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때 일 이었습니다.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딱지 치고 구슬 잘 치고 슈퍼카 잘 만들고 게임 좀 잘 한 덕에 인기가 좀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라 작은 일에도 금방 시샘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유독 제 짝이 제게 말장난을 걸어 옵니다.

깐죽 깐죽 이죽 이죽..

수 없이 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어도 말도 안되느 일로 꼬투리를 잡습니다.

지금도 남들보다 작은 키였지만 그 당시에도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습니다.

작은 녀석이 암만 으르렁 거려도 아마도 그 녀석 눈에 더 얍잡아 볼 수도 있었겠네요.

점점 더 심해지는 그 녀석의 이죽거림을 참고 참았습니다.

그러던 중...제 짝은 건들지 말아야 하는 제 가족들 이야기를 함부로 말 합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샤프로 그 녀석 손등을 찍어 버렸습니다.

쿵.

순간 아수라장이 되 버리고 짝은 샤프를 매단 채 양호실로 울며 달려 갔습니다.

그대로 가방을 들고 집으로 울며 튀어 왔습니다.

그녀석의 손등을 괜찮을까?

담임선생이 찾아올까?

감옥에 가는 건 아닐까?

온갖 두려움에 머리끝까지 이불을 숨긴 채 오들오들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이 때부터 저는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아파야 했습니다.고열로 응급실행 가야만 했습니다.

찬물을 마구 마구 들이키고 온 몸에 찬물을 묻히고 냉장고 문을 수 없이 열어재끼면서 열이 나야만 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벨소리는 저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몽땅 저를 원망하는 소리이거나 저를 잡으러 오는 죄책감에 대한 것들의 소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엄마한테 전화 하면 어쩌지...

장남이라고 나만 바라 본 엄마한테 가장 큰 불효를 저지른 것에 대한 괴로움...하...

알고 있는 꾀병이란 꾀병 내게 다 오길 신 앞에 간절하게 빌었습니다.

꾀병을 주시면 신에게  '착하게 살겠습니다.'라고 빌고 빌었습니다.

캄캄한 밤이 오고...그리고 아침이 오고..다시 학교 갈 시간...

마음의 병은 점점 깊어졌으나 몸의 병은...꾀병이란 것이 쉽게 오는 게 아니었네요.

아무리 열을 내려 노력해보아도 시름 시름 앓기를 기도를 했지만서도 오지 않았습니다.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머금고서...천리길 만리길의 학교등교길을 가야만 했습니다.

패트롤카의 싸이렌을 볼 때마다 형 집행만을 기다리는 죄수의 마음이 었습니다.

반으로 들어가는 앞문 열기 5초전...시끌시끌 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경적을 멀리로 보내는 기차소리처럼...멀리 날라가네요.

짧은 5초였지만 길게만 느껴졌던 그 시간..다시 한번 신에게 매달립니다.

내가 병이 나 죽거나 그 녀석이 무사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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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래 달린 앞문을 열었습니다.

질끈 눈을 감고 내 자리로 갑니다.

숨이 턱..침이 마르고..땀이 이마에 송글송글...제발..제발...

"야!미안해!'

그 녀석이 사과를 합니다.

왼손등에 반창고를 딱 붙이고서 머쓱한 표정으로 제게 사과를 하는 짝의 모습에서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야!!!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건지 소리를 지르는 건지 짝은 씩씩하게 사과를 합니다.

어찌된 일 인가요?

어영부영 저도 사과 하고 그 녀석과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샤프심가지고 장난치며 친한 친구로 졸업 했습니다.

같이 게임도 하고 같이 축구공도 차며 서로 칼싸움 하듯 샤프심과 연필심을 들고서 닌자 놀이도 했습니다.

그렇게 원했던 꾀병 대신..신은 감사하게도 친구를 보내주셨습니다.

그 친구 왼손 손등에는 제가 만들어 놓은 샤프심..구멍이..점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때의 일로 화가 나더라도 두 번 다시 샤프심을 들지 않았습니다.

중학교를 달리 가면서 그 녀석과의 인연은 아쉽게도 끊어졌습니다.

오늘의 포스팅 하며 초등학교 5학년 때의 그친구..기억해 보았네요.

지난 일이지만 다시 한 번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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