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산악회의 역대회장 중에 홍박 홍종인과 노산 이은상을 꼽아야 한다. 그러나 산악계에서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화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그런 책이 씌여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 명망가임에도 산악계를 위해 각각 봉사한 기간도 각각 십여년이 넘는다. 다른 사람들은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두사람은 시대는 열악했지만 어쩌면 산악계로는 가장 아름다웠을 1970년대를 빛내준 인물들이다. 빛냈다기보다 산악계가  무너지지 않고 그래도 버티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산악회 사무실도 없이 동가식 서가숙 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산악사나 당시 월간 등산지를 읽으면 그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없다. 그런데도  그분들을 기리는 문집이 산악계에서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일명 홍박이라고 하는 홍종인의 추모문집 "대기자 홍박에 참여한 산악인은 별로 없다. 노산 이은상은 아예 보지도 못한 것 같다. 

아래는 소설가 정비석이 기억하는 노산 선생의 일면목이다. 출처는 "정비석 수필선집(지식을 만드는 지식)"의 '무애와 노산의 놀라운 기억력'에서이다.

무애 양주동과 노산 이은상을 비교해서 쓴 에세이인데, 무애와 노산은 일본 유학할 때 한 하숙집이었다고 적고 있다. 당시 일본 유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기도 해서인데, 이런 예는 적지 않다.

춘원 이광수와 벽초 홍명희라고 하면 후기로 가면서 정반대의 길을 걸은 사람인데, 일본에서 같은 중학교를 다녔고, 역시 같은 하숙집에 있었다고 읽은 것 같다. 당시 3대 천재라고 했던 최남선과 함께 세명이 일본에서 친하게 교유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무애선생이 "여요전주"를 냈을 때 노산선생이 아마 일제 때 설악행각의 경험으로 축시를 썼다. 설악산 심마니에 비유해서 쓴 건데, 시가 재미있다.

그리고 노산 선생이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유치장 신세를 지고 있을 때의 일화를 거론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은상은  놀랄 정도의 기억력의 소유자, 말그대로 박람강기라 아니할 수 없다.

이상. 한국산악계에 끼친 영향력이 적지 않았던 노산 이은상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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