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과거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기아, 역병, 전쟁이 줄어들고 이를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갈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불멸, 행복 그리고 신성이라 말한다. 이것이 인류의 새로운 의제라 한다.

1부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를 정복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그 주요 요인은 바로 여럿이 소통하는 능력이라 한다. 다른 동물은 없는 수많은 낯선 사람들과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한 것도 더 효과적으로 협력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훈련된 군대가 오합지졸을 쉽게 무찌르는 것과 같다. 또한, 300만 명의 러시아 귀족, 공직자, 자본가들이 1억 8,000만 명의 농부와 노동자들 위에 군림한 것도 같은 이치다. 그리고 이러한 대규모 협력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데도 우리가 중력처럼 실재하고 어길 수 없다고 믿는 일군의 규칙인 ‘상상의 질서’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기반한다고 한다. 이 상상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은 인간에게 맞서지 못하는 것이다.

2부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세계에 부여한 의미에 대해 다룬다. 상상의 질서인 돈, 국가, 기업 같은 것은 허구다. 그러나 허구는 나쁜 것이 아니다. 허구는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허구적 실체에 대한 널리 통용되는 이야기가 없다면 복잡한 인간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지 도구일 뿐이므로 이야기가 목표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즉, 기업을 위해 많은 돈을 벌려고,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도우라고 상상의 질서를 만들었는데 왜 상상의 질서를 위해 우리를 희생해야 하는가 말이다.

중세에 권위의 원천이 신이었다면 현대는 인본주의가 권위의 원천이다. 인간의 경험이 권위와 의미의 최고 원천이다. 이처럼 신은 죽고 인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3부에서는 자유주의가 직면한 위협을 말한다. 첫째는 인간이 가치를 완전히 잃게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이 집단으로서의 가치는 유지하더라도 개인은 권위를 잃고 외부 알고리즘의 관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생명과학이 이를 입증한다. 인간은 분리할 수 없는 내적 자아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를 더 잘 아는 외부 알고리즘이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의학 같은 분야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대신 외부 알고리즘이 알려주는 소리를 듣고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암 절제 수술 공표 같은 것이 그러한 경우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흘러갈 것이라 예측한다. 그렇다고 유발 하라리가 미래를 예언한다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흐름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다. 판단은 우리의 몫이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대 바빌론 사람들은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하면 캄캄한 밤에 신전 꼭대기로 올라가 하늘을 관측했다. 바빌론 사람들은 별들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고 우리의 미래를 예언한다고 믿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처럼 성경을 지닌 종교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별은 거짓말을 한다. 별을 창조한 신이 우주의 모든 진리를 계시한 것이 바로 성경이다. 그러니 별 관측은 그만두고 성경을 읽어라!” 이것 역시 실용적인 권고였다. 사람들은 누구와 결혼할지,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전쟁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때 성경을 읽고 거기에 적혀 있는 조언을 따랐다.

그다음에 도착한 인본주의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했다. “인간이 신을 발명하고, 성경을 쓰고, 그런 다음 그것을 수천 가지 방식으로 해석했다. 그러니 모든 진리의 원천은 인간이다. 영감을 주는 인간 창조물로서 성경을 읽을 수 있지만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당신이 어떤 딜레마에 직면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면 된다.” 그런 다음 인본주의는 자기 내면에 귀 기울이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실용적 지침으로 석양을 지켜보고, 괴테를 읽고, 일기를 쓰고, 좋은 친구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민주적 투표를 시행하는 것 같은 일들을 권했다. 수백 년 동안 과학자들 역시 이런 인본주의의 지침들을 수용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감정을 신성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렇게 해야 할 탁월한 진화적 이유를 발견했다. 다윈 이후 생물학자들은 감정이란 동물들의 올바른 결정을 돕기 위해 진화가 갈고 닦은 복잡한 알고리즘이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랑, 두려움, 열정은 단지 시를 짓는 데 유용한 막연한 영적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감정들에는 수백만 년의 실용적 지혜가 축약되어 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더 이상 감정이 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고리즘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전례 없는 연산력과 거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하는 우월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가 페이스북 알고리즘들은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히 알 뿐 아니라, 당신에 대해 당신은 짐작도 하지 못하는 백만 가지 다른 점들을 알고 있다. 따라서 당신은 이제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것을 그만두고, 이런 외부 알고리즘에 귀 기울이기 시작해야 한다. 인본주의 계명이 “네 감정에 귀 기울여라!”였다면, 데이터교의 계명은 “알고리즘에 귀 기울여라!”이다. (p. 535-537)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과거 하늘의 별을 보고 세상의 이치를 깨치려 했고, 공자, 맹자의 사상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치려 했다. 아직도 유교 사상이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아니, 어른들도 데이터 흐름에 빠져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고,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것을 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나의 생체리듬을 알려주는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수시로 내 몸을 점검하고 내 감정 상태를 점검하고 있지 않은가. 어디 그뿐인가, 사물인터넷이라 하여 내 스마트폰과 집안 가전제품이 모두 연결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TV에서는 수시로 이런 광고들이 흘러나오고 이런 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것처럼 유혹하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쩔 수 없이 이 흐름에 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유발 하라리는 책 마지막 장에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진다.

1.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2.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질문이 오랫동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길 바란다면서 책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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