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삶을 넘어서 서로를 위한 삶으로

남녀간의 ‘서로를 위한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고래다. 

고래들이 보여주는 ‘협동하는 식사시간’을 살펴보자. 

생물학자이며 고래연구가인 친티아 디반치는 이 황홀한 스펙터클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고래들은 힘을 모아 협동하면서 느슨한 무리에서 복합적인 사회단위체로 변한다. 

거대한 집단 안에서 함께 협동하는 동안 고래들은 각자 커다란 이익을 본다. 

고래들이 거대한 떼를 이루지 못한다면 빠르고 조심성 많은 물고기들을 쉽게

잡지 못할 것이다.”

특히 흑고래들이 엄숙한 예식처럼 거행하는 ‘협동의 식사’는 주목할 만하다.

‘협동의 식사’의 특징은 고래 무리의 일원이 하나도 빠짐없이 배부르게 먹는다는 

데에 있다, 강자의 권리만이 존중되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극히 드문 경우이다.

흑고래들은 무리를 지어 고기떼를 둘러싸고 포위망을 좁혀간다. 

이때 흑고래들은 거센 숨을 불어대는데 그 압력으로 물고기들이 

바닷물의 표면 가까이 떠오른다. 

그러면 대장 격인 우두머리 고래가 나서며 다른 고래들은 그 곁으로 비켜선다.

“물고기로 가득 찬 바닷물은 첫 번째 고래의 입에서 퉁겨져 나가는 순간, 

뒤를 이어 솟아오른 고래들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우두머리 고래는 이렇게 모든 고래가 배를 불릴 수 있도록 사려 깊게 행동한다. 

강자의 건리, 세력 다툼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 고래들은 ‘서로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은 종족보존의 본능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그들도 어쩌면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윤리적인 동기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

한편 인간의 경우를 보자. 우리는 종족보존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윈윈을 원한다면 남자와 여자, 양편 모두가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에 

주목하고 생명과 생명의 존속에 대한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정신과 영혼 그리고 육체가 ‘더불어 사는 삶’을 근간으로 삼을 수 있으며

모든 면에서 더불어 살 수 있다. 남녀간의 협력은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며 

‘받기 위해서 준다’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