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엄마는 울지 않았다. 강철 인간이었다. 울먹거리는 것도 없었다. 엄마는 언제나 무표정했고 견고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자타공인 울보가 되었지만(나는 울보 엄마가 좋다. 감정 표현을 이제라도 자유롭게 해서). 

2002년 월드컵 당시, 나는 엄마의 눈물을 거의 처음으로 보았다. 어떤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우승하자, 엄마는 조용히 눈물을 쏟았다. 엄마가 울자마자 내 등허리로 식은땀이 쭉 흘렀다. 엄마가 울다니. 슬픈 날도 아니고 기쁜 날인데 왜 울지. 나는 엄마에게로 가서 왜 우냐고 물었다. 왜 우냐고. 괜찮냐고. 

엄마는 기뻐서 운다고 하며, 민망한지 눈물을 얼른 훔쳤다. 나는 엄마도 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고, 엄마가 엄마 아닌 한 인간으로 보였다. 엄마에 대한 관점 변화는 한동안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아주 오래도록 엄마를 그냥 엄마로만 봤다는 사실이 죄스러워서. 

거실 소파 구석에 앉아 눈물을 훔치던 엄마. 엄마도 인간이었다. 

그 날 잠들기 전까지 나는 계속 당황한 상태였다. 엄마가 울어서. 엄마는 강철 인간이 아니라 여린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사실 같아서.

커 가면서 알았다. 엄마가 얼마나 여린 사람인지. 엄마가 얼마나 상처 잘 받는 사람인지. 살아야 하니까, 애들 키우며 살아야 하니까,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딴딴해져야 했다. 그게 엄마의 본모습은 아니었다. 

지금은 엄마가 투정도 부리고 불평도 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엄마라는 꺼풀을 벗고 그냥 사람으로 사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엄마에게 감사하다. 나를 믿고 내 앞에서 무장 해제해 주어서. 내가 짐을 나누어 달라고 할 때 그 짐을 나누어 주어서. 그래서 여기까지 누구 하나 낙오되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함께여야 할 때 함께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되돌아보면 마디마디 고맙지 않은 세월이 없다.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참 많은 언덕을 무사히 넘었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