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은 글로벌화에 아직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며 얼마나 진전됐나?’라는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전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중국 기업의 글로벌 활동, 과연 어떻게 전개되고 있으며 어느 단계에 도달한 것일까? 중국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하이얼, TCL, 레노보(롄샹, 聯想) 세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 글로벌화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규모는 매머드급, 규모 확대 속도는 초고속

중국 최대 우량 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이들 세 기업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하이얼과 TCL, 레노보 모두 이제 막 스무 돌을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이들 기업이 이룬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매출액 1,016억 위안(123억 달러)을 자랑하는 ‘중국 가전산업의 자존심’ 하이얼은 20년 전 오로지 냉장고 생산 하나에 의존하던 소형업체였으나 이제는 백색가전, 흑색가전 할 것 없이 총 96개 품목, 1만 5,100여 개 규격의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오늘의 중국을 이끌어가는 수사자(Today China Lion)’ TCL 역시, 영세 소형카세트 제조업체로 출발, 슈나이더(Schneider), 알카텔(Alcatel), 톰슨(Thomson) 등 해외 선진기업과의 합작을 거치며 오늘날 517억 위안(62억 달러)의 매출액을 가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레노보의 발전 역시 놀랍다. 80년대 중반까지도 IBM이나 HP 같은 외국 컴퓨터의 단순 조립이나 수리를 담당하던 영세업체가 이제 그때 그 IBM PC사업부의 새 주인이 되기에 이르렀다. 사업집중화와 대규모 M&A를 통해, 20년 전 직원 10명이던 PC 수리업체는 2만 명에 가까운 대식구를 거느린, 매출액 120억 달러, 연간 PC 판매 1,190만 대에 이르는 초대형 기업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수익도 매머드급?

기업들의 생산규모가 글로벌화됨에 따라 판매규모 또한 거대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은 확대된 판매 규모에 상응하는 이익을 내고 있는가? 각 기업의 최근 실적을 중심으로 이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하이얼 글로벌 사업의 중심, 하이얼 아메리카의 올 1분기 실적을 보자. 주력제품군인 냉장고 시장에서 하이얼의 점유율은 판매대수 기준 1.4%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10~20%대의 켄모어(Kenmore), GE 등과는 물론 차이가 있지만 판매대수만으로는 그 뒤를 이어 6위를 기록하는 수치다. 하지만 수익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기업의 실수익에 직결되는 판매금액 면에서 하이얼이 차지하는 위치다. 실제로 통계를 살펴보면, 판매대수가 아닌 판매금액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하이얼의 실적은 극히 미미해져 통계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둘째는 북미 시장에서 하이얼의 Target Market이 어디인가 하는 문제다. 현재 북미 냉장고 시장은 양문형 냉장고와 Top Freezer가 각각 44%, 그리고 Bottom Freezer가 나머지 12%를 차지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양문형 냉장고 및 Bottom Freezer 시장에서 하이얼의 판매는 제로에 가깝다. 대신, 매년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Top Freezer와, 너무 작은 시장이라 통계 카테고리에서조차 누락되는 소형 냉장고 및 와인 냉장고군에서만 판매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TCL은 어떤가? 지난해 TCL은 휴대폰 부문에서는 알카텔과, TV 부문에서는 톰슨과 각각 합작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TCL-알카텔 합작법인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손실을 냈고 그 규모는 지난해 4분기에만 무려 3,300만 달러에 이르렀다. 결국 합작 9개월만인 올 5월, 더 이상의 제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알카텔이 지분 매각을 결정하면서 TCL과 알카텔의 제휴 관계는 끝이 났다. 이로써 알카텔을 기반으로 세계 5위로의 도약을 꿈꾸며 향후 완전 인수를 추진했던 TCL의 계획은 무산되었고 당장 휴대폰 사업 전반에 걸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TV 부문은 어떤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합작 이후 TV 사업 역시 그다지 순조롭지 못하다. 합작 당시 여러 전문가들이 언급했듯, TCL의 입장에서 톰슨의 인수는 득보다 실이 많은 투자였다. 계약상 톰슨이 합작법인에 제공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손실을 내 온 TV 제조와 R&D 시설에 국한되어 있고, 이익이 되는 유통 채널, 브랜드 등의 부문은 모두 빠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제공된 톰슨의 R&D 부문의 내용에 있다. 톰슨의 R&D 시설은 PDP나 LCD TV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분야임을 고려할 때, 과연 인수를 통해 얼만큼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러한 우려는 곧바로 지난해 3, 4분기 실적에서 현실화됐다. TCL-톰슨 일렉트로닉스(TTE)는 무려 797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해외 시장에서의 영업이익은 3.6%에서 -4%로 급락했다. 이를 브랜드별로 보면, TCL 브랜드를 통해서는 1,990만 달러의 이익을 낸 데 반해, 톰슨 및 RCA를 통해서는 2,056만 달러의 손실을, 슈나이더 등을 통해서는 706만 달러의 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기업 내부에서는 해외 판매 역시 곧 이익으로 돌아설 것이라 보고 있으나, 계획된 올해 4분기까지의 원금 회수 가능성은 상당히 불투명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보의 상황은 어떤가? 시장 전문가들도 놀라고, IBM도 놀란 17억 5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사 들인 IBM PC 부문을 통해 레노보는 과연 얼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 출범 당시부터 숱한 화제를 뿌린 레노보-IBM 연합은 최근의 적신호로 또 한번 주목을 끌고 있다. 인수가 이루어진 지난해 12월 이후 급감세를 보이던 IBM의 PC 시장 점유율이 작년 4분기 5.7%에서 한 분기 만에 5.1%로 떨어진 것이다(<표> 참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유율 하락의 배경으로 레노보와의 합병을 꼽았으며,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BM 뿐만 아니라 레노보 브랜드 실적도 다소 불안정해 보인다. 그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 PC 판매 1위를 지켜오던 레노보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HP에게 1위 자리를 내 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레노보는 시장 점유율과 함께 직원들까지 잃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DigiTimes)에 따르면, 지난해 레노보의 IBM 인수 계획이 발표된 이래 IBM 중국법인 직원의 3분의 1이 퇴사했다. 인수 후 한 분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직원의 대거 이탈에, 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레노보의 수익 전망은 현재로서는 어두워 보인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 점검

활발한 글로벌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현재 세 기업의 글로벌 수익 구조는 그다지 탄탄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지금의 다소 미흡한 수익성은 얼마든지 반전될 수도 있다. 각 나라별로, 지역별로 급속히 성장하는 핵심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 내면 된다. 그렇다면 그를 위한 필요충분조건들을 중국 기업은 과연 얼마나 충족하고 있는가?


● 점검 1. 제품 고급화 및 다각화

하이얼은 현재 개발 도상국뿐 아니라 북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Commodity 제품 위주의 라인업을 갖고 있다. 물론 고급 제품 생산을 아예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이얼 역시, 양문형 냉장고 등 고급 제품의 자체 생산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그 후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경쟁력 있는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해낼 만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 같은 실정은 하이얼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성장 가능성마저 어둡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TCL은 글로벌화를 위한 전(全) 단계에서 해외 선진 기업과의 제휴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제품 및 브랜드 개발 영역에 있어서도 제휴업체의 기존 R&D 설비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TCL은 지난해 톰슨을 인수한 후에야 DVD 플레이어 생산 계획을 수립했고, 2003년 인텔(Intel)과 제휴한 후에야 비로소 카메라폰을 개발할 수 있었다. TCL의 이 같은 기술 획득 방식은 빠른 시일 내에 제품 고급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제휴한 외국 기업의 R&D 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제휴가 결렬되어 버릴 경우, 기술 획득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향후 선진국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인수한 톰슨의 R&D 부문이 정작 PDP, LCD TV 등 성장 제품군에 취약성을 드러내며 제품 고급화에 도움이 아닌 방해로 작용하고 있는 TV 사업부의 현실이나, 몇 년 후 완전 인수를 목표로 제휴를 맺은 알카텔이 합작 1년이 못 되어 매각을 선언, 갑작스럽게 기술과 전략의 공백 상태에 빠져버린 휴대폰 사업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레노보 역시 지난해 구조조정 실시 전까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수많은 해외 기업과 기술 교류를 추진해왔다. 지멘스(Siemens), 핸드 스프링(Hand spring) 등의 기업이 당시 레노보의 파트너로 꼽힌다. 하지만 그동안 확장한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오로지 PC 한 제품에만 올인하면서 레노보 기술력 확보의 통로는 IBM PC부문 한 군데로 좁혀졌다. 다행히도 이번 인수에는 씽크패드(Thinkpad)를 고안한 R&D 인력도 포함되어 있어 씽크패드 제품에 한해서는 향후 생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관건은 이후의 인력 관리다. 레노보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다양한 디자인과 고성능, 그리고 제품의 직접판매방식으로 승부하는 PC업계의 강자, 델과 같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 점검 2. 브랜드 세계화

하이얼은 잘 알려진 대로 중국 내 영향력 1위 브랜드다. 또한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과 월드브랜드랩(WBL)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하이얼의 브랜드 가치는 약 600억 위안(72억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꾸준한 글로벌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및 브랜드 파워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북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들을 보면, GE, 월풀 등에 견줄 때 하이얼은 전혀 친숙한 브랜드가 아니며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아직도 하이얼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TCL은 하이얼과는 또 다른 면에서 글로벌 브랜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동일한 자체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하이얼과는 달리, TCL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톰슨이나 RCA, 혹은 슈나이더를, 동남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TCL을 각각 사용하는 브랜드 이원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제품에 친숙한 소비자에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에는 상당히 불리하다.

레노보는 글로벌화를 위해 제품 브랜드와 상호를 고친 대표적인 경우다. 2년 전만 해도 레노보의 PC 브랜드는 ‘레전드(Legend)’였다. 레전드는 중국에서 이미 상당히 알려진 브랜드였으나 보통명사여서 해외 상표등록이 안 되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서 약점이 있었기에 레노보는 이를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레전드(Legend)’와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합쳐 ‘레노보(Lenovo)’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하지만 합작 후 레노보가 IBM 브랜드 ‘씽크패드’의 사용 권한을 획득하게 됨으로써 고민 끝에 만든 이 새 이름도 당분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점검 3. 글로벌 인재 관리

하이얼 글로벌 사업의 중심, 하이얼 아메리카는 설립한 지 이제 막 5년에 들어선 법인으로, 유통 및 서비스망의 구축과 현지에 적합한 디자인 및 기술 연구를 위해 끊임없이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지의 R&D 연구 인력은 모두 합해도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국 근무 직원의 10배가 넘는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현지 인력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것도 북미 현지의 경쟁사들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처우여서 이 연구 인력마저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급여 수준을 올릴 법도 하나, 이에 대해 하이얼 아메리카는 그다지 넉넉하지 못한 현재의 자금 상황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해외 기업과의 제휴 활동에 적극적인 TCL은 인적 자원의 현지화 수준 역시 꽤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TCL은 199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 동안 영업, 생산, R&D 분야 등에 걸쳐 고위 관리자, 연구원 등 총 2,200명을 뉴욕과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채용했는데, 이는 다른 중국 기업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 내 고용 인력에 비할 때 노동생산성이 크게 낮은 인력을 높은 임금에 대거 고용하고 있는 현재의 채용방식은, 그렇지 않아도 투자원금 회수 가능성이 어둡고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 기업의 수익 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편, 합작 후 기존 직원 9,000명에 IBM 직원 1만 명이 더해져 총 1만 9,000명의 직원을 갖게 된 레노보는 현재 6,000명이 넘는 직원을 해외에서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방대한 조직 운영 경험이 일천한 레노보가 글로벌화된 거대 조직을 운영하며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여기에 합작 발표 직후 IBM 중국법인 직원의 상당수가 퇴사를 단행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IBM의 고급 인력이 레노보라는 조직 속에 얼마나 오래 남아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반응이다.


중국기업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중국 기업들은 최근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뚜렷한 발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히려, 글로벌 경영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해외 시장에 뛰어 들어 졸속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포천 글로벌포럼에서 이데이 노부유키 전(前) 소니 회장은 중국 기업의 현 상황이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며 중국의 성급한 해외진출 행보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이 과연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중국 기업들의 적자 누적, 시장 점유율 하락과 같은 잇따른 실패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다음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우리 기업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첫째, 중국 기업들 내부에 급격한 혁신을 이룰만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이얼이 그 대표적인 예로, 하이얼 아메리카는 올 4월 스미스 바니(Smith Barney)와의 인터뷰 등에서 여러 번 밝혔듯 북미의 다른 선진 업체와의 M&A를 계획하고 있는 상태다. 최종적으로 어느 기업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간 북미 지역에서 쌓아 온 하이얼의 경험과 미국 파트너의 선진 기술력, 유통력 등이 결합될 때 그 효과는 산술이 불가능한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둘째, 합병이 최종적으로 완성될 때까지는 어떤 섣부른 판단도, 결론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TCL과 톰슨, 레노보와 IBM 간의 M&A 후 두 기업의 시장 점유율, 수익성 구조 등에 어두운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두 경우 모두 아직은 합병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며 완성까지 길게는 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기 쉬운 합작 초기와는 달리 합병이 완료된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어 갈 지는 미지수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LG나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도 시행착오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합작 이후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중국의 합작법인들 역시, 이 시기를 거쳐 향후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기업들이 겪고 있는 시행착오도 이들이 글로벌 경영 경험을 습득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 기업은 지금 말 그대로 무서운 속도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진출하고 있다. 해외 시장 경험 부족과 기술, 브랜드 취약 등으로 글로벌 기업이라 칭하기에는 아직 다소 부족하지만 중국 기업은 분명 그 내·외부에 성장동력을 가득 채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이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가 점차 더 활발해질 미래의 글로벌 시장에 대비해, 제품 고급화 및 다각화를 위한 브랜드와 기술 개발 그리고 인재 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하는 끊임없는 혁신과 함께,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는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 것, 이것이 현 시점에서 우리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무한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