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야구를 '인생'이라 비교한다. 허나  그 인생을 막상 책으로 펴내자면 고작 자기계발서나 기껏 아동용 전기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산이 펼쳐내는 수많은 스토리텔링과 견줄 스포츠는 달리 없고, 바둑에서 그나마 발견할 수 있다. 바둑에 관한 책들을 컬렉션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바둑교재나 기보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사실 바둑을 두었으면 제법 두었을^^ 텐데, 인연이 닿지 않아 아직까지 한번도 두어본 적은 없다. 바둑의 '바'를 몰라도 컬렉팅한 책들은 아래와 같다.

"본인방 살인사건"

본인방이 무언지는 대강은 알고 있는 터이지만 굳이 이 책을 산 건 아마도 그날 기대를 하고 간 헌책방에서 막상 살만한 산서가 별로 없어서일 것이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건 어떨땐 짜증 나는 일이니까.

등산코너 옆에 대체로 스포츠 그리고 바둑책들이 있기 쉽상인데, 이 책이 눈에 띤 건 아무래도.

"살인산행"(여기를) 때문이었을 것이다.

등산과 추리소설를 결합한 이 책은 무슨 영문인지 고액으로 매매되고 있다. 그 가격으로 사고 싶은 생각은 없는 터에, 바둑과 살인사건을 결합한 제목에 관심이 갔을 것이다.

"본인방 살인사건"은 바둑을 몰라도 흡입력이 있고, 특히 일본바둑사를 꿰뚫을 수 있어 즐거웠다. 바둑을 인생의 도장(여기를)으로 생각하는 비정한 일본인들의 멘탈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으로 인해 일본바둑사의 기초를 잡을 수 있었고 이어 바둑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아래는 그로 인해 구입한 책들의 리스트이다.

조치훈의 "목숨을 두고 둔다" 제목만큼 강렬한 조치훈의 눈빛.

사놓고 한장도 펼치지 못했다. 다만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라는그의 모토에 반했다. 그렇다고 조치훈이 만들어낸 건 아니고, 일본어에 이런 표현이 있다. "たかが(타카가, 기껏해야)....    されど(사레도, 그래도)....."

"타카가 토잔(登山), 사레도 토잔" 그래보았자 등산, 그래도 등산" 어쩌면 산악인의 기저에 놓여 있는 복잡미묘한 마음을 캐치한 듯 하여 재미로 기억할만 하겠다. 

"나의 스승 조남철"은 김수영이 한국에 바둑의 토대를 닦은 스승 '조남철'에 대해 쓴 책으로 인상적이다 거듭 '나의 스승은'이라는 표현을 읽을 때마다 그분을 떠올리곤 한다. 곁에 두고 마음으로 새기고 싶은 책.

'바둑에 살다"는 조남철의 회고록인데 잠시 읽다 그만두었다. 등산처럼 바둑도 묘해서 이런 제목도 어울린다.

'불멸의 항쟁보" 사놓고 한페이지도 펼쳐 보지 않았지만, 딱 보아도 일본책 스럽다. 표지도 사무라이를 담아 놓았다. 저런 자세로 바둑을 임했더라고.

일본의 바둑서을 번역하여 다락방에서 낸 책들. 현대 한국의 바둑을 일구어온 이들의 멘탈리티를 형성한 책들이리라.  하나하나 눈에 띠는대로 구입할 예정이다. 

하단의 '명인'을 쓴 천단강성은 설국의 작가 '가와바다 야스나리'이다. 가와바다 야스나리가 죽자 친구이자 일본바둑계의 전설인 세고에 겐사쿠도 따라서 자살을 했다. 세고에 선생은 잘 알다시피 조훈현의 스승이다.

아래는 책 표지와 제목을 언급해 본다.

"굿바이 관철동"

"불세출의 승부사들"

"19로의 스타열전"

'대륙의 숨은 고수들"

"요순에서 이창호까지"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인 청년사에서도 이런 책을 냈다. 당시 바둑이 어떤 위상인지를 간접 증명하고 있다.

이승우의 바둑이야기

충청도를 중심으로 해서 활동한 이승우 선생의 "청석기담"

아참 산샤의 "바둑두는 여자"도 사놓았긴 하네. 이 외에도 몇권은 더 있을텐데....

바둑에 관한 스토리텔링 책은 적게는 30권 많아도 50권은 넘지 않을거라 본다. 심심풀이로 한권씩 사다보면, 산악서의 외곽 데코레이션용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블로깅의 부수적 효과는 이미 산 책 다시 사지 않게 되는 것도 있겠다.

위키피디아에 올려져 있는 책들이다. 음, 만화까지 손을 뻗칠까....

이상 여름 무더위에나 가능한 심심파적 이야기였습니다....~~~

등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