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다는 이유로 착각하다.

첫 회사 출근에 낯설기만 한 환경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것 저것 챙겨주고 웃으면서 친절하게 굴었다. 나에게 호감이 있구나, 나랑 친해지고 싶은 거구나, 착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녀의 친절만으로 그녀가 마음이 착하고,여리고, 타고난 천성이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친절하고 친근하게 구는 그녀에게 나 역시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며 알뜰히 챙겨주었다.

그렇게 둘도 없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고 나 혼자 그 친절을 잘못 넘겨짚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남을 의식하며 행동하는 친구였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남에게 잘해주는 스타일이었다. 모두에게 천사의 가면으로 다가가고 옮겨 다녔다.

앞과 뒤가 다른 사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구분할 방법은 내게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인다. 사람의 의도를 알 수 있고,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 사람이 자신에게 무얼 잘해주고, 먹을 것 사주고 챙겨준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자신을 좋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게 진짜 마음이 아니라면 더욱 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착한 게 아니라 남의 눈을 의식해 착한 사람인 척 하는 것이고, 마음 넓은 사람인 척, 좋은 성격인냥, 그런 착한 프레임에 걸린 사람이었다.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내게 다가온 것이지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접근한 것이라 아니었다. 혼자 착각하고 마음을 준 것이다.

누구나 싫은 사람은 있다. 싫어하는 사람에게까지 잘해주는 척하며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착하다 소리를 듣고 싶은지,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도록 애써야 하는건지.

남의 시선, 남의 말에 일일이 신경쓰고 사느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돈 써가며 자신을 좋은 이미지로 부각시키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잘 해 준사람이 다 자기 편에 서기를 바라고,안그러면 내가 저 사람한테 어떻게 했는데, 너도 알지, 내가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며 이것 저것 얼마나 챙겨주었는데 하고 공치사를 했다.

그녀는 친절을 전시하기 위해 전시장을 옮겨다니듯 다음 신입생에게 친절을 가장해 다가갔다.

신입이 오면 또 옮겨가고 신입이 오면 또 옮겨가는 걸 보면서, 신입생을 잘 챙겨줌으로서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가려는 속내였는데 난 정말 우리가 속까지 친한 줄 알았다.

신입생한테 친절했던 건 자신의 이미지를 위한 것이지 날 위한 배려가 아니었다. 혼자 넘겨짚고 그녀와의 두터운 관계의 벽을 쌓려고 했던 것이다.

그녀가 행동하는 모든 것에는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위장술이었다. 남의 시선에 자신의 행동을 빨래 널어놓듯 전시해놓는 스타일이었다.

그 이후일까, 친절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무조건 맘을 내 주기가 싫다. 시간이 흐르도록 한 다음에 맘을 열어야겠다는 맘뿐이다. 진짜 속내를 알 수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