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는 그저 소주와 맥주를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외부 약속은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집에서의 시간이 많아진다.
야직 술을 끊지는 않은지라 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기는 좀 그렇고
그래서 친해진 술이 막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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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에 튀김 쪼가리나 새우깡에 많이 먹었던 술이지만
늘 속이 좋지않아 그렇게 좋은 기억만으로 남아있는 술은 아니다.
뭐든 익숙해지면 정도를 지나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저녁먹고 한병정도 가볍게 걸치면 좋을텐데 한병으로 끝나지 않는다.
뉴스 보다가 열 받아서, 야구를 이겨서, 재밌는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해서 등등 갖가지 변명을 와이프한테 늘어 놓고
뒷통수로 날라오는 따가운 시선을 외면한 채 지갑들고 편의점으로..
조금 일찍 시작하면 그나마 조금 나을텐데 막걸리 2통을 늦은 밤에
먹고 잠자리에 드는 게 새벽 시간부터는 고통으로 밀려온다.
일어날까 말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가도 벌떡 일어나 부풀어 오른
방광을 잡고 한참을 볼일을 봐야 한다.
그러니 잠은 다 달아나고 속도 더부룩하고 언제 또 화장실을
가야할 지 모르니 이 밤은 더 자기는 글렀다.
아 한병만 먹고 잘걸 하는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2통은 배로 들어가
사라진 상태이니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그 한병을 못참아서 이렇게 고생을 하나 하고 새벽부터 자괴감에
빠지지만 저녁 때 되면 또 쌩쌩해져서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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