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무렵이었다. 저녁 늦게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친구의 남자친구가 술자리에 합석하더니 “이 근처 대학에 다듀 온다던데.” 하고 말했다. 갑자기 대화 화제가 그쪽으로 쏠렸다. 그 얘기 나온 지 10분도 안 되어서, 우리는 다이나믹 듀오를 보러 가기로 마음을 맞추었다. 차 타고 가면 10분 거리에 다이나믹 듀오가 온다고 했다. 1시간쯤 뒤에.

   20대 초반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 중 하나였다. 다이나믹 듀오. 그때는 웬만한 다듀 음악을 거의 다 외우고 있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다 보니, 의도와 상관없이 그것들 대부분을 외우게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예나 지금이나 발라드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발라드만큼 1-2세대 힙합도 좋아했던 것 같다(내 개인 기준으로 드렁큰 타이거는 1세대 래퍼이고, 다이나믹 듀오는 2세대 래퍼다.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술도 좀 마셨겠다, 기분도 좋겠다, 무대 앞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춤추고 놀았다. 사실 좋아하던 연예인을 실제로 본다는 느낌은 살짝 뒷전이었다. 공연이 끝나 갈 무렵쯤 되어서야 나는 무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진이나 영상 속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눈앞에 있으니 기분이 얼떨떨했다. 그리고 그들이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들 같아서 묘했다. 예전에 그 공간에서 싸이를 보던 기분과 너무 다른 기분이 들었다(싸이가 온 대학과 동일한 대학에 다듀가 왔다). 그들이 연예인 같지 않은 게 아니라, 연예인이면서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에 대한 이상화가 끝나 버린 모양이었다. 환상이 아닌 하나의 실체로서 누군가를 보는 편이 훨씬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