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서 성격의 중추적인 부분도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것 같다. 예전에 나는 뭔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참 많이 망설이고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타입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자.'라는 생각을 하며 큰 망설임 없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보는 편이다. 여기서 말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했을 때 세상에 기여가 되는 것 그리고 내가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 숙고하면서부터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과거의 나는 내 것과 니 것의 경계를 너무 명확하게 그어 놓았는데. 지금은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과 내가 함께 즐거워진다면 거기에 별다른 생각을 갖지 않는다. 내 것을 다른 사람들과 흔쾌히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내 것 하나 없이 남에게 다 주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 필수적인 것이 아닌 이상은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에 불평하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게 이것을 끊임없이 가르쳐 준 건 내 어머니다. 어머니는 정말 헌신적인 분인데, 그 인생으로 나에게 공동체를 가르쳐 주셨다.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정말 오래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욕심을 버린 자리에서 내 욕심보다 커다란 행복을 얻으며 살아간다. 물론 이것은 내 개인적인 감상일 뿐, 일반화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꾸 비우고 있다.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 길이 힘겨워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의 부축과 가르침이 있었던 덕분이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