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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와이프(The Wife)
<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여든이 넘은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난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 거 같구나'그건 옳지 못해요.평생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헌신했는데.
이런 모든 경험들을 통해 제가 배운 건 우리 여성들이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요구 당하며 살아왔다는 거에요.
운 좋게도 아이가 있거나 남편이 있죠. 하지만 우리 자신의 성취를 위해 노력해야 해요.
우리의 꿈을 좇아야 합니다.그리고 말해야 한다. 나는 할 수 있어 그리고 당연히 해도 된다고>
이는 영화 '더 와이프'로 골든 글로브 상을 받은 '글렌 클로즈'의 수상소감이다.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는
첫째, 제작기간이 무려 14년간을 준비해서 세상에 나온 영화라는 것이다.
 
둘째, 젊었을 때 조안으로 나온 '애니 스타크'가 실제로 '글렌 클로즈'의 친딸이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조안 역을 연기한 글렌 클로즈가 45년간 배우생활을 한 연기자로 보여준 관록이고, 배우들의 감정선을 놓쳐서는 안된다. 
특히, 글렌 클로즈의 연기에 왜 극찬이 쏟아졌는지 알 수 있다.
 
<더 와이프>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남편 조셉이 그의 아내 조안(글렌 클로즈)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받기위해 스웨덴으로 가면서 두 사람사이의 비밀이 고개를 내민다.
 
조셉의 전기를 쓰려고 조셉과 조안 사이의 비밀을 파고드는 기자로 인해 감추어졌던 비밀이 서서히 수면 위로 나오면서 긴장감이 감돈다.
"뒤에서 더이상 신화를 만들어 주는거 지겹지 않나요" 
하지만 기자 앞에서 조안은 아니라고 부정한다.
무언가 터질 듯 말 듯 미세하지만 흔들림이 조안에게서 느껴졌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남편 조셉 뒤에서 진짜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 조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조안은 조셉의 대필작가였다. 
 
젊은 날, 작가 지망생이었던 조안은 교수이고 유부남이었던 남편 조셉을 사랑했다. 
한 여류작가를 만났고, 그 작가에게 "글쓰는 게 좋아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쓰지  마요.주목받을 거란 꿈도 꾸지 말고요." 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작가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읽혀야 한다고.
설사 작가가 되어 책이 나온다해도 읽히지 않을 것이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 작가가 쓴 책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고, 설사 세상 밖으로 나온다 해도 읽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그녀가 재능 없는 남편의 뒤에서 대필작가로 평생을  숨어 글을 쓰며 산 이유다.
여자의 재능을 허용하지 않던 시대, 재능 없는 남자로 사는 것보다 여자가 글로 쓰는 성공하기가 더 절망적이었던 시대.
만약 조안의 이름으로 책이 출판 되었다면 여성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 여자가 쓴 거니까.
 
 
"제 아내는 글을 안 써서 다행이에요."
조셉은 그녀가 만들어준 자리에 올라 서 있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다. 사람들 앞에서.
그가 바람을 피었을때도 그녀는 그 모든 감정을 글로 승화했다. 오로지 자신의 인생, 자신의 감정, 자신의 글자들로 이루어진 숨결이다.
그런데 지금 그는 피와 땀으로 오늘의 결과를 이룬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 거기서였다. 거기서부터 그녀가 억압되어 있던 감정들이 서서히 터져 나오고 있었다.
상 탈때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지 말라고 했다. 보조품으로 전락하는 게 싫었을 것 같다. 가식과 거짓이 싫었을 것 같다.
<이 여자가 없다면 전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신을 끝까지 초라하게 만드는 남편의 수상소감에, 자신의 직업을 묻는 이에게 '킹메이커'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억압된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숨막힘을 느꼈고 터져 버린 것이다.
"더 이상은 못해 이 수모를 못 견디겠어"
남편에게 평생을 바친 조안은 그가 한 행동이나 말들이 역겹고 싫었다.
 
조셉은 "나는 편한 줄 알았냐. 재능도 없이 있지도 않은 재능을, 그래서 아이들을 봐주고 집안일을 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내가 왜 더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바람도 피고 아내의 재능으로 노벨 문학상 받으러 와 어린 기자에게 수작 걸고, 아내와 아들을 깎아 내리며 거들먹거리고 있는 거라고?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조안의 삶이 얼마나 숨막혔을지, 얼마나 침울 했을지, 또 얼마나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고 싶었을지 어찌 남편이라는 사람이 그 공을 집어 삼키면서 모른다 말인가,  
자신은 재능이 없으니 억울할 것도 없지만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큼 자신의 재능이, 자신의 글이 반짝반짝 빛나는데도 가려져 숨어 나올 수 없는 아내의 절망을 어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조안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고 혼자 즐길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을 속이면서  아내 조안 앞에서까지 그런 태도일 수 있는 것인가?
 
당신 이름으로 뒤에 숨어 글 쓰는 조안은? 그래 이 상은, 이 삶은 서로 공유한 것이라 치자.
자신의 직업을 '작가'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저 '킹메이커'라 말하는 아내의 심정을, 아내의 감정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보았더라면 그는 타인과의 대화에서 말을 깍고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둘이 있는 자리에서라도 
'내가 노벨상을 탄게 아니라 , 여보 나는 알지, 당신이 이 글을 썼고, 당신이 주인공이야. 
내가 당신으로 인해 저 자리에 오르지만 맘이 편치는 않아. 이건 당신 인생이고, 당신 책이고, 당신 상이야, 난 당신을 사랑하고 난 당신을 존경해' 라고 했다면 그녀는 충분히 그것으로 희생이 헛되지 아니하고 모두의 행복으로 끌어 안았을 것이다. 
마치 자신이 다 이룬 것처럼 하ㅡ는 행동이나 조안에게 수치심을 주는 조셉의 태도가 조안으로 하여금 폭발하게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고 끝까지 자기주장만 하는 것인지..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럴까? 그녀의 수상소감이 더 가슴 깊이 와 닿은 이유이다.
#영화#노벨문학상#대필작가#글렌 클로즈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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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보기(qkfkqhrl) 2019-07-14 22:29:05

    내가 언제 한번 이글을 대한 것 같은데 어디 였을까?
    어느분의 포스팅을 보았던 것 같아요. 다시 보게 되는 기분인데요.ㅎ
    뭔가 겹쳐서 기억이 됩니다.
    잘 보았습니다.   삭제

    • 난초나라(kjkyj) 2019-07-12 17:43:34

      대박입니다. 제작기간이 14년이라니..;;; 기네스북 감 아닌가요? 송이든님꼐서 보신 영화이니 나중에 시간되면 꼭 봐야겠네요.^^   삭제

      • 김한량(dodoweek) 2019-07-11 19:06:21

        실화인가요? 아니면 그냥 영화이야기 인가요?
        요즈음은 능력있는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시대이죠.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7-11 10:48:32

          글렌 글로즈의 사진이 순간 메릴 스트립인줄 알았습니다.
          두 분다 멋진 배우들이죠. 양육자로 강요 받으며 살아와도
          남는건 운 좋게도 아이가 있거나 남편이 있는 삶이란 희생만 있는
          삶이란 생각이 듭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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