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음악회

샌드버그                               

네브라스카시 공설 광장의 밴드 음악회,

밀리고 흐르고 휘도는 옷들,

여름철의 하얀 정장.

벚꽃 잔가지 모양 숱하게 터진

계집애들의 얼굴과 피부의 빛깔.

그리고 아무도 모르나 세마차집 블루스의

말 울음소리 날뛰며 낄낄대는 이들.

카우보이며, 흑인들 우쭐대고 사내애들 밤색 말 달리며

여름철 흰 옷 차린 계집애들에게 옥수수밭 웃음 터뜨리어,

코르니트의 스타카토와 튜바 음파에 묻혀 아무도 모르나

어수선 법석한 삶에 미쳐 날뛰는 낄낄대는 이들 낄낄대는 이들.

느린 굿나이트 멜로디와 홈 스위트 홈.

그리고 향현 고수,

철물상회의 경리계 녀석이 고개 끄덕이며,

기차 차장의 딸에게 인사 붙인다.

아무도 모르나 낄낄대는 이들,

낄낄대는 이들 여름철 하얀 옷들이

공설 광장 밖으로 부채 편 꼴 모양 펼쳐 나온다.

아이스크림 소다점의 짓물린 딸기.

미루나무며 버드나무 속에 이는 밤바람, 문전,

층계와 현관의 창살 무늬 그림자.

이들이 더 많은 애기를 안다.

샌드버그 : 일리노이주 게일즈버그에서 태어나 13세에 학업을 중단하고 노동에 

종사하다가 롬버드 대학에 입학하여 시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에 정치, 신문사 등을 

전전하며 계속 시를 써서 <<시카고 시집>>을 내었다. 중서부의 공업 도시가 가진 

활력과 초원의 매력을 노래하는 시카고 그룹의 대표적 시인이 되었다. 그의 시는 

휘트먼과 이미지즘 그리고 자신의 체험을 종합하여 근대 공업도시의 활력과 

중서부의 대초원 등을 자유시로 힘차게 노래했다. 후에 민요에 관심을 가져 서정적인

시를 쓰기로 했다.

「밴드음악회」는 비교적 그의 후기 시에 소한다. 그가 민요에 탐닉하여 기타를 메고 

돌아다니던 시기의 시로 음악회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은어의 잦은 사용을 통해 

그린 이 시는 위에 소개한 「시카고」와 더불어 전통적인 시의 형태를 파괴하고 있다.

정제된 언어로 만들어진 예술이라는 일상적 통념과 시가 갖는 서정성 등을 파괴하고

소란하고 욕설이 튀어나오는 샌드버그의 시는 시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