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방학에는 야외 수영장에 데려가도 좋아하더니
한살 더 먹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이런 나들이에 관심이 없어진 아들

이제 개학도 얼마 안남아 어디를 갈 수도 없고 해서
생각한게 지난주 부터 공원에서 조깅을 시작했는데 이걸
아들과 같이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날이 길어져 일찍 일을 마치고 들어가면 한시간 이상은
운동할 수 있는 계절이기에 월요일 부터 일찍 퇴근해서
반강제로 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약간 언덕길인 공원을 뛰어서 올라가는데 나 역시도
숨이 벅차지만 자식넘은 저 밑에서 헐떡대고 있다.
'빨리 뛰어 임마'
그리고 공원상부에 있는 원형경기장 같은 곳을
몇바퀴 도는데 이넘은 뛰다가 쉬고 조금 뛰다가 쉬고
영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물 없어요?'
'지갑 안가지고 왔는데'

궁시렁대지는 않지만 뭔가 만족하지 못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는데 그걸 무시하고 계속 채근하면서
몇바퀴를 더 뛰었더니 온몸이 땀 투성이다.

맘속으로는 이런 생각이 가득했다.
'이런 건 세상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아니야.
 정말 힘든 일은 따로 있어. 공부가 세상 일중에서 가장 쉬운 일이야. 
 그러니 공부도 좀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

길지 않은 시간동안이었지만 그래도 땀을 흠뻑 흘리고 집으로 오는
발걸음은 개운했다. 자식넘도 그랬으리라 믿고 싶다.
이렇게 아들과 나의 피서, 그리고 방학은 끝나가고 있다.

Tan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