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홉킨스의 소름돋는 연기 <양들의 침묵>

영화 <양들의 침묵>하면 소름돋는 연기를 펼쳤던 안소니 홉킨스를 지울 수 없다.

다른 범죄 영화와는 다르게 연쇄 살인범을 잡기 위해 경찰이나 FBI 요원들간의 공조가 아닌 FBI 여생도가 혼자 정신과 의사였던 살인마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해 나간다.

FBI 훈련생 스탈링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버펄로 빌 미제 살인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한니발 렉터를 찾아간다.

정신과 의사였던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는 자신의 환자 9명을 살해한 다음 살을 뜯어먹은 식인 연쇄 살인마로 8년째 수감중이다.

렉터는 스탈링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 그녀의 특색을 파악하고 심리분석을 해냈으며 그녀의 트라우마까지 알아낸다.

연쇄 살인범에게 희생된 피해자들은 등가죽이 벗겨져 있고, 입안에서 나방인 누에고치가 발견되었다는 사건파일로 렉터가 내놓은 분석은

범인이 살인을 해서 느끼는 건 탐욕이 1차적이고 여자를 죽이는 건 부수적이다. 나방이 갖는 의미는 변신이다.

모충에서 번데기로 변신하고 다시 성충으로 아름답게 변신하는 나방처럼 범인도 무언가 화려한 변신을 원하는 것이다.

렉터는 범인이 성전환 수술을 거절당하고 자신의 존재를 증오한 나머지 성전환 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여자의 피부를 벗겨 옷을 지어입는 형태로 욕구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힌트를 준다.

번데기가 나중에 아름다운 나비로 변신하는 것처럼 범인도 그렇게 변신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여자의 등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이다.

나방이 결정적 단서가 되어 살인마를 잡을 수 있게 해준다. 이 버펄로 빌 사건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에린 게인 사건'을 모델로 하고 있다.

클라리스 스탈링(조디포스터)은 10살무렵 경찰서장이었던 아버지가 총에 맞아 죽으면서 졸지에 고아가 된다.

고아가 된 그녀는 양을 키우는 목장부부에게 가게 되는데, 어느 날 양들의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스탈링은 헛간에서 도살되고 있는 양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어린 스탈링은 양을 풀어주려고 울타리문을 열어준다.

하지만 왠일인지 양들은 도망갈 생각도 안하고 어리둥절해서 그냥 서있기만 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한 마리라도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양 한마리를 안고 목장을 도망쳐 나온다.

그런데 10살이었던 스탈링이 양 한마리를 안기에는 너무 무거웠던 것이다. 얼마 못가 경찰에 붙잡혔고 화가 난 목장주는 그녀를 고아원에 보내버린다.

결국 한 마리의 양도 구하지 못했다는 강박관념은 어른이 되어서도 꿈에 양들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렉터는 스탈링이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면, 양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연쇄 살인범으로부터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여긴다.

연쇄 살인범을 사건파일이나 증거물로 분석하듯 렉터는 스탈링의 심리를 같이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한니발 렉터나 버펄로 빌은 죄의식이 없는 사이코패스이지만 훈련생 스탈링을 대하는 한니발 렉터는 왠지 정신과 의사로서의 모습이 느껴졌다.

스탈링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그녀가 살인범에게 납치된 캐서린을 구해 그녈 괴롭히는 양의 비명소리로부터 해방시켜주기 위해 살인범의 정체를 분석해주고 그녀에게 단서들을 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영화에서 범인을 잡는 중요한 단서는 '나방'이고, 목장주로부터 양을 구하고 싶은 것처럼 살인자로부터 피해자를 구하고 싶은 스탈링의 내면의 소리인 '양의 울음소리'가

영화 속 캐릭터와 함께 완성도 있게 잘 짜여져 있다.

양들의 침묵은 더이상 스탈링이 양의 비명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는 피해자를 구함으로서 울음소리가 멈추었다는 해석으로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스탈링이 범인의 은신처를 찾아내고 혼자서 범인을 죽이고 캐서린을 구출해 냄으로써 FBI정식요원이 된다.

탈출한 렉터가 그녀에게 전화로 양의 비명소리가 멈추었냐고 묻는다.

렉터는 결국 연쇄 살인범도 잡게 도와주고 스탈링의 트라우마도 극복하게 해 준 존재인 것이다.

렉터가 탈출하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장면 중의 하나이다.

렉터는 탈출하기 위해 아주 조용하게 움직였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음악을 감상하는 모습과 경사의 얼굴가죽을 뒤집어쓰고 그가 벌인 연기력은 소름이 돋았다.

안소니 홉킨스가 다른 영화에서 이미지를 변경해서 출연해도 내 기억속에는 <양들의 침묵>에 나왔던 한니발 렉터때문에 제대로 몰입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게 각인되어버렸다.

다시봐도 완성도 있는 범죄, 공포, 스릴러 영화이다. 엽기적인 살인범과 FBI 훈련생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