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인 에런 코플런드만큼이나 번역한 이석호의 한국어가 빛나는 책이다.

번역서를 읽으면서 이렇게 쉽게 읽히는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을 다루기 전에 번역자의 한국어를 먼저 다루는 경우도 처음인 것 같다.

단연코 돋보이는,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곡가를 꼽으라면, 맨 윗자리를 비워놓아야 하는 이유, 만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등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착착 감기는 한국어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이 얼마나 가치있는 지는 서문만으로 40페이지를 차지하는 것이 말해준다.

음악을 소리가 아닌 글로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일까?

그리고 이런 전문적인 용어들로 가득 찬 책을 대중이 쉽게 읽도록 하기위해서 저자는 얼마나 탈고에 에너지를 쏟았을까?

에런 코플런드 Aaron Copland(1900-1990) 그가 살았던 시대의 음악이 얼마나 빨리 변하고 대중의 관심이 변화했을 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도 그 시대를 관통하며 전세계인의 사랑과 칭송을 받았다는 것은 자기 안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작곡기법도 변화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장. 작곡가에게서 연주자로, 연주자에게서 감상자로

실용적, 실제적 관점에서 작곡가, 연주자, 감상자의 시각으로 음악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 지 설명을 하려고 했다.

"음악은 작곡가에서부터 비롯되어, 연주자라는 중간 매개를 거쳐, 바로 여러분, 즉 감상자에게서 마침내 완성됩니다. 결국 음악에서는 모든 방향타가 감상자를 향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총명한 감상을 위해서는 듣는 이가 본인의 역할은 물론이요, 작곡가와 연주자의 역할까지 이해하고, 음악이라는 경험의 총체에 각각의 축이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자신을 흔쾌하게 음악에 내맡길 수 있으려면 우선 취향을 넓혀야 합니다. .....

즉 옛날 음악과 요즘 음악을 가리지 않고, 보수적인 음악과 현대적인 음악을 차별하지 않으면서, 모든 악풍의 음악에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편견을 배제한 듣기가 요구된다는 겁니다.....

감상자들이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때만이 음악 역시도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중해서 듣고, 의식적으로 듣고, 우리 지성을 모두 동원해서 들읍시다. 그리하여 인류가 남긴 영광된 유산인 음악 예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하도록 합시다."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