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유원지로서는 양대산맥은  북한산성쪽과 우이동입니다. 조선시대, 일제시대 그리고 해방을 거치면서 그 위상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조선시대 양반네들이 선호한 코스는 단연 북한산성쪽입니다. 그 이유 중에는 '사찰'의 유무도 언급해야 합니다. 북한산성 계곡쪽에는 그들이 갑질해도 좋은 사찰들이 있고, 우이동 계곡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하룻밤 유숙하려면 당연히 북한산성쪽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일제 때는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인종과 민족 그리고 세대가 등장합니다. 한반도의 '무'더위에 고생하는 서양인들은 한여름 주로 북한산성에서 피서를 합니다. 일본인들과 조선인들 중 북한산 정상에 오르려는 이들도 물론 북한산성쪽 코스를 택합니다. 서울에서의 교통 등의 이유도 한 몫을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아니 그보다 우이동 '계곡'이 번성을 누립니다. 그 핵심은 수려한 계곡과 온산을 뒤덮는 눈부신 벚꽃입니다. 그런만큼 이 곳은 일본인들과 새로운 조선인 세대들이 주역을 차지합니다.

계곡을 정비하여 물놀이를 할 수 있고, 곳곳에 음식점과 요정과 술집이 등장합니다. 조선인들도 봄이면 기차로 택시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조선인 어린 학동들도 봄이면 우이동으로 소풍을 떠났습니다.

재조선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수많은 하이쿠를 남깁니다. 북한산성을 그린 하이쿠는 뭐랄까 파고다 공원 분위기스럽고, 우이동 하이쿠는 요즘으로 치자면 홍대입구나 강남스타일을 띱니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후 UN군은 서울로 진격해왔죠. 북한의 인민군과 좌익세력들은 서울을 총총히 빠져 나갔는데, 그들의 퇴로는 북한산을 중심으로 해서 좌측의 의주대로와 우측의 의정부 대로였습니다.

북한산 이쪽과 저쪽이 겪은 운명의 행로는 판이했습니다. 북한산성쪽은 거개가 파괴되어 겨우 상운사가 살아남았죠. 이승만 대통령이 북한산성에서 하룻밤을 지샐때 상운사에서 유숙했는데,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반면 우이동은 그대로였습니다. 미공군의 공습을 피했습니다. 따라서 일제 때 번성한 유원지 시설과 놀이스타일이 그대로 살아남았죠. 따라서 5,60년대 서울 근교의 위락지로 첫손에 꼽히게 됩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북한산성쪽은 공단이 과잉 개입해서 이상하게 된 것 같고, 우이동쪽은 시대를 발맞추지 못해 어정쩡한 게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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