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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담기

 

 

 

막걸리 담기

 

어릴 때 어머니는 명절이나 농번기가 다가오면 준비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술(막걸리)을 빚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묵은 쌀이나 벌레 먹은 쌀을 맑은 물이 나올 때 까지 깨끗이 씻어 준 다음 가마솥에 흰 천을 깔고 씻은 쌀을 올려 고두밥을 만듭니다. 쌀이 익으면 들어내어 한 김을 뺀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이리저리 늘어서 잘 식혀줍니다. 옆에서 구경하다가 주워 먹는 고두밥이 구수하니 참 맛있습니다. 밥만으로도 계속 당기는 맛이라 간식거리 귀한 시골에서는 간만에 먹어 볼 수 있는 먹을거리 이었습니다. 고두밥이 어느 정도 식으면 빻아놓은 누룩과 함께 잘 섞어 줍니다. 다음 이렇게 섞은 것을 짚을 태워 소독한 옹기에다가 담고 적당량의 이스트를 넣어 준 다음 물을 부어 줍니다. 물의 양은 고두밥위로 손을 세워서 넣었을 때 손가락과 손바닥의 경계 정도(?)까지 오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너무 뜨겁지 않게 잘 보관하면 빠르면 이틀 정도 지나면 막걸리로 먹을 수 있습니다. 맑은 술을 원하면 술이 발효가 되어 끓어올랐다가 다시 가라앉게 되는데 까지는 한 오 일 정도 걸리는데 삭은 고두밥과 누룩이 밑으로 가라앉고 위에는 밥 알갱이들이 살짝 뜨는 동동주 형태의 술이 됩니다. 술이 익으면 어머니께서는 맛을 보라시며 막걸리 잔에다가 조금 떠서 주셨는데 어릴 때라 술 맛을 몰랐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뒷맛에 감칠 맛(이렇게 밖에는 설명할 말이 생각이 안 나네요)은은한 누룩향의 잔상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기억에 의존해서 쓰다보니 사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는 명절에 차례를 지내고 다 같이 식사를 할 때면 집집마다 담은 술을 비교하고 품평을 하기도 했습니다.(시골이다 보니 친척들끼리 다 모여서 순서대로 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다 같은 재료에 다 같은 물인데도 술을 빚는 사람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술도 술을 빚는 주인 따라 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이 담으면 술도 빨리 발효되면서 빨리 익고 조금 느긋한 성격이면 술도 천천히 익는다고...그래서 술을 담으시는 날이면 장을 담그실 때만큼이나 조심하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서 막걸리로 걸러내어서 마셨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맑은 술로만 마시게 됐는데 이거 상당히 독합니다. 달지 않고 부드러운 감칠맛에 은근히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한 잔 두잔 홀짝이다 보면 어느 순간 취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웬만한 소주 보다 더 독하지 않을 까 하는... 시중에 파는 막걸리처럼 마신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요즘은 예전처럼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고, 또 마실 사람들도 줄어들어 어머니께서도 그렇고 친척 아주머님들도 술을 사서 차례를 지내는 탓에 그 맛을 보기가 힘이 듭니다. 차례 지낼 술과 음복하면서 마실 술을 몇 병만 사서 사용하다 보니 명절을 준비하는 어머니나 친척 아주머님들의 노고와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이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예전에 마셨던 그 술맛을 생각하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 생각이 나서 가끔은 시중에 파는 막걸리를 마셔보기도 했는데 집에서 직접 담은 술에 비해서 좀 가볍다는 생각과 함께 단맛이 많이 남아 쉽게 질리고 다음 날 숙취로 인해 잘 안마시게 됩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살짝 누르스름하면서도 맑은 빛에다가 은근한 감칠 맛 뒤에 따라오는 은은한 누룩향의 잔상이...

그리워지는 맛입니다.....

 

 

#막걸리#누룩#이스트#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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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이든(widely08) 2019-08-14 17:13:00

    저는 막걸리를 집에서 담그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시어머니께서 막걸리를 직접 담그어서 시장에서 예약제로 소량으로 팔았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삭제

    • 상큼체리걸(hyedn85) 2019-08-14 13:01:44

      정말 대단하십니다.. 티브이서 보니까 막걸리 담그는거 어지간한 정성으론 안되던데.. 부모님 세대는 정말로 대단하신것 같아요.. 존경 존경!!!   삭제

      • momo(kondora) 2019-08-14 09:47:55

        부모님 세대들은 집에서 막걸리나 동동주를 담궈 드셨을 겁니다..
        저희 집 또한 어머님이 매 1월이면 동동주를 담그셨습니다..
        그땐 제가 어려서 어머니가 담근 동동주를 못마셨죠..ㅠ.ㅠ
        오늘따라 어머니의 동동주가 그립네요.. ㅎㅎ   삭제

        • 박다빈(parkdabin) 2019-08-14 09:39:59

          저희 집에서도 막걸리를 담아 마시는데
          손으로 빚은 막걸리는 확실히 그 특유의 풍미가 있는 것 같아요.
          재료를 아낌없이 넣기도 하고.. ㅎㅎ   삭제

          • Tanker(icarusme) 2019-08-14 07:49:11

            집에서 담근 막걸리와 가게에서 파는 막걸리가 비교가 되겠습니까.
            맛과 정성에서 비교가 안되죠. 막걸리 참 좋아하는데 담근 막걸리
            먹게 되면 엄처 먹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삭제

            • 알짬e(alzzame) 2019-08-14 00:48:27

              아 저는 님께서 직접 막걸리를 담는다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께서 담가주시는 막걸리.. 언제 함 마셔보고 싶네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8-13 16:42:05

                막걸리 담는 과정을 보여주시니 어릴적 봤던 모습이 재연되는것
                같아 추억 소환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술 익어갈때 어린 아이에게도
                맛을 뵈주던 집에서 담근 막걸리였는데요..아 그립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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