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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그곳에 도착한 사람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많은 건물이 폐허가 된 것으로 보아 과거부터 방치된 사찰로 보였는데, 유일하게 한 전각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고, 누군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그 전각으로 다가갔다.

“ 아미타불. 밖에 손님이 오셨구료. 안으로 드시지요. ”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나이가 지긋한 승려가 있었다.

“ 실례하겠습니다. ”

하르가치의 인사에 노승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 아미타불. 인연이지요. ”

옆에 있던 여인이 조심스럽게 질문하였다.

“ 스님. 혹 여기에 다른 스님들은 안 계신지요? ”

노승은 빙그레 웃었다.

여인은 금방 그 의미를 깨달을 수가 있었다.

“ 감사합니다. 스님 ”

“ 아미타불. 모두가 전생의 연이 이어진 것이옵니다. 마음에 둘 필요가 없소이다. ”

그리고는 하르가치를 보며 말하였다.

“ 외람되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러하니 잠시 자리를 피해 주셨으면 합니다. ”

하르가치는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노승이 여인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하였지만, 자기에게 비켜 달라고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전각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운기를 하였다.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았지만, 당시의 일이 기억나지 않았으므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자성의 몸에 있던 뭔가가 자신에게 넘어 오려고 했다는 것은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인하여 그러지 못한 것 같았다.

‘ 내 몸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

그가 제일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현재의 자기 몸 상태를 보아서는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확신을 하기가 어려웠다.

‘ 굿이라도 해야하나? ’

하르가치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생각을 하였다.

그냥 있기에 뭔가 찝찔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르가치가 그렇게 자신의 몸에 대해 고심을 하는 동안, 전각안에서는 노승이 여인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노승의 이야기는 너무 놀라운 것이라 여인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충격을 받아 한동안 멍한 얼굴로 앉아있던 여인이 노승에게 물었다.

“ 방금 하신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

노승은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 어떻게 이런 일이 …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여인이 굳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 만약, 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

“ 아미타불. 천하에 피바람이 불 것이오. 근래에 있었던 일들은 아무 것도 아닐 정도의 광풍이 닥칠 것이오. ”

“ 영원히 만나지 않게 제가 조심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

노승은 고개를 저었다.

“ 전륜(轉輪)을 막을 수는 없지요. ”

“ 스님. 제가 전생에 도대체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나요? ”

말을 하던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 아미타불. 모든 것이 업보이오이다. ”

“ 차라리 제가 자진을 하면 되겠는지요? ”

노승은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 그것은 죄를 더욱 크게 만드는 것이오이다. 그리고 보살께서 죽는다고 할지라도 보살의 혼은 또 다른 사람의 몸을 타고나기 때문에 전륜에서 벗어날 수가 없소이다. 오히려 업이 더욱 커져 더 큰 고통을 당하게 되오이다. ”

여인은 무릎을 꿇고 합장하면서 말하였다.

“ 스님. 도와주시어요. 절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시어요. ”

노승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였다.

“ 아미타불. 소승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소이다. 모든 것은 보살이 결정할 문제지요. ”

“ 그럼,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

노승은 책 한 권을 꺼내 여인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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