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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이 된다면 하고 싶은 일허버트 조지 웰스 [투명인간]
예전에 수련회에서 강사가 수강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 비슷한 걸 한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은 <투명인간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것과 이유>를 적어 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익명을 보장한다는 전제로 이름을 기재하지 않고 제출하게 했다. 다양한 답변들이 나왔다.
나는 강사가 읽어내리는 답변을 들으며 내나름대로 속으로 가능이나 불가능을 나누고 있었다.
투명인간이 되면 은행에서 돈을 훔치거나 보석상에서 보석을 훔치겠다. 왜?안 보이니까 안 잡힐거라는 확신이 생겨서(눈으로 볼 수만 있지, 갖고 나오기는 힘들거다. 돈과 보석이 허공에 붕붕 떠서 돌아다니는 형상이 그려질테니까), 
시험지를 미리 보겠다. 합격하거나 1등 하고 싶으니까 (존재가 보이지 않는 이상 출석여부에서 불출석이 될 것이다. 가시적이 되지 않는 이상 소용없다), 
여자 목욕탕에 가보겠다.궁금해서. (미친 변태 ☆☆가능하다. 하지만 물방울이라 튀면 물방울이 떠 있는 형상이 연출될 수 있다),
친구들이 자기가 없을 때 자기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 엿듣고 싶다.진짜 친구를 가려내고 싶어서( 만약 본인에게 욕을 하거나 흉을 보고 있을 경우 흥분하여 소리내지만 않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남자 친구를 미행해 보고 싶다. 진짜 결혼해도 될 남자인지 확인하고 싶어서(가능하다), 
상사를 괴롭히고 싶다(충분히 가능하다.때리거나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보이지 않으니 심장발작으로 혼자 죽었다해도 보이지 않으니 가능하고 말고), 
국가 정보을 빼내서 돈을 벌고 싶다(꿈깨라. 순간이동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안보인다고 해도 어떻게 침투할래. 뭐 완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노력해보든가) 기타등등
의외로 불가시성에 대한 맹목적이고 탐욕스러울 정도의 답변이 많이 나왔다.
보였다면 범죄에 가까운 것들이 많이 적혔다. 탐욕과 물욕과 평상시에는 드러내지 못하는 성적본능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타인의 생각들을 의외로 많이 궁금해 했다. 공짜로 여행다니고 싶다는 사소한 소망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투명인간 자체가 되지 않겠다에 2명이 나왔고, 그 이유 중 하나는 '외로워서 싫다'였고,  또 다른 이유는 '괴물 취급 받을 바에 그냥 평범한 인간으로 살겠다'였다. 
그리고 기권은 1명인데 이유는 '생각하기 싫다'였다. 이 기권의 이유에 다들 웃었었다. 강사도 누군지 궁금하다는 말을 넌지시 흘렸다.
 
그리고 답을 쭉 다 읽은 강사가 혹시 [투명인간]이란 책을 읽은 사람이 있느냐 물어왔고,  손을 들어달라고 했다.
4~5명 정도가 손을 들었던 것 같다. 나도 손을 들었다. 
그리고 투명인간이 되지 않겠다에  답을 적어내린 2명 중의 한 명이 나였다. 
저렇게 적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을 읽은 영향력이 크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인간을 읽고 이런 꿈들이 진짜 헛된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오히려 투명인간이 되어 유리한 것이 많은가? 불리한 것이 많은가? 생각해 볼 문제였다. 
투명인간 그리핀은 추워도 옷을 입을 수 없었다. 생각해봐라 손도 얼굴도 투명하다. 몸 전체가 투명하다. 
거기에 옷을 걸치고 있으면 정말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리핀이 생각한 건 가발에, 붕대로 칭칭 감은 얼굴에, 눈은 검은 안경으로 가리고, 바지도 신발까지 덮어지는 길이와 위에는 망토 같은 것으로 둘렀다. 
비가 오면 몸의 윤곽을 따라 흘러내리는 기이한 형상이 이루어질 것이고, 눈이 내리면 눈이 몸에 내려 앉으면 사람형태의 눈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백화점에 들어가 비싼 옷과 음식들을 입었지만 그걸 결국 즐기지 못하고 다 벗고 도망쳐야 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좋다고 여겼는데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그걸 즐길 수가 없었다.
그저 괴물에 불과했다. 거리를 걸어도 냄새에 강한 개한테 쫒기고 음식을 먹어도 투명인간이라 음식이  몸 안으로 흉칙하게 들어가는 것이 다보인다. 
진짜 투명인간만 되면 마술처럼 마법을 부리고 살 줄 알았던 우리의 주인공 그리핀의 삶은 추위에 떨어야 했고, 배고픔에 힘들어했다.
비밀스러운 힘으로 어디든 맘대로 갈 수 있는 걸 상상했지만 현실은 그에게 지독한 고독과 공포만을 안겨 주었다. 
남의 집에 침입해도 투명하다 뿐이지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고 무얼 훔치려고 해도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벽을 그냥 통과하고 순간 이동하는 귀신이 아닌 그냥 인간인데 그저 불가시적일 뿐이다. 
그것도 몸에 아무것도 두루지 않고 다 벗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추워서 옷을 입으며 옷이 걸어다니는 기괴한 꼴이 된다. 
 
결국 그는 외로운 늑대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괴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꿈꾸는 투명인간으로 살기에는 그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기에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를 한 곳으로 몰아 잡을 수 있었다. 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가시적이거나 불가시적인 것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각만을 염두에 둔 그의 실험은 그를 배고프게 했고, 추위에 떨게 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가 오히려 사람들보다 본인에게 악몽이 되어 버린다. 
 
세상에는 시각말고도 다른 감각들이 살아 숨쉰다는 걸 좌시한 것이다. 
앞이 안 보이는 것만으로 세상을 통제하려고 꿈꾼 공포정치는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는 그 몸둥아리 하나 사람들에게 안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허망한 꿈을 꾼 것이다. 
그가 무시한 촉각, 후각, 청각, 미각을 배제해버린 대가가 그를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적은지 실감하게 된다. 
그는 실험성과에 대한 욕심으로 혼자 실험하고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고립됐다. 조수가 있었다면 편안히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곳이 있었을 것이다. 
혼자 그걸 했기 때문에 그는 의식주 마저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인간으로 되돌아오는 실험마저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누군가 투명인간이 되는 실험을 같이 하고 있었다면 그는 충분한 취할 수 있었으며 지금보다 막연하고 불확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조수가 있다면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꿈꿀 수 있다 여겼지만 결국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은 사람마저 그를 위험인물이라 여기고 그의  무자비한 공포정치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투명하게 만들다면 마술을 능가한다고 생각했지만 항상 장점 뒤에 단점이 있다는 양날의 칼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위험은 여기저기 도사렸다. 
걸어 다니면 눈밭에 발자국이 남았고, 그걸 보고 달려드는 사람이며 개도 있었고, 아무리 소리내지 않으려해도 소리날 수 밖에 없었다. 
결점을 생각하지 못한 그는 결국 계속 쫓기고 배고프고, 개를 풀어 잡으려는 군중의 힘을 따라 잡지 못했고, 편히 잘 곳도 없어 춥고,편히 먹을 것도 없어 배고프고, 사람들을 피해 다니느라 지쳐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불가시성이 의미하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괴물 취급을 받는 그리핀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다른 한 사람의 대답처럼 외로운 늑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남의 말을 엿듣어 그 사람의 듣는다해도 그게 상처가 될 거라면 세상에 안 듣고 모르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여긴다. 뭐 굳이 저 삶을 꿈 꾸면서까지 가지려 하고, 취하려 하고, 들어야 하겠는가. 
 
강사가  이 책에 대한 부연설명과 인간이 가진 본성과 탐욕과 범죄심리에 대해 대충 얘기한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단지 투명인간이 된다면이란 질문에 사람들이 적은 답변이 내게는 더 흥미롭고 기억에 남을 뿐이다.
 
#허버트 조지 웰스#투명인간#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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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짬e(alzzame) 2019-07-17 20:05:22

    님의 글을 읽으니저도 투명인간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보통 투명인간 하면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는데.. 보이지 않음으로 해서 할 수 없는 것이 있을 것 같네요.
    그렇게 되면 투명인간이 되어 은행 금고에서 돈을 훔쳐나올 수도 없는 것인데...그런 투명인간 말고 돈을 훔쳐나올 수 있는 투명인간은 없을까요   삭제

    • 난초나라(kjkyj) 2019-07-17 18:18:38

      송이든님의 투명인간에 관련된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생각하는게 비슷한가 봅니다. ㅎㅎ 저도 투명인간이 되면 말씀하신 탐욕을 주로 생각했습니다.^^ 그나저나 2명은 정말 신기하네요~   삭제

      • 규니베타(ai1love) 2019-07-17 08:36:13

        투명인간
        원작은.... 읽은것 같긴한데...
        영화가 그래도 최근이어서 기억이 남네요
        할로우맨 이게 투명인간을 소재로 했던 영화였죠
        약간 공포스러운쪽 위주로 몰고 갔던거 같은데...
        시각을 빼앗는다는건 굉장한 공포긴 하죠

        요즘은 실제로 투명이 되는쪽보다는 메타물질로 빛을 회절시켜서 안보이게하는 투명망토(?)같은게 군사용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하니....
        일시적인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소원을 이룰찌도 모르겠네요   삭제

        • 자유투자자(tmdwoqn) 2019-07-17 00:30:25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단순하게 투명하게 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불편한 점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삭제

          • fndk2846(fndk2846) 2019-07-16 19:39:33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 것은 부모님에 기대감은 못미치것나 감당히 힘들어서 투명인간이 되어서라도 힘듬 상황을 벗어 나고 싶다는 일종 심리감?   삭제

            • 캔들(Candle9) 2019-07-16 19:28:41

              대박...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문제가 참으로 많았네요
              저도 어릴적 투명인간관련된 영화를 하나 본적이 있는데 비슷한 내용이었던것 같아요..
              어릴적이어서 기억도 안나지만.. ㅎㅎ 후원하고 갑니다^^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7-16 16:02:04

                그렇게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투명인간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가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생각하기 싫다는 분은 질문 자체에 대해 생각하기
                싫었다는 건지 투명인간이 되는것 자체를 생각하기 싫다는 걸까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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