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욕구에 감춰진 양보선]

- 추상도가 높은 문제가 상대를 주눅 들게 한다. -

‘기본급여 15퍼센트 인상. 잔업수당 전액지급, 주 5일제 완전실시’

이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요구당할 때,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일이 요구사항에 대답하려고 하면 그 시점부터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결국에는 굴복하게 될 것이다. 만약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경영자’라면 아마 이렇게 구체적인 요구를 근본문제로 바꿔서 물리치는 수단을 쓸 것이다.

“문제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눈앞의 척도로 판단하면 커다란 지침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당신들이 급료를 받고 있는 이 회사의 현재의 상황, 그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냉혹한 상황 아래서 우리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구체적인 방안 등에 대해 조금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용돈 인상 교섭, 귀가시간 연장 등의 구체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썩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상대는 어찌됐든 눈앞의 현실문제에 마음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그런 상대는 어지간한 설득으로는 물러서지 않는다. 급료나 용돈이 적다는 요구나 주장을 자신들의 현실로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항에 대한 논쟁으로는 승산이 없다. 논리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 상대가 기다리는 ‘무대’에 올라가면 어느새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리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하여 그 구체론, 현실적 요구의 바탕에 있는 보다 고도의 근본적인, 즉 추상도가 높은 문제를 끌어내어 그것에 관해서 논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용돈을 많이 올려달라고 하는 아이에게는 성인이 될 때까지 드는 비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사회와 가계와의 관계, 학생으로 해야 할 본분 등의 기본문제를 말한다. 상대는 자신의 주장, 요구하는 구체론의 근저에 있는 문제를 끌어내면 요구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그것을 피해서는 지나갈 수 없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상대의 주장을 물리치려고 한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보다 추상적인 지점에서 논의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 나라 경제는 대단히 어렵다.’는 누가 보더라도 인정하고 있는 기본인식을 인정한 위에서의 논의가 된다. 이쪽이 ‘설득재료’로써 꺼낸 것은 상식이나 기본진리이기 때문에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상대가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항은 늘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요구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