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민속촌에 사극을 찍었던 시절.

가족과 함께 민속촌에 들렀다.

가족들이 민속촌을 둘러보고 있는데, 사극촬영을 하고 있었다.

차에 두고 온 사진기를 가지러 나 혼자 민속촌 주차장으로 나갔다.

카메라를 들고 되돌아오는 길에 주차장이 아닌 정문 바로 앞에 스타렉스가 서 있었다.

무슨 차량이길래, 여기다가 주차를 해 놓았을까? 생각하며 다가가는 데, 차량문이 열렸다.

초등학교 다니던 우리 딸만한 여자 아이가 앉아서 밖을 내다보았다.

파란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었다.

강수연이다.

그때가 내가 태어나 연예인을 처음 직접 본 순간이었다.

키도 작고 얼굴은 더 작았다.

내가 쳐다보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배우에게도 대배우 시간이 있었나보다.

전성기를 달리던 배우가 촬영시기를 기다리며 편한 복장으로 차에 앉아 있는 모습이 왜 그리 불쌍하게 보였는 지 모르겠다.

몇 초였는 지 모르지만, 바라보다가,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정문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번 부산국제영화제 문제가 생겨 집행위원장을 내려놓았다.

영화를 통해 어려운 가정형편을 되살려낸 보답을 하기 위해 영화계에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모습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졌지만, 이제는 아줌마가 되었다.  

아이들과 사극 촬영하는 것도 보고, 영화에 필요한 소품들을 돌아보았다.

다른 배우들도 많았지만, 유독 트레이닝복 바지에 멍때리던 여배우의 대기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 땅의 모든 수고하는 이들이 편안한 쉼을 누릴 수 있기를 ....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