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가마'와 '가마꾼'의  100년사를 가볍게 터치해볼까 합니다.

 

1. 도대체 거친 산을 언제부터 가마를 타고 올라갈 엄두를 냈을까?

2. 어느 산에 가장 먼저 가마가 등장했을까?

3 조선시대 가마하고 일제시대 가마하고 어떻게 달라졌을까?

4. 조선시대 가마꾼하고 일제시대 가마꾼하고 누가 처우가 나았을까?

5. 가마꾼은 언제 멸종했을까?

지금 가마를 타고 금강산 유람하고 있는 이는 놀랍게도 그 유명한 사이토 총독 부부이다. 순간 우리는'핍박받는 조선인의 설움'이라는 민족의식이 곧바로 생겨난다. 사진의 소장자인 민족문제연구소에서도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한 장의 사진......여기에는 다소 거만한 포즈를 취한 ......

그들의 비대한 몸집을 어깨와 팔뚝으로 지탱하며 서 있는 짚신 차림의 왜소한 조선인 가마꾼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애처로운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가 취하고 있는게  거만한 포즈인지 당연한 자세인지는   --> 여기를

민족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사이토가 탄 가마를 유심히 보면서 가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1) 어느 산에 제일 먼저 가마가 등장했을까?

상식적으로 보아서 가장 유명세를 떨치는 산에 제일 먼저 가마가 등장해야 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정치영 교수에 의하면,  15~6세기 지리산을 오른 김종직, 남효온, 김일손 등은모두  걸어서 올랐다고 한다. 17세기 이후부터 지리산에 가마인 남여(藍輿)가 등장하였다.  

이황 선생 때문에 상종가를 친 봉화의 청량산은 18세기부터였고, 국가대표인 금강산은 당연히 이보다 빨라야 할텐데, 당연히 16세기 말부터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조선후기 사대부의 유람에 승려가 메는 남여가 동원된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란다.

1) 어떤 멘탈이기에 거친 산을 가마를 타고 흔들흔들거리며 올라갈 엄두를 냈을까?

금강산의 전통적인 루트는 장안사, 표훈사, 정양사, 보덕굴 유점사 등 내금강 루트였다.

최초의 금강산 유람기는 고려시대 이곡(목은 이색의 부친)의 "동유기"라고들 한다. 그는 1349년 장안사에서 출발하여 표훈사를 지나 정양사를 돌아오는데, 가마를 이용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남효온이 1485년 4월 금강산을 유람하고 쓴 '유금강산기'에도 마찬가지이다 걸어서 다녔다. 당연한 이야기이겠다.

혜원 신윤복의 휴기답풍(携妓踏楓)의 한장면이다. 기생을 휴대하고 바람쐬러 가는데는 이 가마가 좋을 것이다. 사방에 벽이 없어서 시원하고, 덮개가 없어서 사방팔방 조망하기 좋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중심이 높아 산에서는 상당히 위험하지 않을까?

조선의 사대부는 좀 특이한 양반들이었다. 공자의 '인자요산'과 맹자의 '호연지기'를 활연하게 느끼려 산에 오른 만큼, 산에서 가마를 탔다는 것은 담대했다고 보아야 한다. 

상식적으로 정상적인 남자라면 자기 두발을 믿지 네다리를 믿지 않는다.  일당도 안주는 판에 가마를 메는 이의 어깨가 벗겨지면 마음이 저려와야 한다. 칼찬 일본의 사무라이는 어떻게 했을까?  '차마' 떨치고 자기 두다리로 걸어서 산을 올랐다. 

2. 조선시대 가마하고 일제시대 가마하고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사벨라 비숍 여사의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에는 1894년 금강산 여행기가 나온다. 당장은 책자가 없어 관련하여 상세한 내용이 있을텐데 확인을 하지 못해 아쉽다.

   * 맨 우측, 조선인으로 분장한 비숍여사와 함께 금강산을 함께한 조선인들(밀러가 찍음)

한편  젊은 선교사 F.S. 밀러는 통역자로 이사벨라 비숍과 함께 했다. 그는 장안사를 출발하면서 이렇게 적고 있다.

팔걸이가 양쪽에 달린 '단순한' 의자 가마는 어떻게 생겼을까?

1894년은 일제가 금강산에 침범하기 전이니, 밀러가 이야기하는 건 조선의 가마 즉 남여이다. 당시 서울 거리의 가마는 이렇게 장식성이 강하고 복잡하다. 그리고 무거웠을 것이다. 금강산에서는 재료를 경량화하고 구조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밀러의 표현을 원문으로 확인하면 이렇다. '팔걸이가 양쪽에 달린 단순한 의자 가마(The Chair was simply two poles with a frame-work in the middle resembling a rude arm-chair)" 그러니까 위의 정통 남여를 아주 단순화한 걸로 보면 될 것 같다. 검색 해보면 이런 간단한 방식도 있었다. 

여기서 잠간, 선교사 밀러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그는 일본의 산에서의 가마와 비교하려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같은 시기 일본의 가마를 보자.

이처럼  대나무로 만들었고, 4명이 들었으며 산악지대를 여행하기 좋은 의자가 있는 가마(椅子駕籠)도 있긴 있었다. 그러나 이건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생겨난 과도기적 산물에 불과하다. 곧 사라졌다.

에도막부 시대 이래로 그들의 가마(駕籠 한자어로 가농. 일본어로 카고라고 읽음)는 이런 형태였다. 우리와 달리 대나무 기둥이 위에 달려 있고 2인이 들었다. 비가 잦은 일본인지라 덮개가 있어야 했을 것이다. 혹여 칼찬 사무라이일 경우 언제든지 뛰어내려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사무라이들은 이용료를 냈을 것이다!

이 카고는 야마카고(山駕籠)라고도 불렸으니, 산에서도 똑같았다. 따라서 밀러 선교사가 일본에 머물 때 혹시라도 이 가마를 타보고 금강산의 가마와 비교했을 가능성도 있겠다.

한편, 대나무는 온대성 식물이다. 온난화된 지금은 금강산에도 대나무가 있다고 하지만, 조선시대때까지만 해도 대나무가 없었다. 남쪽지방에서 가져왔거나 가볍고도 강한 현지의 나무를 이용했을 것이다.

     *신윤복의 그림                                         *19세기 백은배의 그림

마지막으로 가마를 드는 자세를 보자. 앞뒤의 가마꾼들의 손이 나무에 있지 않음을 알게된다. 어깨에 두른 멜빵으로 가마를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우측의 백은배의 그림을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팔을 쭉 펴지 않았다는 것은 손이 아니라 멜빵으로 드는게 기본적인 자세라고 추측된다.

이제 이런 정보(?)를 갖고 일제시대 금강산 가마를 다시 보자. 바지가 나무에 걸릴까봐 각반을 찬 가마꾼은 이렇게 3인 1조로 구성되어 있다. 가마는 몸체는 가볍고 강한 대나무로 되어 있다. 역시 안전과 체력소모를 막기 위해 손이 아니라 멜빵으로 가마를 들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4) 그렇다면 조선'시대'의 가마꾼하고 일제'시대'의 가마꾼하고 누가 처우가 좋았을까?

이건 하나마나한 질문이 되시겠다. 조선시대 가마꾼들은 천민 취급을 받았던  승려들이 주로 맡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역을 면제받는 대신에 이런 일을 '일당도 못받고' 강제로 해야 했다. 만약에 그들에게 을 주고 가마를 부턱했다면 얼마면 좋을까?

이사벨라 비숍과 함께 한 밀러의 기록은 이렇다. " 1인당 100냥의 임금을 지불했는데, 이는 금화 2달러에 해당하는 후한값으로 이틀 반의 산행과 하루의 휴식 대가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절의 승려 하나가 그들의 노임을 상당량 떼어 가졌다." 그러니까 대강 하루에 50센트꼴인 셈이다.

50센트가 어느정도의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1940년 금강산 가마꾼(3인 1조)인 노임은 이렇게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이를테면 내금강 장안사를 기점으로 가마타고 경대 왕복할 경우  3원 50전이고 당일치기로 비로봉 올라 외금강 온정리까지는 16원이었다.

한편 산장에서 하룻밤을 지샐경우 가마꾼들의 숙박비와 식비는 이용자가 부담해야 했으니, 이는 일본의 등산가이드들이 1900년 전후해서 자체 조합을 만들어 성사시킨 성과물이라 하겠다.

현재에도 중국의 백두산에는 가마꾼이 있다고 한다. 대나무로 만들어졌고, 메는 방식이 정통 한국식하고 비슷하다.

5) 그렇다면 언제 한국의 산에서 가마꾼이 사라졌을까?

일본에서도 메이지 유신이후 유럽으로부터 새로운 문화가 수용되면서 가마는 사라졌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일제시대 지리산 유람기에는 가마꾼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청량산과 지리산은 조선의 계급제도가 끝나면서 가마꾼들도 사라졌을 것이다. 

금강산은? 금강산은 금강산만이 갖고 있는 '관광'성 때문에 일제 때에도 번성했다. 태평양 전쟁이 격화되면서 여행과 관광은 억제되고, 심지어 금강산 전기철도의 궤도는 뜯겨나가면서 운행도 종료되었다. 자연스럽게 가마꾼들도  수입이 줄어들었고, 마지막 가마꾼은 물론 1945년 8월 15일 멸종했을 것이다.

검색해보니 중국의 명산마다 가마꾼들이 있다. 메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게된다.

 

마지막으로) 정약용 선생이 '가마타는 즐거움과 가마메는 고통'을 담은 견여탄이라는 시를 썼다. 즐거움과 그에 반비례하여 고통이 심한 것은 조선의 양반들이 정당하게 돈울 주지 않아서이다. 

 

 

이상 산에 관련하여 오만때만가지, 구석진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겨 잡설을 풀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