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섬

파운드                           

오 신이여, 뷔너스여, 머큐리여, 도독떼의 수호신이여, 제발 비노니,

내게 주시옵소서. 조그마한 담배가게 하나를

선반 위에 산뜻하게 쌓여진

작고 예쁜 상자갑들도 주시옵고

물렁물렁하고 향기로운 당밀의 씹는 담배와

독한 살담배도 주시옵고

화려한 유리 케이스 아래 흩어진

화려한 버지니아 담배도 주시옵고

너무 매끄럽지 않은 저울도 한 개 주시옵고

그리고 수작을 하거나 머리 좀 빗으려고

지나가다 들려 한 두 마디 씨부릴

매춘부들도 주시옵소서.

오 신이여, 뷔언승, 머큐리여, 도독떼의 수호신이여,

조그마한 담배가게 하나를 빌려라도 주시옵던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라도 주시옵소서,

쉴새없이 머리를 써야 하는

이 빌어먹을 글쓰는 일만 아니라면.

파운드: 아이다호주 헤릴리에서 태어나 헤밀턴대학을 졸업했다. 일찍이 유럽으로 건너가

40여년을 생활하며 국적 이탈자로 자처 하면서 해박한 언어지식과 시적 재질을 

바탕으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며 이미지즘 운동을 지도했다. 제임스 조이스를 누구보다

먼저 인정하고 소개했으며 엘리어트의 「황무지」를 수정 해 주는 등 영미 시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 중국의 한시를 소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한 그는 엘리어트와 

더불어 새로운 주지주의 문학을 주도하기도 했다. 비평가로서의 활동도 활발해서 

모든 형식적 방법을 배제한 새로운 비평을 주장했다. 2차 대전 때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선전했다가 종전 후에 반역죄로 기소되었다가 정신병으로 인정되어 워싱턴의 

정신병원에 12년간 입원했다. 퇴원 후에 이탈리아에서 거주하다 베니스에서 사망했다.

예이츠 엘리어트와 더불어 20세기 영미 문학에 있어 최대의 시인 비평가로 애기된다.

「호수의 섬」은 에이츠의 「인스프리 호도」에서 차용하여 제목을 붙인 시다. 

예이츠가 동경과 이상향으로 호수의 섬을 그리고 있음에 비해 이 시에서는 아주 

해학적이고 장난스러울 정도로 회화시켜 쓰고 있다. 특히 작가에 대한 혐오감이 

드러난 마지막 두 행에서 시의 분위기가 더욱 희극적으로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