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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카의 위로

저는 오빠네와 함께 옆집에 사는 엄마와 자주 싸우는 편입니다. 출근을 해야 하고 먹고 살기 바쁜 저한테 툭하면 조카아이들을 떠맡기고 늦게까지 어디서 뭘 하고 놀고 오는지 얼굴 볼 틈이 없는데 어쩌다 마주치면 싸웁니다.

오빠밖에 모르는 엄마의 숱한 차별대우를 받고 자라 사소한 것에도 피해의식을 느끼는데 비슷한 상황으로 할머니로부터 둘째의 설움을 받고 자란 둘째 조카와 서로 묘한 동질감을 느끼곤 합니다.

얼마 전 둘째 조카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 엄마랑 대판 싸우고 난 뒤 엄마가 먼저 자리를 떴고 그 상황을 목격한 아이는 다음 날 아침에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이 문자를 받고 먼저 웃음부터 빵 터졌습니다. 문구가 어른스럽기도 하고 웃음이 났는데 그리고 나서 따뜻한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녀석이 보기에도 제가 안되보였는지.. 초등학교 6학년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지 너무 기특하고 귀엽고 예뻐서 피자몰에라도 데려가려 했는데 기어코 엄카로 쏘겠다고 해서 햄버거를 얻어먹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이 녀석이 청포도 한 송이, 거봉 포도 한 송이를 들고 왔습니다. '누가 갖다 주랬니?'하고 물으니 '고모 생각이 나서 냉장고에서 꺼내왔다'고 합니다. ㅎㅎㅎ

또 한번은 조카 두 녀석이 커다란 수박 4분의 1통을 가져오면서 서로 들겠다고 싸우다가 수박을 화단에 떨어뜨려서 흙 묻은 수박을 들고 왔네요. 마음이 너무 고맙고 예뻐서 털고 헹궈서 달게 먹었습니다.

일상은 정말 사소한 일의 연속인데 사소한 기쁨들이 삶을 지탱해나가는 힘이 되어주고 그래도 살아가는 게 즐겁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 가까이에 있어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기쁘네요^^

<2013년 겨울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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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9-09-07 23:12:19

    저도 조카들을 데리고 있었지요 초등학생 셋,아내가 힘들었지요.
    그런데 이놈들 끝까지 건사하지는 못했지만 어린시절 데리고 있던정이 있는데 다 큰 조카들 인사한번 오질 않네요.
    아내에게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조카들이 기쁨주니 복받은겁니다.   삭제

    • 무아딥(MuadKhan) 2019-09-06 23:41:11

      요즘 아이들은 이른 나이에 접하는 것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하는 수준이 어른스러운 경우를 그럭저럭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군요.   삭제

      • Joogong(7paradiso) 2019-09-06 12:27:38

        추천, 후원하고 가여, 글 잘읽었습니다.   삭제

        • Joogong(7paradiso) 2019-09-06 12:27:07

          글을 읽자 하니... 평소 님은 마음 씀씀이가 참

          넓고 좋으신분 같아요, 요즘 세태에는 그러다가 결국 호갱, 호구 되지만

          그래도 알아주는 조카친구들이 보람되시겠어요   삭제

          • sdjohn(sdjohn) 2019-09-06 11:49:59

            사랑받으니 사랑하고 싶은 거겠죠^^   삭제

            • 윌비리치(lswlight) 2019-09-05 23:12:30

              ㅋㅋㅋ 엄카의 위로 ㅋㅋㅋㅋ 그것보다 저는 포도가 땡기네요 ㅎㅎ 잘봤습니다. 조카아이가 중간 역할을 참잘하는거같네요   삭제

              • 송이든(widely08) 2019-09-05 20:44:12

                조카가 중간역할을 잘하네요. 물론 엄카를 쓴다는 건 올케의 배려도 있는 것 같구요. 가족이라고 가까이 사는 건 다 좋은 건 아니더라구요. 참 어렵네요.   삭제

                • LUCKYMAN(fly5854) 2019-09-05 14:38:09

                  글과 사진만으로도 당시 상황이 연상이 되네요. 일상은 사사롭더라도 가장 가까운 가족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싸우는 것은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가족이니까 더 소중히 아껴야죠. 가까이 있을 땐 정말 소중한 걸 모를 겁니다. 떨어져봐야 허전하고 소중한 걸 알게되는 거죠.   삭제

                  • 은비솔99(rose3719) 2019-09-05 14:11:29

                    초등학교6학년인데 고모를 위로할줄도 알고 철이 좀든것 같네요. 저희 아들은 언제쯤 철이 들런지 초등4학년인데 너무 힘들게 하네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9-05 13:57:03

                      초등생 6학년이 엄카로 고모를 위로해 준거네요.
                      흐믓하고 기특하고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네요.
                      그 놈 참. .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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