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더위가 최고조인 듯 합니다. 더위를 누그러뜨리기에 설산 사진이 제격이겠지만 그건 너무 먼 미래. 언젠가 우리를 설레이게 했던 내장산 가을단풍을 기억해 보며 바람끝이 선선해지길 기대해봅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50여장의 페넌트들은 충청도 홍성에서 입장한 분들입니다.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집안이 부유한 한 한량의 소장품들입니다. 평생 대문 안밖에서 장구소리와 메구(꽹가리)소리가 끝이지 않았다고 하네요.

오늘은 우선 내장산 페넌트 9장을 소개합니다.

고향의 '봄'이 울긋불긋 꽃대궐이라 하지만, 기실 가을이 더하지 않나 싶습니다. 초록과 노랑 그리고 빨강색이 어울러져 황홀경에 빠뜨리는 것 같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수작이 아닐까 싶네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이게 전형적인 80년대 페넌트입니다. 걸대를 플라스틱으로 하고, 페넌트 재질도 인조섬유라고 해야 하나 그런걸로 만들죠.

좌측하단의 인물들이 누굴까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오직 등산박물관에서만 가능한 '해법'^^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사진을 가지고 그렇게 낭만적인 그림을 그린 겁니다.  보시다시피 지금보다 더 화려한 패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50년대 생이니 지금 60대겠죠. 다들 오겡끼데스까?

호남의 금강, 국립공원 내장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페넌트는 대체로 70년대부터 80년대에 인기를 끌었는데요. 70년대는 고풍스럽게 재질을 가죽비슷한걸로 하고, 걸대를 쇠나 나무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단에 앙징맞은 다람쥐를 넣었는데요. 다람쥐와 산을 매칭하는 건 한국 등산계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글을 조금 달리하다보니 위에서처럼 서래봉이 뒤쪽에 병풍처럼 서있는 모습이  없어서 아쉽네요.

여기에도'호남의 금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호남의 금강'이라는 라벨링은 월출산, 대둔산 등에도 붙게 되는데요. 소요산을 두고서 '경기의 금강'이니 하는 꽤 근사해 보이는 이 비유법은 조선스러워 보이는데 사실은 일제 때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 이전 조선시대에는 '작다'는 뜻의 소(小)를 붙여 소금강이라고들 했습니다.

이 정자는 우화정이 아니라 전망대입니다. 전망대라는 이름으로 적당한 곳에 시멘트 구조물로 팔각정을 세우는 것이 당시 유행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서울 남산도 그러하고 북악스카이웨이의 정자도 그러하고 어린이 대공원 정자도 그러하고, 그시절 정자들은 팔각이 대세였던 것 같습니다. 조선때도 그러했을까요?

사실 이렇게 등을 보이는 것이 등산계가 다른 계와 구별되는 등산계만의 아이덴티티입니다. 뒷모습에 더 많은게 담겨 있는 법이고요.

지금 이 전망대에서 전망을 하고자 하는 곳은 서래봉입니다. 이곳 말고도 또 '연좌대'라고 불린 전망대도 있었습니다.

시멘트 구조물이라 흉물스럽다고 할 이들이 많겠지만, 자연을 감상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에는 산에서 '인공'을 좋아했습니다. 대둔산은 심지어 도립공원도 아니면서 금강구름다리와 철제계단으로 유명세를 떨쳤죠.

단풍잎과 단풍나무 아래에 암벽등반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록클라이밍이 그 시절 로망이어서가 아닙니다. 이곳이 '산'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록클라이밍을 페넌트의 소재로 삼는 것은 어느 산에서건 흔한 장면이죠.

이제 이 페넌트의 세 소재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공구조물. 암벽등반 그리고 단풍 '턴넬'이라고 불렸던 단풍길이 우리가 추억하는 내장산입니다.

참고로 하단의 단풍터널도 그림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지금도 이 나무는 그대ㄹ 남아 있을까요?

아래는 그 시절 내장산에 관한 여러 추억들을 모아보았습니다.

등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