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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쉰다리를 아시나요?

 

 

 

저는 그저께부터 쉰다리라는 제주 전통 음료를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술을 끊었는데 곡물로 된 음료는 먹고 싶어 이리저리 공부하던 차에, 쉰다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쉰다리는 과거 제주 어머니들의 지혜가 오롯하게 담겨 있는 제주식 감주입니다. 제주에서는 곡물을 얻기가 힘드니 쉬어 버린 밥도 그저 버리기가 아깝습니다. 하여 제주의 어머니들은 약간 쉬어 버린 밥에 누룩을 섞어 하루에서 며칠 발효시킨 뒤, 그 발효 음료를 요기 삼아 마셨습니다. 

 

 

 

 

누룩은 효소입니다. 효소는 전분을 분해해 당분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누룩과 밥을 발효해 만든 쉰다리는 달콤합니다. 동시에 새콤합니다. 유산균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말로 쉰다리는 곡물 요거트 내지는 쌀 요거트입니다. 

 

효모는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콜을 생성합니다. 쉰다리에는 효모를 넣지 않기 때문에 알콜 발효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천연 효모가 쉰다리 속에 침투될 수 있기에, 쉰다리를 너무 오래 발효하면 알콜이 생성됩니다마는, 적당한 온도에서 하루에서 이틀 정도 발효한 쉰다리에서는 알콜을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식혜는 발효 후 한 번 가열을 해 버리기 때문에 효소나 각종 영양분들이 파괴됩니다. 그런데 쉰다리는 가열 과정 없이 완성되는 음료라, 그 안에 유익한 미생물들이 많습니다.

 

제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이 같은 전통 음료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쌀 누룩과 밥을 섞어 아마자케라는 감주를 만들어 먹고, 러시아에서는 호밀빵과 꿀, 이스트, 건포도를 섞어 크바스라는 발효 음료를 만들어 먹고, 중국에서는 쌀과 누룩 그리고 효모를 섞어 주양이라는 감주를 만들어 먹습니다. 이러한 곡물 발효 음료는 알콜 도수가 아예 없거나 1% 미만으로 있어, 어린이나 노인들도 마실 수 있습니다. 

 

엿기름도 효소이기에, 누룩이 없는 집에서는 엿기름으로 쉰다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저는 누룩도 가지고 있고 엿기름도 가지고 있기에 이 둘을 혼합해서 쉰다리를 만듭니다. 너무 많이 발효하면 먹기가 그럴 것 같아 24시간만 실온에 발효하고 바로 먹는데, 적당한 감미와 산미가 입 안을 즐겁게 합니다. 식사 전후로 마시면 속도 편안합니다. 제주에서는 천연 소화제로 쉰다리를 음용한다고 합니다.

 

저는 탄산 음료를 좋아하지 않고 가당된 과일 음료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좋아하던 음료가 커피와 술이었는데 이 둘 모두 끊고 나니 입이 심심해,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쉰다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쉰다리를 접하고 만족스러운 음용 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막걸리 맛이 나지만 도수가 없는 음료가 최근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던데 이것도 쉰다리를 닮은 음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술을 빚으면서 효소와 효모에 대해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이러한 미생물들이 건강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실감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굳이 쉰다리를 만들지 않더라도, 엿기름을 물에 불려 짠 물 또한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누룩과 엿기름은 알면 알수록 대단한 친구들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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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이든(widely08) 2019-09-05 20:48:15

    제주에 살았던 저도 첨 듣는 이야기네요. 물론 저희 가족도 외지사람이라 제주도 토속 음식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말이라도 듣는게 많은데 첨 듣네요. 쌀 요거트라니 건강에는 좋겠네요.   삭제

    • 하하호호(culam92) 2019-09-05 18:26:32

      제주도와 관련해서 쉰다리를 새롭게 잘 알고 갑니다. 저도 꼭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ㅎㅎ 개인적으로 아마자케는 저한테 조금 별로더라구요 추천과 후원 드리고 갑니다~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9-05 14:16:26

        쉰다리라는 제주도 감주인군요. 요거트 같은 유산균 음료라니
        시원하겠네요. 쉰 밥으로 만들어서 아니면 다리를 쉬게한다고 쉰다리^^인가요.
        (아재개그)   삭제

        • 억수로빠른 거북이(turtle7997) 2019-09-05 11:30:33

          어??!!...어릴 때 많이 먹었던...
          경상도(아니 우리 동네만 그런가?) 쪽에서는 '밥 단술'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찬밥에 누룩을 섞어서(엿기름을 사용했는지는 잘...? 먹기만 했던지라..) 만들었...
          요즘 맛으로 표현하자면 잘 발효된 요거트 맛과 유사했던...
          오랜만에 옛 기억을 떠올려보네요. 덕분에...^^   삭제

          • 은비솔99(rose3719) 2019-09-05 11:17:05

            제주도에 몇번 간적이 있는데 처음 들어보는것 같네요. 쉰다리가 유명하면 들어 봤을듯 한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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