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어른'

어른들이 저런 소리 듣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되려나 싶다
사회에서 빈말로 회식자리에서 하는 멘트 그런거 빼고 좀

사회에 찌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은 잃어가고
무언가에 대한 열정도 패기도 없어지는 어른들..

생각해보니 유머도 없어지고 음...
아니 뭔가 없어지는게 왜케 많아??? ㅜㅜ

그렇게 어릴적부터 생각하는 와중에(어른들은 참 시시해...중얼중얼)
나에게 '멋진 어른'이 짜잔~ 하고 등장 하였으니...

나의 꼬꼬마은행원 시절
기존의 '은행원 답지 않은' 은행원이셨던 부지점장님!
(물론 현재 기준으로는 진작에 지점장도 달고 근래 퇴직도 하셨음)

은행원 특유의 얌전뺌과 가식이 난무하는 지점 생활 속에서
일 할때는 모범이 되어 누구나 아는 은행원의 모습도 보여주셨고

퇴근 후에는 다른 막내(젊은) 남자행원이랑 내기 당구도 치자고 하시며
나는 졸졸졸 따라가서 구경도 가끔 하고(당구 할줄 모름 점수30)
허허허 하며 치는 그런 당구가 아닌 진짜 호랑이 눈빛으로 변하는
진짜 승부사의 눈빛도 낼 줄 아시며 지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축하해주며
이기면 소년처럼 좋아하는 나이대(당시 49세쯤) 드물게 순수함을 가진 어른
근데 지면 분노도 하는데 티가 다 나긴 나셨음 열혈쟁이

당시 새로 온 지점장이 매우 악덕 휴먼이었는데
지점장 승진을 앞둔 부지점장님으로서는 당연히 얌전히 지내다
다른 지점으로 발령 받고 지점장 똭! 대고 무난한 테크를 타시면 되는데

누구나 알지만 말 못했던 부당한 지점장의 행태에 나름 참다참다참다
부지점장님이 회식때 바른말 몇마디 쏘시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심
말문 막힌 지점장에...와 진짜 그때 드라마 같았음 쩌렁...

부지점장님은 다른 술집으로 가시고 행원들은 어쩌다보니 적당히 반반 나눠짐;;;
(상황 설명은 너무 장황하고...)결국은 지점장이 사과하러 부지점장님 술집으로 오심(!)

물론 결과적으로는 뒤끝 쩌는 지점장의 계략으로 부지점장님은 발령 및 승진 누락..
개의치 않아하는 당당함(그러면서 나중에 술집 가서는 @#$%^하며 욕하는 열혈맨)

지금은 뭔가 마냥 홀딱 빠져서 말한 느낌인데 다시 좀 정리하자면...

웃을때는 정말 즐거워서 웃는 아이같은 미소를 지을 줄 아셨으며
날 보면 유독 뭔가 재밌으신지 정말 많이 웃으심...아빠 미소 느낌?
일 할때 만큼은 프로페셔널(실제로 '우리는 프로다' 라는 말씀을 많이 하심)
불의를 보면 그 나이대는 대부분 참는게 보통인데 안참는 열혈남아

회식 자리에서도 술 안따라도 된다고 한두잔만 마시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행원들한테도(근데 특히 나한테^^) '술은 독이다, 은행 생활하면서 피할 수는 없겠지만 굳이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 하며 지점장 눈을 피해 알아서 술을 안주시는 센스와 따뜻한 배려

보통은 대부분 이미지 관리한다고(흠잡히거나 뒷담 까일까봐)
말할때도 가려서 하는데 부지점장님은 가끔 욕도 하고 야한 얘기도 곧잘 하시고
퇴근하고도 체면(?) 안따지고 놀자고도 하시는 계산적이지 않은 청년같은 마음

나중에 생각해보면 '아..그랬구나' 할만한 귀한 말씀을 아낌없이 해주셨던 분

시간이 지나고 가끔 나를 돌아보며 생각해보니
내가 그렇게 비슷한 노선을 가고 있더라

일할때는 누가 보든 안보든 잘하려고 하고
밑에 직원들에게서 실수가 보이면 내 선에서 조용히 도와주거나
감정적으로 화내지 않고 딱 그 내용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못된 사람, 불합리한 행동과 언행을 보이는 사람을 보면 못본척 하지 않고
정말 아닌 경우가 나오는 순간 논리와 근거를 무기삼아 싸워보기도 하고
※ 망한케이스: 재작년쯤 회사에서 신입사원들 주로 괴롭히는 나쁜 인간이랑 지대로 싸우다 시말서 같이 씀
(물론 그 인간은 내가 준비한 확실한 증거들로 인해 단박에 짤림^^ 결론은 내가 이김)

술은 잘마시는 편이나 남들을 함부로 잘 안따라주고
(가끔은 초면에는 오해하기도 함.. 마시기만 하고 나는 안따라줘서)

일할때 빼곤 아이 같다는 소리는 아직도 종종 듣는거 보면...
아 근데 이건 배웠다고 보긴 뭐한게 원래 성격도 성격이었네...

그 분이 나의 이상형이자 멘토셨다

부지점장님 실제 사진을 넣을 수도 없고...(메벅아...사진 안넣어도 이미지 X 안뜨게 좀 해주라)

'나의 멘토님! 저 잘하고 있는거 맞나요?'
응 이런건 전화로 물어보면 된다 여전히 잘 연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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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