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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확인하듯 남자에게 물었다.

“ 뭘 말이오? ”

여인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였다가, 궁금한 것이 있어 질문하였다.

“ 어디까지 기억하시죠? ”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였다.

“ 그것보다 여길 떠나는 것이 좋겠소. ”

그의 말에 여인도 그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급히 그곳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향했다.

두 시진 정도 움직인 그들은 잠시 쉬면서, 주위에서 구하여 음식을 먹었다.

남자가 여인에게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고, 여인도 자신이 본 남자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말하기 어려운 부분은 제외하였다.

남자 역시 이자성의 최후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한 여인은 실망하였다.

“ 그렇게 실망할 것 없소. 내가 그런 모습을 보였다면, 분명히 죽었을 것이오. 내가 들은 이야기가 있소. ”

“ 그게 뭔가요? ”

“ 내가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다른 혼에 장악된 육신은 그 혼이 소멸되거나 사라지는 경우에 먼지가 된다고 하오. ”

그의 이야기를 들은 여인은 그것이 꼭 우화등선 이후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여인의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 혹 이곳의 지리를 잘 아시나요? ”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여인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 제가 알기로는 이 근처에 절이 없어요. ”

“ ? ”

남자는 여인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여인이 말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 그런데, 절에서 나는 종소리가 났어요. ”

“ 종소리? ”

“ 네 ”

“ 환청을 들었거나 당신이 모르는 사찰이 있는 것이 아니오? ”

여인은 고개를 저었다.

“ 그것은 환청이 아니었어요. ”

그러면서 방금전에 하지 않았던 그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약간 변경하여 해 주었다.

“ 내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단 말이오? ”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르가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 종소리라 … ”

잠시동안 뭔가를 생각하던 그는 여인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하였다.

“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어떻겠소? ”

“ 추적자들이 있을 터인데. ”

“ 괜찮소. 어차피 그들이 그곳에 도착하더라도 우릴 찾지는 않을 것이오. 설혹 찾는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조심한다면 잡힐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오. ”

여인도 하르가치의 말을 인정하였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의 화전민들을 찾아 근처에 절이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만난 화전민들은 근처에 절이 없다고 하거나 아예 절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하루종일 절을 찾던 두 사람은 점차 지쳐갔고, 아쉽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천운(天運)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았다.

헤어져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한 하르가치는 여인에게 물었다.

“ 이제 어떻게 할 셈이오? ”

“ 집으로 돌아가야죠. ”

두 사람은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죽을 고비를 같이 넘겨서 그런지 왠지 헤어지는 것에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눈짓으로 인사를 하며 헤어지려고 하는 순간, 하르가치는 그녀의 뒤편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폐사찰을 보게 되었다.

“ 저기를 보시오. ”

하르가치의 말에 여인은 뒤를 돌아보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이런 곳에 사찰이 있었군요. ”

하르가치는 앞서 나가며 말하였다.

“ 조심해서 따라오시오. ”

여인은 그의 말에 따라 조용히 따라갔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