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본 포스팅을 읽는 메이벅스 회원님들은 두 눈을 의심하실 겁니다. 세상에 어느 미친X이 술을, 그것도 만취한 상태에서 시험을 보느냐고 말이죠. 그런데 이것은 놀랍게도 실화입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4년전인 2015년, 그러니까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한창 복수전공인 경영학 수업을 들을 당시였습니다. 당연히 주전공(영어)이 아닌 경영학을 복수전공으로 들으려니 어려웠는데 다행히 경영학과의 두 교수님이 저를 좋게 보시고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두 교수님 모두 회계 과목을 강의하는 분들로, 한 분은 세무회계를 담당하셨는데 밥을 자주 사주셔서 밥 교수님, 다른 한 분은 중급회계를 담당하셨는데 술을 자주 사주셔서 술 교수님으로 불렸습니다. 2015년 3월에 두 교수님의 수업을 처음 들었는데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며 시험 직전인 6월 즈음에는 두 교수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하시더군요. 

그래서 6월말, 그러니까 3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경영학원론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는데 시험이 야간인 8시부터 시작되고, 점심 시간부터 저녁 8시까지는 시간이 비어서 복습이나 하려고 했었죠. 그런데 어쩌다가 밥 교수님과 술 교수님 두 분을 동시에 마주쳤습니다! 두 교수님이 반가워하시면서 저보고 밥이나 같이 먹자고 하시면서 이른바, 중국집 번개에 참여하게 됐죠.   

학교 인근 중화요리 집이었는데 대충 위의 사진과 비슷한 분위기의 중화요리 집에서 크림새우, 유산슬, 탕수육 등 온갖 비싼 요리들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도합 20만원 가까이 되는 식사를 대접받아 감사하고 황송할 따름이었죠. 그런데 술 교수님께서 갑자기 "중화요리에는 맥주가 들어가야지!"하시면서 술도 마시자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술을 거의 못마시지만 이미 교수님께서 바로 뒤에 위치한 냉장고에서 큰 맥주병들을 꺼내셔서 순식간에 큰 잔에 따라서 주시더군요. 그래서 시험을 앞두고 맥주를 신나게 마시다가 결국 만취했습니다.(그런데 맥주 맛은 괜찮더군요. 칭따오 맥주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밥 교수님과 술 교수님이 함께한 식사는 대충 오후 5시 정도까지 이어졌고 교수님 두 분의 격려를 받고 인사를 드린 뒤에 시험 시간 3시간 정도를 앞두고 공부를 하러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만취한 탓인지 도무지 공부가 안돼더군요. 설상가상으로 학교 교칙상 강의 또는 시험 시간 중에는 음주 금지인지라 잘못 걸리면 큰일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만취한 상태로 조금 자다가 만취한 상태로 저녁 8시에 경영학원론 과목 시험을 치르게 됐습니다. 다행히 평소에 수업을 잘 들었던 덕분인지 시험 결과는 좋았습니다. 참고로 2학기 때 해당 과목 교수가 학과 공지사항에다가 시험 기간 중에 술마시지 말라는 내용을 올렸는데 아마 제가 술에 취한 걸 알고도 그냥 넘어가줬던 것 같네요. 

아무튼 시험을 앞두고 몇시간 전에 만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네요. 그리고 두 교수님과의 인연 덕분에 졸업하기 전까지 두 교수님과 함께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신XX 교수님, 함XX 교수님 언제 한 번 꼭 뵙고 싶습니다.

무아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