 활용합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죠   삭제

    • 송이든(widely08) 2019-06-17 16:06:59

      애인, 친구, 책 다 소유하고 싶네요. 책이 못 채워주는 거 애인이 채워주고, 애인이 못 채워주는거 친구가 채워주고 애인,친구가 못 채워주는거 책이 채워주죠. 다 있으면 금상첨화겠지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6-17 14:42:20

        책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이쁜 책들도 구경 잘 했습니다.
        읽다보니 pek0501님께 책과 비견하실 것이 없을것 같은데요.^^   삭제

        • crosssam(crosssam) 2019-06-17 01:59:29

          책꽂이에 넣을 수 없을만큼 책이 꽤 많으시네요 부럽습니다. 전 책이래야 전부 영어 문제집인데 ㅠㅠㅠ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말이죠. 영혼을 살찌우는 책들도 좀 읽어야 겠습니다. 깨우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

          • 필푸리777(osj78028) 2019-06-16 21:12:16

            서적을 많이 읽으시는 지식인이시로군요^^
            (씽~~ 하니 저도 맞팔, 맞댓글 와써여 )

            물질만능 세상에서 정신과학의 시대로 들어가니
            서양이 자꾸 동양으로 오는 것이지요

            동양철학만으로는 정신과학을
            완성할 수 없으니

            서양의 과학이 들어와서 융합하고 상생하는
            정신과학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 성향이 점점 더

            애인 --> 실존체 보다는 , 친구 ---> 아시죠? ^^

            멋진분과 이웃이라 저의 인생시간이 풍요로워지고 있습니다.
            추천과 후원드리고 갑니다.

            또 마실 나오겠습니다^^ 편안한 일요일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6-16 21:11:30

              애인과 아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지금 설문의 애인과 아내는 동일시 된다고 보는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 질문이 될 수 있어서요.ㅎ
              전 애인이 더 좋습니다.
              관계가 더 많을 수록 돈독한 것이니까요.
              책이 그렇게 이쁘다니 부럽습니다.   삭제

              • 78rang(78rang) 2019-06-16 14:13:29

                인간은 왜 늘 상대적 질문을 좋앗아죠? 엄마 아빠중 누가 좋아? 마누라와 아이가 물속에빠지면 누구 먼저 구할껴? 상대적 비교우열, 상대적 존중 뭐 이런걸 즐겨서인강, 아님 유한이란 테두리에 갇혀 살기땜인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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